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불 지피는 민주 "각오 부족했다" 자성론
김용판 무죄 선고로 '특검 필수론' 들끓어..."남은 방법은 특검뿐"
▲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특검 도입 관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경찰 수사 은폐·축소 의혹'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특검 필수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주춤했던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 관련 민주당 차원의 대응 요구가 당 내에서 다시 불붙고 있는 모양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주말 우리 당 취약지역이라는 강원도와 영남권을 돌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이 어처구니없다는 것"이라며 "또 대선 관련 의혹들은 특검에 맡겨 진실을 규명하는 것 외에 다른 해법이 없다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의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진실을 감추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특검을 통해 진실을 국민에게 소상히 펼쳐 보이고 과실에 대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우리 당은 특검으로 대선 의혹을 진실 규명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유죄라고 생각하고 있다, 검찰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았다면 재판 결과는 달랐을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국민들 사이에도 '특검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판결로 진실이 드러났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특검을 통해 새누리당이 말하는 진실을 밝혀내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철저한 반성과 전략적 재정비 필요...특검 위한 공동전략 뒤따라야"
민주당 자성론도 제기됐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야당의 대응이 국민에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전략적 재정비가 필요하고 야권과 재야의 합동 대응, 특검을 위한 공동전략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민생과 민주의 과제를 더 이상 나눠서 고민하는 것이 사치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의 끊임없는 개입과 방해로 수사와 재판이 오염됐다는 결론이 난 이상 이제 남은 방법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제대로 된 특검밖에 없다는 것이 자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구체제의 일부가 돼 민심의 심판 속에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혁신과 성찰로 새로운 체제의 선두에 우뚝 설 것인가' 민주당은 두 갈래 길 위에 서있다"며 "(김용판 무죄판결에서 보듯) 구체제로 돌아가려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지에 비해 우리의 각오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반성한다, 특검 관철을 위한 노력을 민주주의를 위한 혁신의 과제로 삼고 결기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당 내에서는 특검 도입에 대한 의견은 한 데 모이고 있지만 이를 관철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지도부를 향해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대표가 직을 걸고 특검을 관철해야 한다", "(특검 도입을) 의사일정과 연계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특검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모든 장관 해임 건의안만 제출하면 끝인가"라며 "(특검론) 조용히 실종시켰다 무죄 나오니 말로만 특검하겠다며 대표가 투어하면 모든 것 다 되나"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의총에 앞서 "9시 의총? 10시 본회의니 시간 지키자며 대표, 원내대표 인사말 하고 보고 하면 시간은? 여론은 들끓고 진짜 요절을 내고 싶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석현 의원도 "오늘 긴급의총,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며 "설훈 의원이 김한길 지도부가 직을 걸고 특검 추진하라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정청래 의원은 하루 전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특검도입 주장이 면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에 걸맞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특검을 놓고 백척간두의 결기있는 싸움을 해야 하는데 지도부의 행보는 너무 안일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지도부는 강경대응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말 국회에서 민주당이 가시적 성과를 낸 뒤 지지율이 오른 만큼 2월 국회에서 대여 투쟁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내 의견이 갈림에 따라 민주당은 본회의를 마친 후 의총을 재개해 '특검 도입 관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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