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사면 화장실 공짜... '대단하군'
[유럽착한여행③] 인류문화유산, 콜로세움을 가다
▲ 이태리 트레비(Trevi)는 삼거리라는 의미다. 1735년 클레멘스 12세 교황때 분수콘테스트때 입상된 작품이 바로 지금의 트레비 분수다. ⓒ 심명남
트레비 분수에 도착하니, 수많은 인파가 놀라웠다. 우뚝 선 바다의 신 포세이돈 너머로 펼쳐진 분수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강렬했다. 로마의 기질이 살아 느껴진다.
여수 오동도 음악분수가 빛과 조명 그리고 음악의 선율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면 중세에 세워진 이 분수는 그 고풍스러움과 웅장함에 압도된다.
트레비 분수에서 해야 할 2가지
트레비(Trevi)는 '삼거리'라는 의미다. 우리말로 하면 삼거리 분수다. 이곳엔 처음 2000년 전 수도 파이프를 통해 물이 들어왔다. 그런데 중세 시절에 파괴됐다. 이후 1735년 클레멘스 12세 교황은 다시 수도공사를 통해 분수 콘테스트를 연다. 이때 입상된 작품이 바로 지금의 트레비 분수다. 로마시대에서 볼 수 있는 바로크 양식의 걸작답다.
여기에 오면 해야 할 것이 꼭 두 가지란다. 첫째가 소원빌기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그 내용이 재미있다. 하나를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온다. 두 개를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세 개를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다는 전설이 있다.
세 번째는 이혼 쯤 되겠는데 여기까지 와서 이혼시켜 달라고 소원을 비는 사람이 어디 있을꼬. 누군가가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모르지만 물속에는 동전이 가득하다.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것은 서양 역시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 트레비 분수는 <로마의 휴일>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오드리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은후 명소가 됐다. 트레비 분수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일행들의 모습. ⓒ 심명남
다른 한 가지는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는 재미다. <로마의 휴일>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오드리 햅번이 그 시초다. 그녀가 여기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영화의 한 장면은 이곳을 아이스크림 명소로 만들었다. 너나 없이 물고 있는 젤라또 아이스크림. 젤라또는 정말 좋은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이 담겨있는데 맛은 별로다.
화장실 인심이 야박한 유럽. 이곳에 오면 화장실도 돈을 내야 한다. 많은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데도 화장실 하나 갖추어 놓지 않는 이태리인들이 참 야박스럽게 느껴진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 공짜로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어 일행들은 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스크림 작은 것 한 개에 2유로50센트다. 가이드는 이곳에 있는 베네통 옷 가게에 들르면 꼭 소매치기 집시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 <로마의 휴일>영화에서 오드리헵번이 머리를 자른 85번지 미용실은 현재 옷가게로 변해 있다. 지금도 유리창에 당시 영화 전단지가 붙어 있다. ⓒ 심명남
▲ <로마의 휴일>로 유명세를 탄 스페인 광장내 스페인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엄길수 교수와 부인의 모습. ⓒ 심명남
트레비 분수에서 15분을 걸어가면 스페인 계단이 나온다. 스페인 계단은 연인들의 거리였다. 이곳 역시 <로마의 휴일>로 유명세를 탔다. 영화에서 오드리 햅번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그레고리 팩과 다시 만나는 장소가 바로 여기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페인 광장은 1723~1726년까지 3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건축가 스펙기와 프란체스코 데 산크티스의 작품이다. 이들은 건축을 하면 꼭 건축가의 실명을 비석에 새긴다. 옛날부터 이어져오던 실명제가 지금의 '예술의 도시 유럽'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건축 자금은 로마에 살던 프랑스 교민과 프랑스 왕궁에서 돈을 댔다. 이로 인해 명성을 얻은 스펙기는 맞은편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을 건축한다. 이곳이 스페인 광장으로 불린 어원이다.
난 여행 내내 바빴다. 사진 때문이었다. 언제 다시 와보나 하는 생각에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멀어진 일행들의 뒷모습. 그 뒤를 열심히 쫓아 다녔다. 인원 파악은 내가 보이면 끝이다.
5000마리 맹수 죽은 콜로세움 100일 축제
콜로세움으로 가는 길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로마에서 여행객의 투어버스는 정해진 곳이 아니면 아무 곳에나 댈 수 없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벤츠 투어다. 벤츠 투어는 많이 걷지 않고도 로마를 보다 빨리 볼 수 있다. 옵션이다.
하지만 일행은 벤츠 투어를 하지 않았다. 많이 걸어 다니면서 곳곳을 둘러보자는 의미였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강행군이었다. 새벽에 여행이 시작되어 하루 일과가 끝나면 곯아떨어지기 바빴다. 그래서 아쉬운 건 일행끼리 오붓하게 방에 모여 술 한 잔 할 수 있는 시간을 못 가진 것이 옥에 티다.
▲ 콜로세움 가는 길에 짝퉁 프란체스코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 심명남
▲ 콜로세움 가는 길에서 만난 스핑크스의 모습 ⓒ 심명남
오후에는 콜로세움을 갔다. 길거리는 마치 예술의 거리 같다. 우리나라 같으면 노점상이 쭉 널려 있을 텐데 여긴 아니다. 길거리에서 바구니 하나 두고 저마다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음이 쓰이면 작은 동전 하나 던져주면 그만이다. 인도에서 온 듯한 기인들의 묘기, 즉석에서 그려주는 유화 페인팅도 신기하다. 스핑크스도 마주친다. 특히 길거리에 둘러앉은 짝퉁 프란체스코 교황이 눈길을 끌었다. 바티칸 베드로 성당에 있는 266대 교황 프란체스코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콜로세움은 플라비우스 왕조의 첫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건축을 시작해 8년 만에 그의 아들 티토 황제가 완공했다. 이 원형 극장은 현재 남아 있는 잔해만 봐도 건립 당시의 규모와 찬란했던 로마를 상상할 수 있다.
3S정책은 스포츠, 스크린, 섹스를 말한다. 당시 콜로세움을 만든 이유는 스포츠와 스크린의 일환으로 경기장을 만들었다. 콜로세움의 원래 명칭은 플라비오 원형극장이다. '아 크다'의 라틴어 콜로소스에서 유래됐다. 타원형 모양으로 최대 지름이 187m, 높이는 지상 50m에 달한다. 최대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경기장은 6만 명이 20분 만에 동시 입장과 퇴장이 가능토록 만들어졌다.
로마의 건국신화가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 두 형제에서 비롯되었듯이 이곳에서 펼쳐지는 검투사들의 혈투 그리고 동물과 검투사의 대결은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다. 이를 통해 로마인은 혈기를 돋우고, 정복자의 기질을 키워 세계 정복을 꿈꾸는 데 한몫 했다고 전해진다. 콜로세움 축성을 기념해 열린 100일 축제에 무려 5000마리의 맹수가 살해되었다고 한다. 황제는 이것이 지겨워지면 원형 경기장에 물을 받아 모의 해전경기를 했다. 물론 물을 채우는 데는 상수도가 이용됐다.
누구나 경기를 볼 수 있지만 좌석은 신분계급에 따라 철저히 분리됐다. 일반인은 1~78번을 이용한다. 귀족은 78~79번을 이용한다. 마지막 80번은 황제가 말을 타고 입장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올림픽이 치러지는 경기장이 이곳을 본떠서 만들고 있다니 당시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 콜로세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있는 <여수넷통> 서유럽 착한 여행단의 모습 ⓒ 심명남
인류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는 콜로세움은 유태인의 한이 숨어 있다. 콜로세움을 짓는 데는 이스라엘(유태인) 포로들이 동원됐다. 당시 이스라엘을 정복한 요세푸스 장군은 네로 황제가 죽고 난 후 황제가 된다. 그의 아들은 예루살렘을 공격해 AD70년에 이스라엘이 멸망한다. 이때 포로로 끌려온 6만 명이 콜로세움 건축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우린 그 웅장함에 기분 내고 사진을 찍을지 모르지만 이곳에 오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르단다. 2000년 전 나라가 없어지고 조상들이 포로로 끌려와서 죽음을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보고 지금도 이를 간단다. 일제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우리와 같은 심정이리라.
콜로세움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내가 온 흔적을 남긴다. 하루 내내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퍽퍽하다. 볼거리로 가득한 이태리, 다음 코스가 기대된다. 내일은 포도주로 유명한 와이너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 기사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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