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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계약' 권고한 전남교육청... "돈 아끼려고"

[발굴] "수업 당겨서 하라"는 학교도... 전교조 "교육과정 파행"

등록|2014.02.10 20:22 수정|2014.02.10 20:22

▲ 전남교육청 홈페이지 첫 화면. ⓒ 인터넷 갈무리


전남에 있는 A고교 기간제 교사 3명은 지난해 무척 바빴다. "올해 2월에 가르쳐야 할 수업시수 18∼25시간을 지난해 12월까지 앞당겨서 가르치라"는 학교 교장과 교감의 '엄명' 때문이었다.

"학교 관리자들이 2013년 12월 31일까지인 기간제 교사 계약이 끝나기 전에 2014년 2월 수업 분량까지 모두 끝마치라는 지시를 우리에게 내렸어요. 뒤통수를 치는 노동착취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A고교에서 근무했던 B교사는 "이런 불합리한 지시에 이용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우린 약자라서…"라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이 학교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우리학교는 휴직 대체 기간제 교사는 물론 결원 대체 기간제 교사까지 모두 3명에 대해 12월 말까지만 계약하고 2월 수업을 앞당겨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2월 현재 기간제 교사들의 수업시간엔 사실상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록상으로는 정규 수업을 하는 것처럼 꾸며놨지만 내용상으로는 교육과정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쪼개기 계약(방학 중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방학기간을 빼고 학기 중에만 단기 계약)'이 노동착취 논란은 물론 정상수업을 가로막는 교육과정 파행까지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전남교육청 "운영비 아끼려고...", 전교조 "교육과정 파행 책임져야"

10일 전남도교육청과 이 지역 중·고교들에 따르면, 지난해 A고와 같은 '쪼개기 계약'이 이 지역 상당수의 학교에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중고교 기간제 교사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하는 휴직 대체 기간제 교사에 대해서는 방학 전까지만 계약하도록 학교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기간제 교사는 모두 400여 명. 이 중 3분의 2인 260여 명이 A고의 B교사와 비슷한 형편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쪼개기 계약'은 법원에서 잇달아 철퇴를 맞은 바 있다. 경남 창원지법은 지난 해 5월 20일 이 지역 한 기간제교사가 경남교육청을 상대로 낸 '방학기간 보수 청구소송'에서 기간제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11월 서울행정법원도 '쪼개기 계약'에 대해 "방학을 빼고 계약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전남교육청 교원인사과의 한 장학관은 "기간제 교사의 임금을 아껴 빠듯한 교육 운영비로 쓰려고 하다 보니 휴직 대체 기간제 교사 계약을 방학 전까지 맺도록 권고했다"면서도 "방학 전 계약 만료 사실을 알고 기간제 교사를 해온 분들이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교육과정 파행에 대해서는 "2월에 임시강사를 쓸 수도 있는데 일부 학교가 수업을 앞당겨 진행토록 해 민원을 발생토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전교조 법률지원실장은 "기간제 교사에 대해 탈법적인 '쪼개기 계약'을 전남교육청이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조장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교육과정 파행의 책임 또한 '쪼개기 계약'을 허용한 전남교육청에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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