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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판타지 장르가 이룬 지상 최대의 키스신

[드라마리뷰] 도민준의 초능력이 가장 로맨틱하게 사용된 마지막 장면

등록|2014.02.07 11:42 수정|2014.02.07 11:42
<별에서 온 그대> 15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동안 꽁꽁 감추어졌던 등장인물들의 감정들이 하나 하나 드러나면서, 반전의 묘미와 기막힌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마무리할 단계에 이르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결말을 앞에 두고 <별에서 온 그대> 가 급한 뜀박질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천송이(전지현 분)는 도민준(김수현 분)에게 존댓말을 한다. 그리고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너'라는 호칭을 거침없이 쓰기 시작한다. 도민준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의식한 탓에, 어떤 두려움이나 접근 불가피한 감정들에 휩싸여 경계를 하고 거리를 두는 목적으로 천송이가 존댓말을 쓰게 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400년 전부터 이 땅에 살아왔고, 조선시대 여인을 연모한 적이 있었으며, 12년 전에 자신을 구해준 사실을 믿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난 일종의 우대이며 예우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탓이기도 할 테다.

도민준을 향한 천송이의 사랑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변함없어 왔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반전에 가까우리만큼 예전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도민준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솔직해졌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으며, 사랑을 전했을 때의 기쁨을 누리기 시작했다.

설사 자신이 죽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천송이를 지켜주어야겠다는 다짐이 그를 변모케 했다. 이재경(신성록 분)의 겁박에 눈 하나 꿈쩍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의 위협이 혹시나 천송이를 다치게 할 까봐 그것이 염려스러울 뿐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이 또 다시 후회스러울 수 있다. 이제 도민준은 두 번 다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싶지 않다.

결말 앞두고 빨라진 전개...도민준도 변했다

▲ '별에서온그대' 박해진 ⓒ sbs


이재경의 음모는 거친 속살을 드러내며 여러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급기야 이휘경(박해진 분)도 형의 무시무시한 속내를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는 도민준의 정체까지 동시에 알게 되고 만다. 병실에 누워 있는 채로 도민준의 순간 이동을 목도했고, 이재경이 그에게 협박을 하는 내용의 대화를 직접 듣게 되었으므로.

이 장면은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복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모든 사실과 정체를 다 알게 된 이휘경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이재경의 음모가 수포로 돌아가고 도민준은 천송이와의 사랑을 이루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이휘경과 그를 사랑한 유세미(유인나 분)에게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일일 테지만, 병실에 누워 실눈을 뜬 이휘경의 눈빛이 여간 심상치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그의 희생이 어느 정도는 일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도민준과 천송이의 감정적인 전세가 뒤바뀌고, 이재경의 소시오패스적 만행이 들춰지며, 이를 이휘경이 알게 되는 등의 사건들은 <별에서 온 그대>가 절정에 치닫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재미있었던 장면들이 있었는데 바로 도민준이 이휘경을 질투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결혼을 상상하며 괴로워하는 모습, 천송이에게 '보고 싶다' 는 메시지를 보내 놓고 이 내 부끄러워 시간을 멈추고 순간 이동까지 해가며 다시 삭제하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겉으로 보이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그저 말을 삼키고 마음에 묻는 것이 도민준의 연애방식이었다. 그런데 이제 도민준은 여느 남자들처럼, 아니 그보다 지질한 모습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또 한 남자에게 질투를 느끼고, 그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버럭 화를 내기도, 안절부절 못하기도 한다.

문자 하나 보내는데도 핸드폰을 쥔 채 몇 번이나 망설이는 도민준. 얼떨결에 '보고 싶다'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그녀가 그것을 보게 될까 봐 떨리고 겁이 나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하면서까지 이를 없던 일로 만들어 놓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그 역시 어쩔 수 없이 수줍은 소년일 뿐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게 느껴지던지.

▲ '별에서온그대' 전지현 김수현 ⓒ sbs


그런데 그의 초능력이 막판에 가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멋지고 유려한 장면을 연출해냈다. 15회 마지막 장면에서 도민준과 천송이의 키스신. 이것은 그저 로코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나눈 달콤하기만 한 키스신이 아니었다. <별에서 온 그대>만이 그려낼 수 있는, 판타지 장르여서 가능한, 도민준이 가진 초능력이 가장 로맨틱하게 사용된 지상 최대의 키스신이었다.

그동안 도민준의 초능력은 대부분 천송이의 목숨을 구하는 데 사용됐다. 크루즈 배 난간에서 떨어질 뻔했던 그녀를 구했다거나, 그녀를 태우고 벼랑 끝으로 내달리는 자동차를 두 손으로 막아냈다거나 하는 사건들 말이다. 이 역시 멋있고 아찔했다. 초능력을 가진 자와의 연애를 충분히 동경하게끔 만드는 장면들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모진 말을 하면서 점점 멀어져 가는 천송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려고 어두컴컴한 주변을 휘황찬란한 불들로 장식하고, 먼발치에 있던 그녀를 허공에 띄운 후 자신의 품으로 끌어 오게 하면서, 살포시 품에 안긴 그녀에게 진한 키스를 전하는 도민준의 초능력은 그야말로 판타지 장르가 주는 매력의 절정이었고, 이보다 더 환상적인 로맨티스트는 없다고 여길 만큼 멋져 보였다.

언제쯤일까 했다. 악당을 무찌르고, 목숨을 구하는 정의로운 슈퍼맨의 모습에서 벗어나 그 초능력으로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낭만적 풍경을 그려내는 때가 언제일지 싶었다. 그런데 15회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장면이 마지막을 장식할 줄이야. 판타지 장르의 진정한 정체성이란 바로 이러한 연출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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