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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강간미수 26명 중 8명은 '견책'에 그쳐

[단독]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3459건 성 군기 위반사건 분석

등록|2014.02.09 11:42 수정|2014.02.09 13:13

지난 5일 국방부가 성 군기 위반 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벌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난 6년 동안 총 3459건(간부 558건, 병사 2882건, 군무원 19건)에 달하는 성 군기 위반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간·성추행·성희롱·음란물 배포·성매매 등이 하루에 약 1.6건씩 발생한 것이다.

특히 육군은 전체사건의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처벌 수준은 다른 군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6년 동안 육군에서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을 일으킨 24명 가운데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9명에 불과했고 8명은 사실상 경고 수준의 미비한 징계인 '견책'을 받았다.

또한 총 195건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간부들 가운데 46명에게만 견책을 내렸다. 징계를 유예한 사건도 16건에 이르렀다. 파면·해임·강등과 같은 최고 수위 징계를 받은 인원도 7명에 불과했다. 강등 2명, 영창 1769명 등의 징계를 받은 병사들과 비교할 때도 그 처벌수준이 낮다.   

강간에 견책 처벌한 육군, 징계유예 없는 공군

<오마이뉴스>가 전해철 민주당 의원에게 입수한 국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군의 성 군기 위반사건은 지난 2008년 362건, 2009년 441건, 2010년 565건, 2011년 696건, 2012년 735건으로 계속 증가해왔다. 2013년은 639건으로 전년에 비해 처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육군에서 발생한 사건은 2008년 342건, 2009년 411건, 2010년 499건, 2011년 630건, 2012년 647건, 2013년 619건으로 총 3146건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사건의 약 91%에 해당되는 수치로 전 군에서 육군이 차지하는 비율이 80% 가량(육군 약 52만 명, 해군 약 6만8000명, 공군 약 6만5000명)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해군에서는 총 209건, 공군에서는 총 104건의 성 군기 위반사건이 발생했다. 군무원을 포함한 하사 이상 간부급에서 발생한 성 군기 위반사건도 같은 기간 육군이 463건, 해군이 61건, 공군이 53건으로 육군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다.

6년 동안 간부급(군무원 포함) 이상에서 발생한 성 군기 위반사건(577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성추행과 성희롱이 각각 총 230건과 122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는 불륜 79건, 음란물 유포 등 기타사건 67건, 성매매 51건, 강간 및 강간 미수사건 28건으로 나타났다. 

이를 각 군별로 분류하면 육군의 경우 성추행 195건, 성희롱 84건, 불륜 79건, 음란물 유포 등 기타 사건 30건,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 24건으로 나타났다. 해군은 같은 기간 성추행 17건, 성희롱 16건, 강간 및 강간미수 3건, 기타 사건 25건, 공군은 성희롱 22건, 성추행 18건, 기타 사건 12건, 강간 1건이 일어났다.

강간 및 강간미수, 성추행 등 강력 범죄에 해당하는 성 군기 위반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건 육군이지만 처벌 수위로 보면 거꾸로다. 육군에서 6년 동안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을 일으킨 24명 가운데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9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인원은 감봉(3명), 근신(4명) 등의 경징계를 받았고, 8명은 사실상 경고수준의 미비한 징계인 '견책'을 받았다. 발생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해군(3건)과 공군(1건)에서는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에 모두 감봉 이상의 징계를 내렸다.

성추행 사건에서도 육군의 솜 방망이 처벌이 드러난다. 총 195건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간부들 가운데 46명에게 견책 정도의 처벌을 내렸고 징계를 유예한 경우도 16명에 이른다. 이밖에 감봉 57명, 근신 31명 등 대부분이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이들 가운데 정직 처벌을 받은 인원은 39명, 파면·해임·강등과 같은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은 인원은 7명에 불과했다.

해군은 성추행 사건 17건 가운데 4건을 견책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사건 관계자에게는 모두 근신 이상의 처벌을 내렸다. 공군의 경우 견책과 징계유예 없이 대부분 감봉 이상의 처벌을 받았다.

같은 기간 성 군기 위반사건을 일으킨 병사들은 강등 2명, 영창 1769명, 휴가 제한 982명, 근신 125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번 국방부 자료에는 병사들의 사건유형 통계가 포함돼 있지 않아서 그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국방부 "성 군기 위반사건에 '무관용 원칙' 적용해 엄벌"

▲ 육군 훈련병들(자료사진). 이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연합뉴스


한편 국방부는 지난 5일 군 성 군기 위반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벌하겠다며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을 개정해 법률 전문가인 군 법무관이 성 군기 위반사건의 조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그동안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처벌해 왔던 것을 군 법무관이 징계 절차를 전담하면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징계 절차의 적법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군 법무관이 없는 부대는 성 군기 사건이 발생하면 군 법무관이 있는 상급부대로 사건을 이관해야 한다.

국방부는 또 성 군기 위반사건을 다루는 징계위원회에 여성 위원이 필수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성 군기 위반사건의 징계권자가 처벌을 감경하거나 유예하면 국방부 장관 또는 각군 총장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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