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For the all of Frozen Hearts"
소설가 김연수가 에세이 <지지않는다는 말>에서 그런 말을 했다.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p.161)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바로 그 문장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우리는 삶의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기에 제 몫을 다 하는 날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강한 고독 탓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면 그것이 행복한 일은 아니다. 힘들고 처연하다. 자신이 가진 짐을 누군가와 나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외로워지니까. 함께하는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소설가 김연수의 말을 빌려 영화를 말해 본다. 마법에 걸린 엘사가 고독하게 만든 화려한 겨울 성도 아름답지만 안나의 도움으로 얼음을 녹이는 일은 더 아름다운 것이다. <겨울여왕>은 타인과 짐을 나누어지고 싶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아렌델 왕국의 어린 공주 엘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만 데면 모두 얼음으로 얼려버리는 마법에 걸렸다. 이것은 여동생 안나에게도 위험할 터. 엘사는 자의반 타의반 방에 은둔하며 비밀을 지킨다.
오랫동안 소통하지 않던 두 공주는, 성인이 된 엘사의 대관식에서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때까지도 엘사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은 말 없는 장갑 뿐이다. 그런데 하필 안나는 대관식에 초대된 이웃나라 왕자 한스와 첫눈에 반하게 되고, 결혼하겠다고 엘사에게 조른다.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하려는 안나를 다그치던 엘사는, 실수로 자신의 비밀을 들키고 아렌델에서 도망친다. 이렇게 된 마당에 비로소 자유를 만끽하겠다는 듯이, 누군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할 얼음성을 세우며 그녀는 숨통을 돌린다.
"A kingdom of isolation. (OST Track 05. Let it go 中)"
처연한 모습으로 설산을 오르던 엘사가 조심스럽게 읊조리기 시작하는 'Let it go'가 아름다운 이유다. 비록 불운한 운명을 타고 났으나 남들이 오해가 어떻든 간에 이제는 자신의 있는 모습을 사랑하고 살아보겠노라! 두 손 불끈 쥔 엘사의 노래는 그 자신감이 커져갈수록 요염하고 기세 오른 모습으로 고조된다.
착한 소녀가 되느라(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자신을 결박해야 했던 엘사의 울분은, 반짝이는 얼음성의 신비로운 자태와 함께 섹시한 폭발력으로 해방을 맛 본다.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락하자 몹시 섹시해지는 그녀의 몸짓과 눈짓은 디즈니의 세심한 연출로 동물적인 카타르시스를 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엘사는 여전히 혼자다. 그 사랑스러운 머리칼과, 요염한 몸짓과, 우아한 자태를 가지고서도 혼자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면서도 정작 이런 모습으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믿지 못해서 그렇다. 사랑하는 동생도, 자신의 고장인 아렌델에서도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한 그녀는 노래처럼 내면의 폭풍(Storm inside of me)를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안나를 보고도 그녀는 요지부동이다. 그런 엘사에게 안나가 말했다. 아렌델이 꽁꽁 얼어버렸으니 겨울을 녹여달라고. 언니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엘사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어떻게 할 지 모르니까. ("I don't know how"). 사랑을 믿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스스로의 자유를 쫓는다 하여도, 그 모습이 사랑을 불신하는 일이라면 행복하기 어려운 것처럼, 엘사의 마법은 붉게 사나워진다.
"Love is open door. (OST Track 04.Love is open door 中)"
그런 엘사를 위한 해결사는 동생 안나다. 안나는 그동안 외롭게 비밀을 지켜왔을 엘사를 구하러, 그녀의 마음을 들어 보러, 추위를 뚫고 얼음성을 찾아간다. 그러다 엘사로부터 얼음 공격을 당하고 서서히 얼어가고, 트롤들로부터 진실한 사랑의 키스를 받아야만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안나는 진실한 사랑인줄 알았던 이웃 나라 왕자 한스에게 배신당하고, 그 사이 엘사도 한스에 의해 결박당하고 만다. 그리고 안나가 꽁꽁 얼어버린 순간, 엘사는 진심으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결국 그녀를 해동시키는 것은 크리스토퍼도, 올라프도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 만의 얼음 성에서 누구도 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던 엘사의 뜨거운 포옹. 엘사 스스로가 안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한 순간 안나는 다시 살아난다. 안나의 노력만이, 엘사가 얼음 마법 뒷 편에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안나가 구원한 'Frozen Heart'는 엘사 만이 아니다. 크리스토퍼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토퍼는 무슨 사연에서인지 사람을 돕느라 자신을 희생하는 일은 가치 없다고 여기는 남자다. 얼음 장수라는 직업을 통해 마음이 얼어있는 남자 주인공을 연출한 디즈니의 감각이 엿보인다. 그는 "Reindeer are better than people"이라고 노래하며 사람을 믿지 못한다. "People will beat you and curse you and chat"이라는 대사에서도 인간에 대한 깊은 불신이 느껴진다. 하지만, 관객들은 어렴풋이 안다.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에서 사람을 누구보다 믿고 싶어 하는 희망이 느껴진다.
안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활약을 통해 크리스토퍼가 자신을 도와주고 싶도록 만들 줄 안다. 그래서 나중에 위기에 처한 안나를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크리스토퍼의 성장은 유쾌한 대목이다. 결국 진짜 사랑을 믿고 그 사랑에 몸 바칠 줄 아는 안나의 여정은, 크리스포터가 타인을 돕는 데 동참하도록 움직이고, 엘사에게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기에 이른다.
영화는 이러한 Frozen의 메타포를 표현하기 위해 굉장히 완성도 있는 선택을 보여준다. 엘사가 누구와의 열린 소통도 거부하고 자신을 가둔 고고한 얼음여왕이었듯이, 사랑을 믿지 못했던 크리스토퍼의 직업은 얼음 장수다. 그가 꽁꽁 언 얼음을 다루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얼음이라는 것은 다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얼음이란 모두가 찬기를 느끼는 겨울일 때보다 모두가 따뜻함을 느끼는 여름에 팔 수 있지 않나.
이것은 크리스토퍼가 사실은 겨울이 아니라 여름 같은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사람이며, Frozen이 아니라 Warm-hearted 한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의 중요한 메신저 역할을 하는 눈사람, 올라프는 엘사와 안나가 함께 만든 눈사람이라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님을 관객들은 알 수 있다.
물론 영화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엔딩이 다소 바쁘게 마무리됨에도 격정적인 감격은 적다. 얼음이 된 안나가 녹는 장면에서도 남녀 간의 키스를 담을 수 없으니 포옹으로밖에 사랑을 표현할 수 없어 극적인 쾌감이 떨어진다. 또한 영화의 전개는 안나가 이끌어가지만, 가장 결정적인 해결은 엘사의 손에서 진행됨에도, 엘사의 내적 성장을 드러내는 장면은 적다.
'Lei it Go'를 부르는 장면이 거의 유일하다. 영화는 엘사의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 주제를 위한 주인공은 사랑을 가진 안나를 동력으로 변화 하는 두 자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중심이 조금이라도 더 엘사에게 있었다면, 자신만의 고유한 성을 세운 그녀가 또 한번 자기의 성을 허물고 변화하는 장면이 필요했을 거다. 하지만 안나의 변치 않는 사랑과 믿음이 엘사에게 사랑의 힘을 일깨워주는 것은 디즈니의 의도된 각본이다.
엘사의 변화가, 그녀 혼자서 해내는 또 한 번의 고독한 자기 극복이 아니라, 안나라는 사랑을 가진 타인과 함께 꽁꽁 얼어버린 세상을 위로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
흥미롭게도 그러한 의식을 드러낸 명대사는 눈사람 올라프가 한다. 올라프는 안나와 엘사가 어린시절 만든 눈사람이다. 눈사람 주제에 말을 하는 것도 모자라 눈사람 주제에 여름날에 해수욕장에서 썬탠하는 꿈도 꾼다, 환상 때문에 이 한 몸 녹아버릴 용기가 없는 우리는 그런 올라프에게 웃음이 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찬 공기가 필요한데도, 여름의 훈훈한 온기의 기쁨을 꿈꾸는 올라프. 헌데 올라프는 사실 알고 있었다. 따뜻한 곳에서는 자신의 몸이 녹아내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몸통이 뚝뚝 녹아내리는 순간에도 얼어가는 안나가 몸을 녹이도록 벽난로에 불을 떼는 젠틀맨은 "누군가를 위해서는 기꺼이 녹을만한 가치가 있지.(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라고 말한다. 천진난만하기만 한 올라프가, 관객들에게 엘사 이상으로 사랑받는 데 성공한 이유다.
"I like the open gates" - Anna
이런 올라프와 안나 덕분인지, 겨울왕국이 정의한 사랑은 수많은 정의 속에서도 다시 한 번 고유한 메시지를 갖는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일을 자신의 일보다 우선시 하는 것이야. (Putting someone else's needs before yours - 올라프)'. 비록 내 몸이 사라진다 하여도, 비록 내 몸이 얼어버린다 하여도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가 녹아내린 물로 산다 해도 괜찮겠지. 그것은 고독한 얼음이 되는 것보다 훨씬 세상에 위로가 되니까. 당신이 옆에 없다면 아름다운 얼음성 또한 소용이 없을 테니까.
결국 엘사가 '사랑(Love)'을 깨달았을 때서야, 꽁꽁 언 아렌델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어느새 사랑이, 마법에 걸린 아렌델처럼 Frozen 된 것 같은 시대에, 디즈니는 그렇게 사랑을 이야기 하고 싶었나보다.
▲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 포스터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
"For the all of Frozen Hearts"
소설가 김연수가 에세이 <지지않는다는 말>에서 그런 말을 했다.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p.161)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바로 그 문장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우리는 삶의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기에 제 몫을 다 하는 날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강한 고독 탓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면 그것이 행복한 일은 아니다. 힘들고 처연하다. 자신이 가진 짐을 누군가와 나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외로워지니까. 함께하는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소설가 김연수의 말을 빌려 영화를 말해 본다. 마법에 걸린 엘사가 고독하게 만든 화려한 겨울 성도 아름답지만 안나의 도움으로 얼음을 녹이는 일은 더 아름다운 것이다. <겨울여왕>은 타인과 짐을 나누어지고 싶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아렌델 왕국의 어린 공주 엘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만 데면 모두 얼음으로 얼려버리는 마법에 걸렸다. 이것은 여동생 안나에게도 위험할 터. 엘사는 자의반 타의반 방에 은둔하며 비밀을 지킨다.
오랫동안 소통하지 않던 두 공주는, 성인이 된 엘사의 대관식에서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때까지도 엘사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은 말 없는 장갑 뿐이다. 그런데 하필 안나는 대관식에 초대된 이웃나라 왕자 한스와 첫눈에 반하게 되고, 결혼하겠다고 엘사에게 조른다.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하려는 안나를 다그치던 엘사는, 실수로 자신의 비밀을 들키고 아렌델에서 도망친다. 이렇게 된 마당에 비로소 자유를 만끽하겠다는 듯이, 누군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할 얼음성을 세우며 그녀는 숨통을 돌린다.
"A kingdom of isolation. (OST Track 05. Let it go 中)"
처연한 모습으로 설산을 오르던 엘사가 조심스럽게 읊조리기 시작하는 'Let it go'가 아름다운 이유다. 비록 불운한 운명을 타고 났으나 남들이 오해가 어떻든 간에 이제는 자신의 있는 모습을 사랑하고 살아보겠노라! 두 손 불끈 쥔 엘사의 노래는 그 자신감이 커져갈수록 요염하고 기세 오른 모습으로 고조된다.
착한 소녀가 되느라(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자신을 결박해야 했던 엘사의 울분은, 반짝이는 얼음성의 신비로운 자태와 함께 섹시한 폭발력으로 해방을 맛 본다.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락하자 몹시 섹시해지는 그녀의 몸짓과 눈짓은 디즈니의 세심한 연출로 동물적인 카타르시스를 준다.
▲ 디즈니 신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한 장면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엘사는 여전히 혼자다. 그 사랑스러운 머리칼과, 요염한 몸짓과, 우아한 자태를 가지고서도 혼자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면서도 정작 이런 모습으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믿지 못해서 그렇다. 사랑하는 동생도, 자신의 고장인 아렌델에서도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한 그녀는 노래처럼 내면의 폭풍(Storm inside of me)를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안나를 보고도 그녀는 요지부동이다. 그런 엘사에게 안나가 말했다. 아렌델이 꽁꽁 얼어버렸으니 겨울을 녹여달라고. 언니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엘사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어떻게 할 지 모르니까. ("I don't know how"). 사랑을 믿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스스로의 자유를 쫓는다 하여도, 그 모습이 사랑을 불신하는 일이라면 행복하기 어려운 것처럼, 엘사의 마법은 붉게 사나워진다.
"Love is open door. (OST Track 04.Love is open door 中)"
그런 엘사를 위한 해결사는 동생 안나다. 안나는 그동안 외롭게 비밀을 지켜왔을 엘사를 구하러, 그녀의 마음을 들어 보러, 추위를 뚫고 얼음성을 찾아간다. 그러다 엘사로부터 얼음 공격을 당하고 서서히 얼어가고, 트롤들로부터 진실한 사랑의 키스를 받아야만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안나는 진실한 사랑인줄 알았던 이웃 나라 왕자 한스에게 배신당하고, 그 사이 엘사도 한스에 의해 결박당하고 만다. 그리고 안나가 꽁꽁 얼어버린 순간, 엘사는 진심으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결국 그녀를 해동시키는 것은 크리스토퍼도, 올라프도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 만의 얼음 성에서 누구도 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던 엘사의 뜨거운 포옹. 엘사 스스로가 안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한 순간 안나는 다시 살아난다. 안나의 노력만이, 엘사가 얼음 마법 뒷 편에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안나가 구원한 'Frozen Heart'는 엘사 만이 아니다. 크리스토퍼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토퍼는 무슨 사연에서인지 사람을 돕느라 자신을 희생하는 일은 가치 없다고 여기는 남자다. 얼음 장수라는 직업을 통해 마음이 얼어있는 남자 주인공을 연출한 디즈니의 감각이 엿보인다. 그는 "Reindeer are better than people"이라고 노래하며 사람을 믿지 못한다. "People will beat you and curse you and chat"이라는 대사에서도 인간에 대한 깊은 불신이 느껴진다. 하지만, 관객들은 어렴풋이 안다.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에서 사람을 누구보다 믿고 싶어 하는 희망이 느껴진다.
안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활약을 통해 크리스토퍼가 자신을 도와주고 싶도록 만들 줄 안다. 그래서 나중에 위기에 처한 안나를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크리스토퍼의 성장은 유쾌한 대목이다. 결국 진짜 사랑을 믿고 그 사랑에 몸 바칠 줄 아는 안나의 여정은, 크리스포터가 타인을 돕는 데 동참하도록 움직이고, 엘사에게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기에 이른다.
영화는 이러한 Frozen의 메타포를 표현하기 위해 굉장히 완성도 있는 선택을 보여준다. 엘사가 누구와의 열린 소통도 거부하고 자신을 가둔 고고한 얼음여왕이었듯이, 사랑을 믿지 못했던 크리스토퍼의 직업은 얼음 장수다. 그가 꽁꽁 언 얼음을 다루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얼음이라는 것은 다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얼음이란 모두가 찬기를 느끼는 겨울일 때보다 모두가 따뜻함을 느끼는 여름에 팔 수 있지 않나.
이것은 크리스토퍼가 사실은 겨울이 아니라 여름 같은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사람이며, Frozen이 아니라 Warm-hearted 한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의 중요한 메신저 역할을 하는 눈사람, 올라프는 엘사와 안나가 함께 만든 눈사람이라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님을 관객들은 알 수 있다.
물론 영화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엔딩이 다소 바쁘게 마무리됨에도 격정적인 감격은 적다. 얼음이 된 안나가 녹는 장면에서도 남녀 간의 키스를 담을 수 없으니 포옹으로밖에 사랑을 표현할 수 없어 극적인 쾌감이 떨어진다. 또한 영화의 전개는 안나가 이끌어가지만, 가장 결정적인 해결은 엘사의 손에서 진행됨에도, 엘사의 내적 성장을 드러내는 장면은 적다.
'Lei it Go'를 부르는 장면이 거의 유일하다. 영화는 엘사의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 주제를 위한 주인공은 사랑을 가진 안나를 동력으로 변화 하는 두 자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중심이 조금이라도 더 엘사에게 있었다면, 자신만의 고유한 성을 세운 그녀가 또 한번 자기의 성을 허물고 변화하는 장면이 필요했을 거다. 하지만 안나의 변치 않는 사랑과 믿음이 엘사에게 사랑의 힘을 일깨워주는 것은 디즈니의 의도된 각본이다.
엘사의 변화가, 그녀 혼자서 해내는 또 한 번의 고독한 자기 극복이 아니라, 안나라는 사랑을 가진 타인과 함께 꽁꽁 얼어버린 세상을 위로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
흥미롭게도 그러한 의식을 드러낸 명대사는 눈사람 올라프가 한다. 올라프는 안나와 엘사가 어린시절 만든 눈사람이다. 눈사람 주제에 말을 하는 것도 모자라 눈사람 주제에 여름날에 해수욕장에서 썬탠하는 꿈도 꾼다, 환상 때문에 이 한 몸 녹아버릴 용기가 없는 우리는 그런 올라프에게 웃음이 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찬 공기가 필요한데도, 여름의 훈훈한 온기의 기쁨을 꿈꾸는 올라프. 헌데 올라프는 사실 알고 있었다. 따뜻한 곳에서는 자신의 몸이 녹아내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몸통이 뚝뚝 녹아내리는 순간에도 얼어가는 안나가 몸을 녹이도록 벽난로에 불을 떼는 젠틀맨은 "누군가를 위해서는 기꺼이 녹을만한 가치가 있지.(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라고 말한다. 천진난만하기만 한 올라프가, 관객들에게 엘사 이상으로 사랑받는 데 성공한 이유다.
"I like the open gates" - Anna
이런 올라프와 안나 덕분인지, 겨울왕국이 정의한 사랑은 수많은 정의 속에서도 다시 한 번 고유한 메시지를 갖는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일을 자신의 일보다 우선시 하는 것이야. (Putting someone else's needs before yours - 올라프)'. 비록 내 몸이 사라진다 하여도, 비록 내 몸이 얼어버린다 하여도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가 녹아내린 물로 산다 해도 괜찮겠지. 그것은 고독한 얼음이 되는 것보다 훨씬 세상에 위로가 되니까. 당신이 옆에 없다면 아름다운 얼음성 또한 소용이 없을 테니까.
결국 엘사가 '사랑(Love)'을 깨달았을 때서야, 꽁꽁 언 아렌델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어느새 사랑이, 마법에 걸린 아렌델처럼 Frozen 된 것 같은 시대에, 디즈니는 그렇게 사랑을 이야기 하고 싶었나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