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붙겠어?"...딸아이가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
[공모- 내 나이가 어때서] 45살 주부인 나, 공무원 시험에 도전중
설 연휴가 끝났다. 마음 편히 먹고 자고 즐겨야 할 연휴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꽤 오랜만이다. 임시로 하던 일의 계약 기간이 끝나서 지난해 12월 말 백수가 되었다. 그 즈음 만난 한 공무원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그렇게 계속 불안정한 일을 하지 말고 정년까지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일을 해 보는 게 어때? 넌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고 경증이지만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사회복지직 장애인할당'에 도전해 보지 그래? 조금만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을 거야."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나이 먹어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데 괜찮을까
나는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번도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닌 적이 없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을 했지만, 모두 단기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에 불과했다. 단체 활동도 했지만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급여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 상태로 생계를 꾸려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단기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계약종료가 되면 적잖은 심리적인 불안과 낭패감을 맛보아야만 했다. 내 감정이 정서불안자의 심리곡선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직종이라 여겨 왔다. 나처럼 따지기 잘하고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의 사람이 꽉 막힌 조직 사회 안에서 견딜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공무원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지금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솔깃했다. 아니, 불안정한 일자리를 자꾸 되풀이 해서 경험하다 보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 셈이다.
'공무원 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던데 합격할 수 있을까? 경쟁률도 엄청나고 한 번에 붙기 힘들다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나이 먹어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데 괜찮을까? 공부 한다고 큰소리 쳐 놓고 떨어지면 얼마나 창피할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나는 '그래, 해 보지 뭐. 그까짓 게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시험 정보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도 불리했다. 시험은 3월 22일, 석 달도 안 남겨 놓고 모두 다섯 과목의 공부를 시작하다니 무모하다고 해도 별 수 없었다. "열심히 해서 붙으면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꿈(?)에 매달릴 뿐이었다. 일단 교재부터 사기로 했다. 주변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기출문제집을 한 권 사서 푸는 게 최고"라 하길래,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샀다. 공통 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 문제들을 훑어보았다. 국어는 그렇다 치고, 워낙 못하는 영어는 스무 문제 중 절반도 못 맞힐 것 같았다.
한숨이 나왔다. 안 되겠다 싶어 주변에 있는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래저래 해서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했으니 선배님이 과외(?)를 좀 해주셔야 겠어요."
선배는 내 영어 실력을 체크하더니 중학교 수준의 <성문기초 영문법>책을 사 주셨다. "이 책을 딸딸 욀 정도로 확실히 익히면 절반은 맞힐 수 있을 거야"하면서. 나는 "3개월도 안 남은 시험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창피함은 감수 해야지"하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사방천지 집안일이 널려 있는데 무슨 공부고 무슨 시험
이제 본격적으로 공무 모드에 돌입! 뭐, 듣기 좋은 말로 '공부는 시도 때도 없는 거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다'라지만, 중학생 딸을 두고 있는 마흔 다섯 아줌마가 교재 짊어지고 도시락까지 싸들고 도서관에 드나들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딸에게도 당당하게 말했다.
"나 3월에 공무원 시험 볼 거야. 그래서 이것저것 신경 못 쓰니까 네 일은 알아서 잘해."
"알았어, 엄마. 근데 그거 되게 어렵지 않아? 엄마가 붙을 수 있겠어?"
딸아이는 짐짓 못 믿겠다는 투로 말한다. 으으, 자존심 상한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부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내가 처한 상황은 온전히 공부만 할 수 있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은 물론 집에서도 공부만 해야 할 판국인데, 집에 있으면 도무지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사방천지 집안일이 널려 있는데 무슨 공부고 무슨 시험인가 말이다. 더구나 아이가 방학이라 끼니까지 챙겨줘야 한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오롯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주부에게 집은 그런 곳이다.
"나와 같이 시험을 준비 하는 사람들의 상황도 다 똑같지는 않겠지. 일하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장애인끼리 경쟁하니까 더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이만하면 내가 공부하는 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은 거지."
스스로 위로하면서 적응해 가고 있다. 어떤 날은 그럴싸한 핑계를 대면서 그토록 좋아하는 술, 어떻게 한 잔 먹어 볼까,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공부를 시작한 지 2주쯤 되었나, 지리멸렬하고 답답한 느낌이 엄습했다. 산에 가자는 지인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라 안부를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나 요즘 공무원 시험 준비 하느라 공부 하고 있어."
조금 놀라는 표정들이다.
"그 나이에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참 대단하다."
혼자 속으로 대답한다. '그러게 말이야. 어쩌다 내가 이 나이에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공부하다 카톡하다... 스마트폰의 유혹, 어떡하지
하지만 재미도 있다. 특히, 학창 시절에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한국사'가 너무 재미있다. 그때는 무조건 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식하게 공부했지만, 지금은 전체적인 맥락을 봐가면서 읽으니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정말 공부를 안 하기는 안 했구나' 실감할 정도로 새로운 내용이 많았다. 학창 시절에 이렇게 공부에 재미를 붙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도서관 드나드는 재미도 여간 아니다. 중고등학생들 드나드는 곳에 끼어 다 늙은 중년 아줌마가 가방 들고 왔다 갔다 하니 힐끗 쳐다보는 학생들도 있지만 나는 왠지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또 하나, 젊은 애들과 내가 똑같은 점도 있다. 책 펴놓고 스마트폰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나 역시 그 대열의 한 명이라는 걸 발견하고 적잖이 놀랐다. 애나 어른이나 똑같이 스마트폰의 위력(?)에 꼼짝 못하는 모습이다. 공부하면서 카톡하는 '멀티 플레이'가 나의 새로운 자화상이 된 것이다. 이게 미친 짓이 아니고 뭘까, 중얼거리면서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하지 않을까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나는 조금만 지루하면 카톡으로 수다를 떨었다. 나이 들어서 공부하려니 역시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기다 '내일 아침엔 뭘 해 먹을까?', '이번 설에는 시댁에 어떤 선물을 해야 좋아할까?' 걱정까지 해야 하니, 휴….
공부 시작한 지 한 달이 될 무렵, 도서관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다.
"안 하던 공부를 하면서 제일 먼저 느낀 점! 공부라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집중만 제대로 한다면. 이것만 죽을 때까지 하라면 하겠다. 먹여 살려만 준다면. 마음이 급해 차분히 책을 읽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이렇게 계속한다면 결과는 빤하겠지만. 하지만 도서관에 드나드니 나이를 잊는다.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나이를 잊은 듯하니 예전엔 진짜 철이 없었나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오늘도 여전히 '인생 공부'만 하다가 간다. 간혹 희끗희끗한 사람들을 보면 동병상련을 느낀다."
페이스북에 짧게 올리고 보니 제대로 글 쓰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결국 멀티미디어실에 와서 이 기사를 쓴다. '난 글 쓰는 게 제일 행복한데, 어쩌다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신세 한탄 속에 글을 마무리 하려는 찰나… 앗, 마침 <오마이뉴스> 광장에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기사공모가 올라왔네? 풀죽어 있던 내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돈다. 이건 글을 쓰라는 '신의 계시'가 분명하다고 박박 우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흠, 그래도 오늘 공부할 목표량은 마저 해야지... 쩝.
"그렇게 계속 불안정한 일을 하지 말고 정년까지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일을 해 보는 게 어때? 넌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고 경증이지만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사회복지직 장애인할당'에 도전해 보지 그래? 조금만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을 거야."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나이 먹어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데 괜찮을까
나는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번도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닌 적이 없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을 했지만, 모두 단기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에 불과했다. 단체 활동도 했지만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급여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 상태로 생계를 꾸려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단기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계약종료가 되면 적잖은 심리적인 불안과 낭패감을 맛보아야만 했다. 내 감정이 정서불안자의 심리곡선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직종이라 여겨 왔다. 나처럼 따지기 잘하고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의 사람이 꽉 막힌 조직 사회 안에서 견딜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공무원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지금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솔깃했다. 아니, 불안정한 일자리를 자꾸 되풀이 해서 경험하다 보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 셈이다.
'공무원 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던데 합격할 수 있을까? 경쟁률도 엄청나고 한 번에 붙기 힘들다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나이 먹어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데 괜찮을까? 공부 한다고 큰소리 쳐 놓고 떨어지면 얼마나 창피할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나는 '그래, 해 보지 뭐. 그까짓 게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 공부할 때 필요한 교재들요즘 내가 공부하고 있는 교재들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 문세경
시험 정보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도 불리했다. 시험은 3월 22일, 석 달도 안 남겨 놓고 모두 다섯 과목의 공부를 시작하다니 무모하다고 해도 별 수 없었다. "열심히 해서 붙으면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꿈(?)에 매달릴 뿐이었다. 일단 교재부터 사기로 했다. 주변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기출문제집을 한 권 사서 푸는 게 최고"라 하길래,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샀다. 공통 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 문제들을 훑어보았다. 국어는 그렇다 치고, 워낙 못하는 영어는 스무 문제 중 절반도 못 맞힐 것 같았다.
한숨이 나왔다. 안 되겠다 싶어 주변에 있는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래저래 해서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했으니 선배님이 과외(?)를 좀 해주셔야 겠어요."
선배는 내 영어 실력을 체크하더니 중학교 수준의 <성문기초 영문법>책을 사 주셨다. "이 책을 딸딸 욀 정도로 확실히 익히면 절반은 맞힐 수 있을 거야"하면서. 나는 "3개월도 안 남은 시험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창피함은 감수 해야지"하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사방천지 집안일이 널려 있는데 무슨 공부고 무슨 시험
이제 본격적으로 공무 모드에 돌입! 뭐, 듣기 좋은 말로 '공부는 시도 때도 없는 거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다'라지만, 중학생 딸을 두고 있는 마흔 다섯 아줌마가 교재 짊어지고 도시락까지 싸들고 도서관에 드나들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딸에게도 당당하게 말했다.
"나 3월에 공무원 시험 볼 거야. 그래서 이것저것 신경 못 쓰니까 네 일은 알아서 잘해."
"알았어, 엄마. 근데 그거 되게 어렵지 않아? 엄마가 붙을 수 있겠어?"
딸아이는 짐짓 못 믿겠다는 투로 말한다. 으으, 자존심 상한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부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내가 처한 상황은 온전히 공부만 할 수 있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은 물론 집에서도 공부만 해야 할 판국인데, 집에 있으면 도무지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사방천지 집안일이 널려 있는데 무슨 공부고 무슨 시험인가 말이다. 더구나 아이가 방학이라 끼니까지 챙겨줘야 한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오롯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주부에게 집은 그런 곳이다.
"나와 같이 시험을 준비 하는 사람들의 상황도 다 똑같지는 않겠지. 일하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장애인끼리 경쟁하니까 더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이만하면 내가 공부하는 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은 거지."
▲ 쌓인 설거지들집에 오면 집안일 하느라 공부를 할 수가 없다. ⓒ 문세경
스스로 위로하면서 적응해 가고 있다. 어떤 날은 그럴싸한 핑계를 대면서 그토록 좋아하는 술, 어떻게 한 잔 먹어 볼까,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공부를 시작한 지 2주쯤 되었나, 지리멸렬하고 답답한 느낌이 엄습했다. 산에 가자는 지인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라 안부를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나 요즘 공무원 시험 준비 하느라 공부 하고 있어."
조금 놀라는 표정들이다.
"그 나이에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참 대단하다."
혼자 속으로 대답한다. '그러게 말이야. 어쩌다 내가 이 나이에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공부하다 카톡하다... 스마트폰의 유혹, 어떡하지
하지만 재미도 있다. 특히, 학창 시절에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한국사'가 너무 재미있다. 그때는 무조건 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식하게 공부했지만, 지금은 전체적인 맥락을 봐가면서 읽으니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정말 공부를 안 하기는 안 했구나' 실감할 정도로 새로운 내용이 많았다. 학창 시절에 이렇게 공부에 재미를 붙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도서관 드나드는 재미도 여간 아니다. 중고등학생들 드나드는 곳에 끼어 다 늙은 중년 아줌마가 가방 들고 왔다 갔다 하니 힐끗 쳐다보는 학생들도 있지만 나는 왠지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또 하나, 젊은 애들과 내가 똑같은 점도 있다. 책 펴놓고 스마트폰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나 역시 그 대열의 한 명이라는 걸 발견하고 적잖이 놀랐다. 애나 어른이나 똑같이 스마트폰의 위력(?)에 꼼짝 못하는 모습이다. 공부하면서 카톡하는 '멀티 플레이'가 나의 새로운 자화상이 된 것이다. 이게 미친 짓이 아니고 뭘까, 중얼거리면서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하지 않을까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나는 조금만 지루하면 카톡으로 수다를 떨었다. 나이 들어서 공부하려니 역시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기다 '내일 아침엔 뭘 해 먹을까?', '이번 설에는 시댁에 어떤 선물을 해야 좋아할까?' 걱정까지 해야 하니, 휴….
공부 시작한 지 한 달이 될 무렵, 도서관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다.
"안 하던 공부를 하면서 제일 먼저 느낀 점! 공부라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집중만 제대로 한다면. 이것만 죽을 때까지 하라면 하겠다. 먹여 살려만 준다면. 마음이 급해 차분히 책을 읽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이렇게 계속한다면 결과는 빤하겠지만. 하지만 도서관에 드나드니 나이를 잊는다.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나이를 잊은 듯하니 예전엔 진짜 철이 없었나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오늘도 여전히 '인생 공부'만 하다가 간다. 간혹 희끗희끗한 사람들을 보면 동병상련을 느낀다."
페이스북에 짧게 올리고 보니 제대로 글 쓰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결국 멀티미디어실에 와서 이 기사를 쓴다. '난 글 쓰는 게 제일 행복한데, 어쩌다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신세 한탄 속에 글을 마무리 하려는 찰나… 앗, 마침 <오마이뉴스> 광장에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기사공모가 올라왔네? 풀죽어 있던 내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돈다. 이건 글을 쓰라는 '신의 계시'가 분명하다고 박박 우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흠, 그래도 오늘 공부할 목표량은 마저 해야지... 쩝.
덧붙이는 글
내 나이가 어때서 공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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