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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바람을 등지지 않아요... 왜?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60] 對

등록|2014.02.06 14:32 수정|2014.02.06 14:33

마주할 대(對)는 주로 제례에 사용되는 악기를 향해 쌍으로 마주 앉아 있는 형태에서 ‘대하다, 마주하다’의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 漢典

바람이 불면 새는 꼭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앉는다고 한다. 불어오는 바람을 피해 등을 돌려 앉으면 꼬리 깃털이 바람에 꺾여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를 괴롭히는 '힘든 일'이 불어닥칠 때 그것을 회피하는 것은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당당하게 마주해야 한다. 그 어려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해법도 나오고 경험도 쌓여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주함'은 그래서 현실을 살아가는 작지만 용기 있는 도전이자 출발선의 의미를 갖기에 충분하다.

마주할 대(對, duì)는 왼쪽에 걸림목이 있는 받침대에 횡목을 걸치고 그곳에 어떤 물건을 올려놓은 뒤 오른쪽으로는 그 물건을 손(寸)으로 잡으려는 모양이 담겨있다. 주로 제례에 사용되는 악기를 향해 쌍으로 마주앉아 있는 형태에서 '대하다, 마주하다'의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을 마주하고, 그것을 인식해 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이를 때, 증세에 따라 처방한다는 의미로 '대증하약'(對症下葯)이라고 한다. 마주하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우리의 태도나 말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선생 앞에서는 글 공부에 대해 말하고, 백정 앞에서는 돼지 얘기를 한다'(對着先生就講書, 對着屠夫就講猪)라고도 한다.

무엇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삶

마주한 현실의 상황과 대상을 고려하지 않으면 "소 귀에 대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對牛彈琴)" 같이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중국 속담에서는 어떤 사람이 일을 잘못했다면 그 일에 대해서만 질책해야지, 그 사람 자체를 꾸짖는 것은 피하라(對事不對人)고 충고하기도 한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는 그의 시 <단가행>(短歌行)에서 "술을 마주하고 노래하나니, 인생이 길어야 얼마인가 / 비유컨대 아침이슬 같으려니 지난날 괴로움만 많았구나"(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고 노래한다. 여기서 술을 마주하고 노래하다는 '대주당가(對酒當歌)'는 방탕한 생활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 사람이 무엇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과 향기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안정적인 것과 마주하고 싶어하고, 확실한 것을 찾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불확실함과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그 불확실함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인생의 가능성은 훨씬 커질 것이고 삶은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마주 앉는 새처럼 두렵더라도, 불확실한 현실을 향해 당당하게 마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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