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범죄자가 된다면 그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리뷰] 라이오넬 슈라이버 <케빈에 대하여>
▲ <케빈에 대하여>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나를 닮아도 걱정일 것 같고 나를 닮지 않아도 고민일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걱정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누구를 닮았는지가 아니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면 어떻게 할까. 그리고 그 결함이 성장하면서 채울 수 없는 거라면 어떻게 할까. 최악의 경우 내 아이가 성장해서 상습적인 범죄자가 되면 어떻게 할까.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이를 가지면서 아이를 선택할 수도 없다. 단지 아이가 태어나면 이 아이가 모든 면에서 문제 없기를 바랄 뿐이다.
작은 괴물이 되어버린 아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2003년 작품 <케빈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아이 케빈은 부모의 이런 기대를 모두 실망시키는 아이다. 육체적으로 장애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었다. 케빈은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에게 안기는 것을 싫어했고 모유를 먹는 것도 거부했다.
성장하면서도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고 좋아하는 놀이나 운동도 없다. 그렇다고 집에 와서 부모와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다. 쉽게 말해서 '사회 부적응자' 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처럼 보인다.
케빈의 엄마 에바는 이런 케빈을 바로 잡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케빈의 아빠는 성장기 또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공통점이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케빈은 부모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도 여종업원의 얼굴을 가리키며 놀림감으로 만든다.
케빈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불만을 어떤 형태로도 표현하지 못했던 케빈은 15살이 되던 해에 학교에서 아이들 일곱 명 어른 두 명을 죽이는 살인마로 돌변하게 된다.
돌이킬 수 없이 빗나간 가족
<케빈에 대하여>는 케빈의 엄마 에바가 따로 살고 있는 자신의 남편 프랭클린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케빈은 살인죄로 소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고 에바는 자주 케빈을 면회가면서 대화를 시도하지만 별 진전은 없다. 오히려 케빈은 교도소에서 영웅처럼 취급받고 있다. 15살에 아홉 명을 죽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바도 덩달아서 유명해졌다. 그런 아이를 갖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각종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다큐멘터리 제작의뢰가 들어올 정도다. 요즘 세상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만큼 단번에 유명해질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런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세상의 관심을 받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에바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을까.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에바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즉 에바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다른 사람의 독백을 들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살인범의 엄마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독백이라면 더더욱.
에바의 독백은 너무도 우울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외면할 수도 없다. 에바의 일은 누구도 겪고 싶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케빈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 송정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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