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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밀려난 '온건파'... '천해성 경질' 미스터리

임명 일주일 만에 사실상 경질... 후임에 대북 강경파 내정

등록|2014.02.12 12:29 수정|2014.02.12 17:35

▲ 2013년 6월 9일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당시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통일부제공


청와대가 또다시 인사 잡음에 휩싸였다. 신설된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임명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정책실장이 일주일 만에 전격 교체됐다.

천해성 전 비서관은 지난 3일 김규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함께 내정됐다. 천 전 비서관은 9일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지만 10일부터는 통일부로 복귀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천 전 비서관 교체 배경에 대해 "통일부 필수 요원으로 가장 중요한 인재인데 청와대에서 쓰려다가 통일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다른 분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또 "(천 전 비서관이) 통일부에서 더 중요한 일을 해야할 분인데 처음부터 보내 줄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강력하게 요청해서 똑똑하고 유능한 분이지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뒤 안 맞는 청와대 해명... 일주일 만에 뒤집힌 '잘된 인사'

하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통일부 핵심 관료를 안보전략비서관에 발탁하면서 통일부와 제대로 된 협의와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미 천 전 비서관이 청와대로 떠난 뒤 통일정책실장 직무대리로 김기웅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을 임명하는 등 후임 인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특히 김규현 NSC 사무처장과 천 전 비서관 내정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군 출신 일색이었던 외교안보팀에 외교부와 통일부 출신이 들어가면서 균형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잘된 인사'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호평을 받았던 인사가 불과 일주일 만에 뒤집힌 셈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천 전 비서관을 사실상 경질한 것은 외교·안보정책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 내 대북 강경파와 갈등을 빚은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천 전 비서관은 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통일비서관 행정관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NSC 정책조정실 정책담당관으로 일하는 등 대북 정책에서 대화와 타협을 중요시하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을 둘러싼 청와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천 전 비서관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하려는 기존 외교안보 라인과 충돌이 생겼고 경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출신의 한 학계 인사는 "대통령 결재가 나서 7일간 근무했는데 이게 뒤집힌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을 정도의 세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는데 천 전 비서관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고 이게 강경파에게 거슬렸고 문제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청와대 내에 통일부는 없는 셈"이라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어떻게 될지는 '천해성 경질' 이유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폭 되는 국가안보실 내부 갈등설

특히 천 전 비서관 후임으로 내정된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이 평소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국가안보실 내부 갈등설'은 증폭되고 있다.

정부 내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온건파'로 평가를 받아온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통일분과 인수위원직을 돌연 사퇴해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해 7월 15일 개성공단 재가동 관련 남북회담 3차회담 직전, 우리 측 회담 수석대표였던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된 바 있다. 당시 군 출신이 장악하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서 단장의 유화적인 회담 태도를 문제 삼아 경질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천 전 비서관에 대한 전례가 없는 경질 인사와 앞뒤가 맞지 않는 청와대 해명이 맞물리면서 부실한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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