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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만난 무라야마 전 총리 "말이 안 나온다"

정의당 초청으로 2박 3일 방한... "진심어린 대화 나눴으면 한다"

등록|2014.02.11 18:39 수정|2014.02.11 18:40

▲ 2박3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 富市) 전 일본 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개막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 전시회 '할머니의 이름으로 평화를 그리다' 전시장을 방문, 강일출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 중인 '국가지정기록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 전시회'를 둘러보며 "말이 안 나온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 그의 하얗고 긴 눈썹이 떨렸다.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박옥선, 이옥선 할머니와 인사를 나눌 땐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 상체를 숙였다. 박옥선 할머니와 동갑(90)이라는 말을 듣고 무라야마 전 총리는 "나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며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박옥선 할머니가 "일본에서 사죄하고 우리한테 배상해야 해요"라고 하자, 그는 통역을 통해 이를 들었지만 답하진 않았다. 다만 고개만 끄덕였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면담 후 지난 2004년 돌아가신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못다 핀 꽃>을 그에게 선물했다. "당시 일본군에게 끌려간 처녀들을 꽃으로 비유한 것으로 그들의 생이 일본 군인들에 의해 저버렸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 정의당 초청으로 11일 방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 富市) 전 일본 총리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 심상정 원내대표 등 정의당 의원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 남소연


정의당의 초청으로 방한한 무라야마 전 총리는 본격적인 일정에 앞서 이날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환영 인사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께서 보여주신 용기와 결단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며 "진정한 용기에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더불어, 심 원내대표는 "아베 내각과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과거 일본정부가  인정했던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우경화 하려는 것에 대해서 우려가 크다"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이 꽉 막힌 한일관계를 풀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남은 일정을 의식해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한국과 일본이 왜 지금 같은 상황(관계)이 되어 버렸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진심으로 서로 신뢰하고 교류하며 터놓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며 "머무르는 동안 진심어린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13일 정홍원 국무총리 면담 예정

한편, 일본의 81대 총리(1994~1996)를 지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1995년 8월 15일 '전후 50주년 기념식'에서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공식 사죄했다. 이는 역대 일본 정권 중 일제의 식민 지배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사과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무라야먀 담화'로 불린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최근 아베 내각의 우경화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작년 7월 "아베 신조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며 지적했고 지난 1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나 신사 기습 참배에 대해서도 "본인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것 같은 매국 행위"라며 비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오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북아 평화 및 올바른 한일관계 형성'을 주제로 한 좌담회와 강연을 할 예정이다. 방한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면담하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을 예방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안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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