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실시 여부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와 감사원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지난 9일 '방위비분담금 감사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할 수밖에 없어 어렵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공익감사 청구를 받고 외교부·국방부·국세청 등 관련 부처를 상대로 자료조사를 벌인 감사원은 사실상 감사 청구를 기각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감사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위비분담금 집행의 부당성 등을 따져보려면 미국 정부의 자금운용 및 사용 내역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실제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측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협상에 의해 확정된 방위비는 이미 미국 정부의 돈이 된 것이기 때문에 감사 대상이 아닌데다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은 감사하지 않는다는 게 직무 규칙"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2007년 참여연대가 청구한 주한미군 주둔경비지원금 협상에 대한 공익감사청구를 기각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 "방위비분담금 감사, 법적으로 문제없어"

하지만, 감사원의 이런 태도는 '감사원의 방위비분담금 관련 감사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린 국회입법조사처의 유권해석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7일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무소속)에게 보낸 '방위비분담금 집행내역의 감사 가능여부에 대한 검토 결과'를 통해 "방위비분담금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감사하는 것은 실제 집행된 결과로서 예산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는 결산과 같다"며 "따라서 법률적으로 감사원의 감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방위비분담금 관련 감사의 법적 근거로 ▲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을 위한 감사원의 설치근거(헌법 97조) ▲ 감사원의 세입·세출 결산검사권과 보고권(헌법 99조) ▲ 회계검사와 결산 확인에 대한 감사원의 의무(감사원법 21조) 조항을 들었다.

입법조사처는 또 국회가 그 의결로 감사원에 대해서 감사원법에 의한 감사원의 직무범위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감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127조의 2항도 감사원이 방위비분담금 집행내역을 감사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방위비분담금이 공돈처럼 사용돼"

지난 1991년 이후 2013년까지 23년간 우리나라가 지출한 방위비분담금은 총 11조8175억 원이나 되지만, 그간 감사원 감사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방위비분담금 집행행태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실시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방위비분담금이 공돈(free money)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밝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박주선 의원은 "현재 정부는 제9차 SMA(방위비분담금 협정)에서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고는 하나, 그 세부 사항은 별도의 이행각서 등을 추가로 협의해야 한다"며 "그러나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의 자료 요구에도 제대로 자료를 공유하고 있지 않는 문제가 있어, 그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상생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올해 방위비분담금이 9200억 원에 이르고 현재 미군이 불법전용하기 위해 쌓아둔 금액만 7100억 원에 달한다"며 "지난 1991년 협정 체결 이후 지불한 총 11조8175억 원의 분담금이 적재적소에 사용됐는지 감사원이 검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