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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철새 먹이 줘야 AI 확산 막을 수 있다"

[현장] 29일 전북환경운동연합 철새 먹이주기 활동

등록|2014.01.30 11:38 수정|2014.01.30 11:38
환경운동연합이 29일 AI 확산 방지를 위한 철새 먹이주기 활동에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7개 지역의 철새도래지 인근에서 올해 갓 생산된 볍씨를 철새들이 자주 찾는 지역에 뿌렸다.

전라북도에서는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 10여 명이 오전 11시 군산시 만경강 하구 일원에 나락 520Kg(약 10포대)를 뿌렸다.

▲ 철새 먹이주기에 앞서 나락 포대를 나르고 있다. ⓒ 문주현


▲ 29일 오전 군산시 만경강 하구 인근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철새 먹이주기에 나섰다. 회원들이 나락을 뿌리고 있다. ⓒ 문주현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AI 철새 주범론을 확산하며 철새 도래지에 먹이주기를 금지시키고, 폭음탄 설치 및 방역기를 돌리고 있다"면서 "그래서 군집생활을 하는 철새들이 갈 곳을 잃어 민가나 축사 주변에 흩어져 AI 확산의 원인이 되는 것 같아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먹이주기에 나섰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먹이주기 장소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고병원성 AI 발생지역 10Km 바깥 지역 중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선정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방제복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차량은 이동 방역시설 소독을 마치고 먹이주기에 나섰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자체에 사전 통보 절차를 거쳤지만 지역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우리도 축산 농가의 불안과 우려, 걱정에 마음이 아프다. 다만, 실효성 있는 방역 체계 구축과 AI 확산을 방지하는 데 있어 철새 서식지를 보호·격리하는 방안이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 환경단체 한 회원이 나락을 뿌리고 있다. ⓒ 문주현


▲ 환경단체 회원들이 철새 먹이로 뿌린 나락. ⓒ 문주현


한편, 철새를 AI 원인으로 보고 철새를 쫓는 방식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은 농림부의 대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농림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AI 역학조사위원회 중간 결과 발표를 하고 발생원인이 철새로부터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역학조사위원회는 △ H5N8형 고병원성 인플루엔자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 최초 발생 농가가 철새도래지 인근에 위치하고 추가 발생지역이 철새가 월동하는 서해안 지역에 편중된 점 △ H5N8형이 철새들의 폐사체에서 검출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가금류 농장에 대한 방역과 함께 철새 도래지에 대한 차단 방역을 강조했다.

국제기구와 FAO, 일부 조류전문가들이 H5N8형 고병원성 인플루엔자는 가금류 농장에서 발생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실제로 전북환경운동연합이 만경강 하구 일대에서 먹이를 주는 동안 2~3차례의 폭음탄 소리와 헬기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또한, 철새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먹이주기 참가자는 "철새들의 움직임은 군무를 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전북환경운동연합이 먹이주기를 하던 29일 오전 폭음탄 소리와 헬기 이동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철새들이 마치 도망이라도 치듯 흩어지는 비행을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 문주현


▲ 폭음탄 소리에 놀란 듯, 철새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 문주현


전국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AI의 원인이 가금류 혹은 철새로 판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철새를 AI의 발생인자와 매개체로 특정하고 불합리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월동을 위해 남하한 가창오리와 기러기류들은 농경지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해 해날지역으로 집중 이동했다가 다시 흩어졌다. 그리고 시베리아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집결지 충남 삽교호에 예년보다 1달 이상 빨리 수만 마리가 도래하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철새들에게 영양을 제공해 발병 가능성을 줄이고, 감염된 철새들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체력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먹이주기의 필요성을 밝혔다.

환경부는 29일 이런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AI 발생 이후, 중단된 먹이주기를 허용했다. 다만, 환경부는 '야생조류 먹이주기 가이드라인'을 통해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소규모로 먹이주기를 하고, 차량 소독 등의 주의를 당부했다.

▲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철새 먹이주기에 앞서 주의사항을 공유하고 있다. ⓒ 문주현


▲ 환경단체 회원이 철새 먹이를 위해 나락을 골고루 뿌리고 있다. ⓒ 문주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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