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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임금 232원... 사람다운 삶은 없다"

[현장] 대전 둔산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부권 결의대회

등록|2014.02.04 16:23 수정|2014.02.04 16:37

노동조합 활동 보장하라!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인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초거대기업 삼성! ⓒ 김병준


"노동조합 인정하고,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40여 년 전, 청계천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며 마지막으로 외친 구호가 아니다. 2014년 2월 4일 오전 10시 반, 대전 둔산동 삼성전자서비스 둔산센터 앞에서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오늘 외쳤던 구호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아래 삼성서비스지회)가 4일 하루 파업을 결의하고 향후 쟁의행위를 통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바서비스 둔산센터 앞에는 대전·충남 지역의 조합원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삼성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는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건당 수수료'라는 기이한 임금 체계 안에서 최소한의 생활임금조차 보장이 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재 임금체계에서는 직접적인 수리 시간을 제외한 이동시간, 고객에게 설명하는 시간, 출장시간 등 대부분의 노동시간을 무급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수리시간 분당 232원이 책정돼있는 임금체계로는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없다"고 호소했다.

"삼성과 하청업체, 노조탄압 심각해"

집회 참석자들하청업체가 40% 이상의 수당을 착복하고 있다며 회계장부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 김병준


삼성서비스지회는 자동차 유류비, 수리비, 전화요금 등도 지원이 되지 않아 실질적인 임금은 명세표 상의 임금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기본급은 최소화된 상황에서 각종 수당을 통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삼성에서 용역업체에 지급한 총액에서 40% 이상이 삭감돼 노동자들에게 지급된다. 때문에 이들은 수리기사들의 실질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발언에 나선 조민제 지부장(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던 삼성 초대 회장의 뒤를 이어 지금도 삼성에서는 상당수의 노조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에게는 일감을 주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용역업체도 원청인 삼성도 노동조합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와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며 삼성과 하청업체의 노조탄압을 규탄했다.

삼성을 바꾸자! 우리 삶을 바꾸자!하청업체를 통해 계약하고 있지만, 원청인 삼성이 변하지 않으면 AS기사들인 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의 삶은 바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병준


이어서 발언에 나선 이강남 사무처장(민주노총 대전본부)은 "이 나라의 임금체계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운을 뗐다. 이 사무처장은 "기본급을 최소화하고, 각종 수당을 통해 임금을 지급함으로 인해 수당을 조작하거나, 줄이게 되면 생활임금 조차 보장이 안되고 있는 것이 현장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이러한 비인간적인, 비민주적인 임금체계를 용인하고 있는 반노동정권이 바로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현대는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도, 삼성은 절대 불법파견 판정을 받지 않는다'는 말들을 한다"면서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않은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초거대 기업 삼성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이런 비상식적인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불법 부당한 정권에 맞서 날세게 투쟁하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항상 그 투쟁의 선봉에서 동지들과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처장의 발언은 다가오는 2·25 국민파업을 통해 정권의 잘못된 노동정책을 바꿔내겠다는 이야기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집회 참석자들!"노동조합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병준


삼성서비스지회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로복과 장갑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자신들과 같은 하청업체 기사들에게 유니폼을 지급하는 것은 자신들이 삼성의 직원인 것처럼 고객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향후 원청인 삼성을 상대로 해 사용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들은 4일 오후 1시 삼성전자서비스 동대전센터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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