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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무죄→유죄... 영화같은 살인사건의 결말은?

[해외리포트] 이탈리아 법원 아만다 녹스에 '유죄'... 다시 송환될까

등록|2014.02.05 17:16 수정|2014.02.05 17:16
2014년 1월 30일, 이탈리아 법원이 내린 한 판결이 이탈리아와 영국, 미국 세 나라를 흔들었다.

판결의 주인공은 지난 2007년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일명 '아만다 녹스 살인사건'의 아만다 녹스다. 그동안 유죄와 무죄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아만다 녹스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아만다 녹스와 라파엘레 솔레치토(또 다른 피의자인 루디 구데는 1심에서 30년 형을 받고 항소심에서 16년으로 감형돼 현재 복역 중)에 대해 이탈리아 피렌체 법원이 기존 판결을 번복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이탈리아 법원이 피의자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데다, 앞서 무죄를 받고 미국으로 간 아만다 녹스를 다시 송환해 재수감하느냐가 논란거리로 남을 예정이다.

미국 국적의 아만다 녹스(27)는 지난 2007년 이탈리아 중부도시 페루지아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중 룸메이트였던 영국 학생 메레디스 커처(당시 21세)를 살해한 혐의로 이탈리아 경찰에 의해 현지에서 구속 기소됐다. 당시 이탈리아 검찰은 녹스가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컴퓨터 공학도 라파엘레 솔레치토(29·이탈리아)와 이웃에 살던 마약거래상 루디 구데(당시 20세·코트디부아르 출신 이민자)등과 함께 커처에게 집단 성관계를 강요했고 이 와중에 다툼이 일어 살인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은 이들 세 명을 모두 구속 기소했다.

녹스는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이웃의 다른 이민자 파트릭 루뭄바가 마약을 한 상태에서 커처를 성폭행하다가 살인한 것을 목격했다는 거짓 증언을 해 수사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루뭄바를 지명수배 해 구속했지만, 결국 이 사실은 녹스의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후 법원은 녹스에게 루뭄바에게 피해보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무죄 판결 받고 석방된 녹스가 다시 재판 받은 건...

▲ 지난 2007년 룸메이트 살해 혐의로 이탈리아 검찰에 구속되 유죄와 무죄를 오가던 아만다 녹스가 지난 달 30일 이탈리아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 받았다.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사건 발생 2년 뒤인 2009년 12월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녹스에게 26년, 솔레치토에게 25년, 구데에게 30년의 징역형을 내렸으나, 녹스와 솔레치토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당시 녹스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의식이 없었기에 살인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솔레치토 역시 현장에 있었을 뿐 사건과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솔레치토의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는 연약한 성품의 소유자이기에 살인은 가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 녹스의 가족과 부모는 이탈리아 경찰과 법원의 부당함, 평소 녹스가 금욕적인 생활을 해 온 모범생임을 강조해 언론의 동정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녹스와 솔레치토는 페루지아시의 각종 학생활동에 모범적으로 참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녹스의 가족은 미국의 자국민 보호법을 동원해 미국에서 파견된 법의학전문 수사관들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수사관들은 피의자들의 DNA 검출 시기가 사건발생 후 40일이란 점을 강조하며 증거 불충분을 주장했고, 이로 인해 녹스와 솔레치토는 2011년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아만다 녹스는 미국으로 돌아가 시애틀 집에 머물며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일약 유명인이 됐다. 이외에도 녹스는 인세 400만 달러를 받으며 책을 출간했고 이 사건은 미국에서 TV영화 <아만다 녹스: 이탈리아 살인 재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 녹스 역으로 출연했던 여배우 헤이든 파네티에는 "아만다는 나쁜 여자가 결코 아니다, 살인의도도 없었고 최대한의 금욕생활을 해온 점도 있기에 난 그녀를 칭찬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고 발언해 비난받기도 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 커처의 부모와 가족들은 영화의 상영중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26일, 이탈리아 대법원이 이탈리아 검사들과 피해자인 커처 가족측 변호사들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탈리아 대법원의 재심 명령은 아만다 녹스의 유죄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피렌체 법원은 피의자들에게 원심보다 더 가중한 형량을 선고했다. 아만다 녹스에게는 살인과 성폭행 혐의로 28년 6개월을, 솔레치토에게는 25년을, 구데에게 16년(그는 현재 이미 복역 중)을 선고했다.

"미국인 보호법을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알렉산드로 넨치니 판사는 14개 항목에서 녹스에게 살인 혐의가 있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녹스와 솔레치토 두 사람은 살인현장을 살인 순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데에게 커처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그동안 이들의 모든 집단 성관계 및 살인사건이 모두 녹스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고 녹스가 사건 발생 초기 경찰에 가짜 증언을 해 수사에 혼선을 빚은 점, 이후 전 세계 언론을 이용해 동정심을 유발한 점 등을 볼 때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재수사 하는 가운데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녹스는 알려진 것과 달리 평소에 술과 마약, 불특정 다수와의 집단 성관계 등을 하는 등 타락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 커처 가족은 "정당한 판결이었다"면서 반겼다. 반면 미국에서 이 소식을 들은 녹스는 ABC, NBC-TV들과의 인터뷰에서 "절대로 이탈리아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전 미국인이 나와 함께 해 줄 것을 내 가족과 함께 호소한다"고 여론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이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법률가인 알란 더쇼비치(Alan Dershowitz)는 "미국은 자국민을 위해 다른 나라들에 범인 인도를 주장하는 나라로 제일 유명하다, 이 법(자국민 보호법)을 가장 많이 활용하여 득을 보는 나라다"라며 "아만다 녹스 한 사람으로 인해서 이 같은 범인송환에 먹칠을 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녹스는 이미 두 번씩이나 살인 최고형으로 지목되었다는 것"이라며 "더 이상 억울함을 주장하며 미국인 보호법을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건, 당분강 미국과 이탈리아 간에 이중재판 관련 공방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앞서 무죄를 받고 풀려난 녹스에 대해 다시 재판을 진행한 것은 일사부재리(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것)의 원칙에 어긋나는 이중재판에 해당돼 문제라는 것이다.

한편 아직 이탈리아측이 미국에 녹스의 송환을 요청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탈리아가 녹스의 인도 요청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이탈리아가 미국 정부 측에 아만다 녹스가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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