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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파 청산, 친노 겨냥한 게 아니다"

[동행인터뷰②] 설 연휴 충청-호남 순회하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

등록|2014.02.02 11:45 수정|2014.02.02 12:23

생각에 잠긴 김한길 대표"저는 '친노'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정확한 말은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청산하자'는 것이었다. 분파의 이익이 당의 이익보다 앞서는 행태, 국민의 이익보다 분파의 이익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것을 넘어서자는 의미였다." ⓒ 이희훈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민생사안을 잘 챙겨 왔다고 평가받는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활약했다. 그것에 비해 민주당 지지율은 여전히 낮다. 평가가 야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당 대표가 되면서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다. 그것이 우리 당의 지향점이다. 을지로위원회의 성과는 우리 정치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민생현장에서 정치의 중재 기능을 처음으로 보여줬다. 민생은 챙기지 않고 국정원 사건에만 집중한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을지로위원회의 활약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평가는 왜 그렇게 박할까.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이번에 세배를 다니면서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까지 4대 종단에 어르신들과 만나면 한결같이 민주당이 하나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당이 뭔가 통일된 모습, 하나된 모습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내 분파주의 청산을 강조했다. 이것이 소위 친노세력을 겨냥한 말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대표의 생각과 같은가?
"저는 '친노'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정확한 말은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청산하자'는 것이었다. 당 대표에 선출될 때만 해도, 당원들과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당의 계파를 청산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처럼 계파가 없는 사람이 대표가 된 거다. 분파주의를 청산한다는 얘기는 당 내에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분파의 이익이 당의 이익보다 앞서는 행태, 국민의 이익보다 분파의 이익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것을 넘어서자는 의미였다."

- 하지만 최근 있었던 당직 인선을 놓고 친정 체제라는 말과 함께 김한길 대표가 또 다른 계파를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언론의 보도는 오보라고 생각한다. 김한길이 계파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 안에 없을 것이다. 나는 친한 사람들 모아서 밥 한 번 먹은 적도 없다. 20년 가까이 정치를 해오면서 계파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또 그런 걸 하기에도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 다른 정치인들과 공통점이 별로 없다. 적어도 우리 당 의원들은 김한길이 자기 계파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적 합의를 통한 대북정책 필요하다"

▲ "무엇을 가지고 '우클릭'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언제 대기업은 규제의 대상이라고 말했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왜 우클릭이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고 본다." ⓒ 이희훈


- 대표 취임 후 당이 '우클릭'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중도노선으로 가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무엇을 가지고 '우클릭'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언제 성장에는 관심 없고, 분배에만 관심이 있는 정당이었나? 우리가 언제 대기업은 규제의 대상이라고 말했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왜 우클릭이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고 본다.

우리도 북한 인권에 대해 분노할 건 분노하고, 안타까워 할 건 안타까워 한다. 마치 민주당은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실제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자들이 모인 민주당이 어찌 인권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겠나. 원래 우리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체성에 대해 말한 것이지, 우클릭이 아니다."

-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 이후 '햇볕정책2.0'을 이야기했다. 일부 보수언론은 기존의 햇볕정책에 대한 반성과 수정이라고 말한다. 애초 '통일'은 민주당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그것마저 보수진영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느닷없이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환영했다. 어쨌든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랬다. 통일이 가져올 이익과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그 말에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일로 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었다. 어찌 보면 북이 급격히 무너지는 걸 기다려 흡수통일을 생각하는 것 같다. 점진적 통일을 말하지도 않았다. 결과만 말하고 가는 길은 얘기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햇볕정책의 공식적인 용어는 '대북포용정책'이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이라고 했지만 요지는 반포용 정책이었다. 그 결과 북핵은 오히려 더 고도화됐고, 남북 긴장관계는 더욱 심화됐다. 일본의 군사화가 진행됐고, 미중 관계의 긴장이 심화되면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선택은 무엇이어냐 하는가. 반포용 정책이 실패했으니 포용정책이 답이다.

그렇다고 예전의 포용정책이 맞나? 처음에 햇볕정책을 만들었던 분들도 그렇게 생각 안한다. 시대에 맞는 계승 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무력도발은 허용하지 않는다, 북을 해치거나 체제전복을 도모하지 않는다,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화해 협력에 나선다는 게 대북포용정책의 세 가지 대원칙이다. 이것을 기본으로 햇볕정책도 시대적 환경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이렇게 바뀌어선 안 된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목소리 커져도 부담되지 않는다"

- 당의 혁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부 의원들은 혁신 모임을 만들어 따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도부가 자리를 내놓을 각오로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또 다시 민주당의 분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다양한 혁신안이 나오는 게 좋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니 전혀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절대 몸 사릴 때 아니다. 어떤 혁신안이 제시됐을 때 우리가 고통스럽다고 피해가자고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혁신안이라면 수용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 혁신의 지향점이나 목표점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혁신안을 이야기할 수 있나?
"정치가 국민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는 게 대원칙이다. 구체적인 혁신안은 며칠 후에 발표가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것을 바탕으로 회의를 거쳐 결정된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누리꾼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첫 번째 연말 국회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이 통과된 것처럼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계속 양보만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외촉법은 타협한 걸로 볼 수 있다. 외촉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의총 때 의원에게 다 설명했다. 잘못된 부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통과시킨 게 아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으면 우리가 대비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타협을 한 것이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게 훨씬 크다. 부자 증세와 무상보육예산, 쌀 직불금 문제 등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많이 얻어냈다. 정치에서 타협하지 말라는 것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의미다."

- 대선 1년을 기점으로 문재인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다. 부담되지 않나?
"부담될 건 없다. 민주당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해 줄 분이다. 오히려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문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면 김한길의 목소리가 작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량 있는 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다."

- 세배를 다니고 있으니 <오마이뉴스> 독자들께도 신년인사 부탁한다.
"오마이뉴스 독자 분들 새해 인사드립니다. 갑오년 청마의 해라고 하는데, 그 기운이 여러분에게도 융성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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