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텔레마케터 해고시키고 고용률 70% 가능할까
90% 이상이 여성 일자리...금융사 전화영업 금지 풀려도 '타격'
금융권에서 시작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여성고용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임기응변식 대처로 안 그래도 지지부진한 '고용률 70%' 달성 동력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해 취업자가 38만 명 이상 늘어나는 등 고용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성과 청년층의 고용사정은 여전히 어렵다"면서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현 부총리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고용률 70%' 였지만 이날만큼은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24일 개인정보 불법 유통을 막는다며 3월까지 전 금융사의 전화영업을 전면 금지했다. 금융계에서는 이 조치로 은행·카드·보험사에서 텔레마케팅 업무와 관련된 노동자 10만 명 가량이 퇴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텔레마케터들은 대부분 여성 노동자다.
"10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 설날 앞두고 밥줄이 끊긴 셈"
텔레마케팅이란 전화를 이용한 영업활동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들의 업무는 크게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로 구분되는데 인바운드는 각종 문의나 고객 주문을 응대하는 일을, 아웃바운드는 상품 가입 권유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일을 한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금지시킨 전화영업은 아웃바운드 영역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번 시행안이 강제가 아니라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전 금융권의 전화 영업행위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텔레마케팅 종사자 모임인 한국컨택협회 자료에 의하면 카드·보험 등 금융권 전반에서 이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은 정규직이 약 2만 6000여 명, 비정규직이 4만 여 명 가량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로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보험사에 소속된 텔레마케팅 설계사만 4만 4000명에 이른다. 여기에 전산, 청소, 유지 등 관련 업무인력까지 합하면 10만 명 정도 규모로 추산된다. 전화영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27일 카드·보험사 임원들을 불러 텔레마케팅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일은 정부가 터트려놓고 책임은 업계로 미룬 것이다. 이름 공개를 거부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아웃바운드 인력을 상담업무로 돌리라고 하는데 그게 되겠느냐"면서 "두 달동안 실질적으로 월급을 못 주는데 고용을 어떻게 유지시키겠느냐"고 털어놨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 29일 "법적 근거 없는 폭력적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협조', '자율적 참여' 등의 표현을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사의 경우 전화 영업 비중이 높고, 종사자들은 월급이 아니라 실적에 의해 보수를 받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면서 "10만 여 명에 달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졸지에 설날을 앞두고 밥줄이 끊기게 된 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완강하다. 불법정보 유통 여부에 대한 전면조사를 마무리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조영제 금감원 부위원장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더 큰 이익을 위해서 취한 조치"라면서 "가급적 빨리 진행해서 3월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말하는 '합법적 통로'란 마케팅 활용에 대해 본인의 동의를 받은 정보를 말한다. 조 부위원장은 "3월이든 뭐든 합법적이지 않은 통로로 취득한 정보를 통한 영업활동은 앞으로 '원천적으로 금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3월 이후에도 국내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 업계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고용률 목표 못 맞춘 박근혜 정부...70% 가능?"
갑작스레 밥줄이 끊길 위기에 처한 텔레마케터가 대표적인 '여성 일자리'라는 점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인 '고용률 70%'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15~64세 고용률은 2012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64.4%. 정부가 작년 6월 고용률 로드맵 발표 이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고용률 전망치를 64.7%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나마 이정도도 지난해 여성 취업자가 2012년보다 20만 명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고용률은 추세상 늘었다기보다는 유지한 정도"라면서 "30대 여성이 소폭 늘고 50대 이상에서 고용이 크게 늘어나서 0.2%p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비교적 낮은 여성 노동자를 일터로 유인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비정규직 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년에 비해 3만 5000여 명 늘었는데 그중 95%인 3만 3000명이 여성이다.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의 경우 고객의 상품 구매를 설득하기 위한 협상력이나 적극적 자세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회경험이 풍부한 주부들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일자리로 꼽힌다. 2009년도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에 의하면 텔레마케터들의 평균 연령은 33세, 성비는 남성 4.4%, 여성 95.6%이다.
일은 고되지만 수입 측면에서 보면 시간제 일자리 중에서는 '갑' 급에 속한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지역 96개 업종 57만 9082건의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고수 상위 20개 업종 중 가장 시급이 높은 업종은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6764원), 2위는 고객상담(6351원)이었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해 취업자가 38만 명 이상 늘어나는 등 고용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성과 청년층의 고용사정은 여전히 어렵다"면서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현 부총리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고용률 70%' 였지만 이날만큼은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24일 개인정보 불법 유통을 막는다며 3월까지 전 금융사의 전화영업을 전면 금지했다. 금융계에서는 이 조치로 은행·카드·보험사에서 텔레마케팅 업무와 관련된 노동자 10만 명 가량이 퇴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텔레마케터들은 대부분 여성 노동자다.
▲ 텔레마케터는 실적의 압박을 받으며 하루종일 전화를 돌린다. ⓒ 이보라
"10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 설날 앞두고 밥줄이 끊긴 셈"
텔레마케팅이란 전화를 이용한 영업활동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들의 업무는 크게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로 구분되는데 인바운드는 각종 문의나 고객 주문을 응대하는 일을, 아웃바운드는 상품 가입 권유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일을 한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금지시킨 전화영업은 아웃바운드 영역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번 시행안이 강제가 아니라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전 금융권의 전화 영업행위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텔레마케팅 종사자 모임인 한국컨택협회 자료에 의하면 카드·보험 등 금융권 전반에서 이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은 정규직이 약 2만 6000여 명, 비정규직이 4만 여 명 가량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로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보험사에 소속된 텔레마케팅 설계사만 4만 4000명에 이른다. 여기에 전산, 청소, 유지 등 관련 업무인력까지 합하면 10만 명 정도 규모로 추산된다. 전화영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27일 카드·보험사 임원들을 불러 텔레마케팅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일은 정부가 터트려놓고 책임은 업계로 미룬 것이다. 이름 공개를 거부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아웃바운드 인력을 상담업무로 돌리라고 하는데 그게 되겠느냐"면서 "두 달동안 실질적으로 월급을 못 주는데 고용을 어떻게 유지시키겠느냐"고 털어놨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 29일 "법적 근거 없는 폭력적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협조', '자율적 참여' 등의 표현을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사의 경우 전화 영업 비중이 높고, 종사자들은 월급이 아니라 실적에 의해 보수를 받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면서 "10만 여 명에 달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졸지에 설날을 앞두고 밥줄이 끊기게 된 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완강하다. 불법정보 유통 여부에 대한 전면조사를 마무리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조영제 금감원 부위원장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더 큰 이익을 위해서 취한 조치"라면서 "가급적 빨리 진행해서 3월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이 말하는 '합법적 통로'란 마케팅 활용에 대해 본인의 동의를 받은 정보를 말한다. 조 부위원장은 "3월이든 뭐든 합법적이지 않은 통로로 취득한 정보를 통한 영업활동은 앞으로 '원천적으로 금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3월 이후에도 국내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 업계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고용률 목표 못 맞춘 박근혜 정부...70% 가능?"
갑작스레 밥줄이 끊길 위기에 처한 텔레마케터가 대표적인 '여성 일자리'라는 점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인 '고용률 70%'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15~64세 고용률은 2012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64.4%. 정부가 작년 6월 고용률 로드맵 발표 이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고용률 전망치를 64.7%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나마 이정도도 지난해 여성 취업자가 2012년보다 20만 명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고용률은 추세상 늘었다기보다는 유지한 정도"라면서 "30대 여성이 소폭 늘고 50대 이상에서 고용이 크게 늘어나서 0.2%p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비교적 낮은 여성 노동자를 일터로 유인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비정규직 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년에 비해 3만 5000여 명 늘었는데 그중 95%인 3만 3000명이 여성이다.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의 경우 고객의 상품 구매를 설득하기 위한 협상력이나 적극적 자세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회경험이 풍부한 주부들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일자리로 꼽힌다. 2009년도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에 의하면 텔레마케터들의 평균 연령은 33세, 성비는 남성 4.4%, 여성 95.6%이다.
일은 고되지만 수입 측면에서 보면 시간제 일자리 중에서는 '갑' 급에 속한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지역 96개 업종 57만 9082건의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고수 상위 20개 업종 중 가장 시급이 높은 업종은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6764원), 2위는 고객상담(6351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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