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윤진숙 해수부 장관 전격 경질
정홍원 총리 해임 건의 수용... '자진 사퇴' 아닌 '경질' 카드 선택
▲ 윤진숙 "코막은 것은 감기걸려 배려차원" 여수 기름유출 현장에서 코를 막아 구설수에 오르게 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4일 국회 해수위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입과 코를 가리고 있다. ⓒ 이희훈
[기사 대체 : 6일 오후 8시 20분]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부적절한 처신과 실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잠시 전 윤진숙 장관에 대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해임 건의를 받고 윤 장관을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이 끝난 직후 윤 장관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만나 해임 건의 뜻을 전달하고 박 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정 총리의 보고를 받고 곧바로 정 총리의 해임 건의를 수용했다. 윤 장관에게 자진 사퇴의 기회를 주기 보다 경질하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윤 장관은 취임 10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국무총리의 해임 건의로 국무위원이 경질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3년 10월 고건 전 총리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낙정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했고, 최 전 장관은 취임 14일 만에 경질됐다.
총리 해임 건의, 청와대와 교감 있었나
윤 장관의 해임은 이날 정홍원 총리의 태도 변화에서 이미 감지됐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만 해도 윤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를 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가 오후 들어 "해임 건의를 검토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윤 장관 해임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경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자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윤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날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은 물론 여당도 윤 장관에게 등을 돌린 게 결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윤 장관이 사고 현장을 뒤늦게 방문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것을 두고 "안일한 태도로 임하지 말고 세심하게 처리하라"고 주문했고,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앞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공직자가 없어야 하며, 재발할 시에는 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지난 5일 여수 기름 유출 사고를 논의하는 당정협의에서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이고 어민이 2차 피해자"라고 말하는 등 실언을 반복했고 부적절한 웃음까지 계속되는 등 답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결국 여당 내에서마저 경질론을 불거졌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진숙 장관이 과연 제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모르겠다"며 공개적으로 경질론을 제기했다. 또 새누리당도 대변인 공식 브리핑을 통해 "윤 장관이 어민들의 상처난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질로 민심 수습 나섰지만... 인사 실패 발목 잡힌 박 대통령
'개각은 없다'고 공언해 오던 박 대통령이 결국 민심 수습책으로 '경질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계속되는 인사를 둘러싼 잡음으로 박 대통령이 져야할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윤 장관의 경우 인사 실패의 책임은 고스란히 박 대통령에게 있는 게 사실이다. 윤 장관은 이미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몰라요'로 일관해 여야 모두로부터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야 모두 임명에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을 적극 옹호했다. 박 대통령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청문회에서 너무 당황해 머리가 하얘졌다고 한다, 마음을 가다듬어 잘해보겠다고 하더라"고 하면서 임명을 강행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재임 기간 동안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 바빴고,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위기관리 및 사태 수습 능력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면서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는 박 대통령의 말도 무색하게 됐다.
이에 따라 윤 장관 임명 당시 인사참사의 화룡점정이라며 "해수부의 앞날은 깜깜해질 것이고 박 대통령은 두고두고 화근거리를 안고 가는 결과가 될 것"(박기춘 민주당 의원)이라는 예상도 현실이 됐다.
집권 2년차를 맞아서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인사 실패'에 발목이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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