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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케이스 일체형 키보드? 난 반댈세

[제이언니의 IT에세이③] 태블릿의 적정 사이즈는 몇 인치?

등록|2014.02.10 15:32 수정|2014.02.10 15:56
나는 태블릿이 처음 나온 시점부터 이 기기의 잠재적인 활용도에 열광하게 되었고 그동안 그로 인한 금전 지출이 만만치 않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태블릿을 샀는데 조금 지나니 더 나은 제품이 등장한다거나, 주변기기를 샀는데 기대보다 활용도가 떨어져서 집구석에 처박아뒀다가 아내에게 타박을 받는 경우.

오늘은 그런 고민들을 잘 다듬어서 나름의 가이드가 된 내용을 나누어 볼까 한다. 누구나가 그랬겠지만 태블릿을 고를 때 가장 고민은 제품의 가격과 성능이다. 줄여서 흔히들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제품에 구매수요가 집중되기 마련이다.

사실 가격은 저렴하면 그만이지만(게다가 점점 가격대는 낮아지는 추세다) 성능은 특정 제품이 좋다고 말할 때 개개인의 비교 인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내 주변 공대 출신의 직장인들은 하드웨어 사양을 주로 비교하는 편이지만 다수의 일반인들은 CPU나 해상도 정도를 확인하고는 디자인이나 사이즈를 주로 보는 듯하다.

태블릿 사이즈가 중요해?

▲ 아이패드 에어(왼쪽)와 2010년 첫 선을 보인 1세대 아이패드 ⓒ 김시연


개인적으로 나는 무엇보다 사이즈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한 번 사이즈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지만(관련 기사 : 7인치 vs. 10인치) 태블릿 사이즈는 좀 더 크게 보냐 작게 보냐의 차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7인치는 아마존 킨들로 대변되는 '전자책 단말기'의 경쟁품으로 그 포지셔닝을 맞춘 것이다. 따라서 7인치 태블릿은 주로 전자책을 보거나 간단한 웹검색 등을 위해 개발되었고 무게도 전자책 단말기와 동일대인 200g 수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반면 10인치로 대변되는 아이패드, 갤럭시탭10.1 등은 넷북, 컴팩트 노트북과 경쟁을 위한 제품으로 단순히 검색이나 전자책 사용을 위한 읽기 도구(Reading Tool)가 아니라 문서작성, 프리젠테이션 등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그래픽 작업도 고려한 쓰기 도구(Writing Tool)에 해당한다.

따라서 무게가 조금 나가더라도 백팩에 들어갈 정도의 사이즈에 노트북보다 가벼우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10인치 태블릿은 600g 수준에서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사이즈가 중요한 이유는 패션코드 즉, 여성의 핸드백에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따로 파우치나 백팩을 준비해야 하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백팩을 어깨에 매는 순간 여성은 옷을 맞춰입기가 쉽지 않다), 또 한편으로는 무게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마존에서 개발한 킨들이 전자책 단말기의 대명사가 된 건, 여성이나 노약자들도 부담없이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200g의 '감성적' 무게를 만족했기 때문이다(대체로 300g이 넘으면 무게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따라서 태블릿 업체들은 7인치와 10인치 제품을 각각 선호하는 구매자를 비교적 명확히 구분짓곤 했다.

급변하는 태블릿 시장

사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런 기준으로 제품을 구입하고 주변에도 권할 수 있었는데 그 사이 제품군이 더욱 다양해지고 기기 자체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갤럭시탭이 이미 7/7.7/8.9/10.1인치의 라인업을 가지게 되었고 갤럭시노트는 8인치와 12.1인치가 추가됐다. 넥서스는 7인치와 10인치를 운영했지만 8인치를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7.9인치의 아이패드 미니와 사이즈가 겹치게 됐다. 킨들 파이어도 7인치와 8.9인치 2개의 사양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도 아이디어패드 7/10인치 및 8인치인 MIIX2와 태블릿 요가를 추가했다.

따지고 보면, 그간 7인치를 순수하게 읽기 도구로만 쓰기에는 뭔가 아쉬운 구석이 있었기에 8인치 사양이 생겨나게 됐고 또 10인치를 노트북처럼 쓰려는 수요가 12인치로의 확장을 욕망하는 셈이다.

그것뿐인가. 태블릿과는 무관해 보였던 스마트폰도 점점 커지는 추세라 스티브 잡스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 4인치 화면은 이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결국 아이폰5는 세로 길이를 추가로 늘렸다).

이렇게 되면 5.7인치 스마트폰 사용자가 굳이 7인치 태블릿을 구입할 이유가 없게 되므로 태블릿의 적정 사이즈도 8인치 이상이 되는 게 합리적이다. 게다가 아이패드는 신제품 '에어'를 출시하면서 무게를 470g대로 줄였고, 킨들도 '공기(Air)보다 가볍다'는 광고를 통해 374g의 무게를 부각시키는 등 과거엔 작은 사이즈 제품이 가졌던 무게의 매력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 태블릿, 그리고 노트북 사이에서

▲ 태블릿에 무선키보드는 분리형을 권한다. 키보드 자체의 무게도 중요하다. ⓒ 김용주


어쨌거나 태블릿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이 기기가 전자책 단말기와 노트북을 대체하게 될 것을 의미한다(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패드를 세상에 소개했을 때 그는 정확히 전자책 단말기와 넷북을 경쟁 상대로 꼽았다).

여전히 전자책 단말기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지만 나는 곧 그것들이 사라지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점차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태블릿의 기능이 더 다양하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전자책 단말기를 선호하는 주요 이유로 책만 볼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을 꼽는 사용자들이 많다.

나는 태블릿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무게가 같아진 지금, 무엇보다 물리적인 책의 상당수가 컬러책이라는 사실 때문에 전자책 단말기를 비관적으로 본다. 점점 더 컬러책을 흑백 기기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유저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북미의 전자책 선도업체인 아마존이 이윤을 크게 보지 않으면서도 킨들 파이어라는 태블릿을 개발해서 전자책 사용자에게 안겨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그럼 노트북은? 아마도 OS의 편리함 때문에 노트북 시장은 지속될 것 같다. 단지 10인치 태블릿 시장과 겹치는 영역, 즉 넷북으로 대변되는 저가 10인치 사양들은 점점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리고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태블릿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동해서 쓰는 사용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에 걸맞게 고가의 태블릿 케이스 일체형 무선키보드를 장만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대체로 문서작업이 잦은 직업을 가진 분들이 필요를 가장한 '지름신'에 낚이곤 하는데 나는 케이스 일체형 키보드에 부정적이다.

굳이 사고 싶다면 태블릿과 케이스 일체형 키보드를 합한 무게를 한번 따져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요즘 40~50만원대 노트북의 무게가 1kg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충분히 가볍지 않다면 태블릿에 다시 비싼 돈을 보태어 '노트북을 만들' 이유가 없다.

솔직히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있는 이들에게 태블릿은 필요 이상의 기기임에 분명하다. 소위 '어른들의 장난감'이란 의미이다. 물론, 나는 이 태블릿이 노트와 다이어리, 책, 넷북 대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까놓고 말해서 이 기기가 없을 때도 불편함 없이 잘 살아왔다.

고로 이 기기의 정체성을 '유희'나 '자기만족적' 측면이 있음을 쿨하게 인정한다면 다음 스텝은 이 '잉여기기'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리라. 전자제품들이 늘 그렇듯 꼭 필요해 보여서 장만했다가 시간이 지나도 손에 익지 않아 책상 서랍이나 창고에 처박아두게 되는 일이 자주 있지 않던가.

고백하건대 앞서 말한대로 나도 자주 기기를 중복해서 구입하고는 처분하기를 반복했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조금만 기기의 특성과 용도를 생각했다면 적절한 기기를 사고 주변기기들도 잘 맞춰서 샀을 텐데. 매번 사탕가게에 처음 들어간 아이처럼 모든 것이 필요해 보였고 다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뭐, 자본주의 시장의 모토가 '필요없는 제품도 사게 만들라' 아니던가. '지름신의 강림'으로 필요가 절절하지 않은 제품을 사는 걸 참기 어렵다면 만족스럽게 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꼼꼼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괜히 비싸게 사놓고는 자녀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자주 '대상 자체'를 오래 따지기 보단 최저가 사이트에서 몇 천원 싸게 사는 데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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