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과 강신주의 '상담'은 다르다
SBS <힐링캠프>에 나온 강신주편을 보고 나서
▲ 힐링캠프 강신주힐링캠프 강신주 ⓒ SBS
강신주 박사의 SBS <힐링캠프> 출연 소식을 듣고 꽤나 놀랐다. 공중파라니... 강신주식 화법이, 그 생각들이 공중파에서 나온다니. 약간의 기대와 큰 걱정을 안고 방송을 봤다. 방송은 '벙커 1'에서 했던 <강신주의 다상담> 형식 그대로 진행되었다. 강신주가 작은 무대에 서고 내담자들이 강신주와 직접 대면해서 상담한다. 강신주 본인이 직접 사연을 읽고 내담자와 문답하면서 조언을 해주는 형식이다.
형식뿐만 아니라 상담 내용도 다상담에서 다루었던 사랑, 가면, 꿈, 부모님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방송 자막으로 '다상담'이라는 문구를 여러 번 넣어, 힐링캠프가 <강신주의 다상담>을 그대로 옮겨 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
방송 직후, 강신주는 여러 포털의 인기 검색어로 오르고, 책 판매가 급증하는 등 대단한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강신주를 지지한 만큼의 비난도 함께 받았다. 힐링과 강신주식 돌직구는 다르지 않다는 비판과 개인의 치료를 강조하는 힐링과 강신주식 상담은 같으며 필요한 것은 '힐링'이 아닌 '혁명'이라는 비판이다. (관련기사: '힐링'의 모순어법에 빠진 강신주, 위험하다')
기존 힐링,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
기존의 힐링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사회는 원래 힘든 것이다', '견뎌야 어른이 된다'는 식이다. 또 '너만 아픈 것이 아니다'는 전제 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네가 조금 더 노력해라'고 말한다. 심한 경우에는 '네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네가 게으르기 때문이다'는 식의 죄책감을 파는 힐링마저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힐링과 강신주의 상담은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우선 강신주는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인정한다. 배우가 되고 싶어 하지만, 좌절하는 내담자에게,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강신주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회가 힘들어요.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고 사회구조도 힘들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마저 못 꾼다면 배우는 없어져요."
사회구조가 힘들다는 지적, 그것보다 더 값진 말은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고'라는 말일 것이다. '원래 사회는 힘든 거야'라는 기존의 힐링과 강신주가 가진 인식의 본질적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기성세대가 잘 못 만든 세상이기 때문에 힘들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그 잘못된 시스템을 인식하고 난 이후의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이지만, 그럼에도 꿈은 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임을 말한다.
잘못된 시스템 속에 살아간다고 우리 모두가 곡기를 끊고 시스템에 저항하여야 하는 것일까?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과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 중 무엇이 우선일까?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하여, 밥을 먹고 살기 위한 인생과 잘못된 시스템에 저항하고 구조를 바꾸려 노력하는 것은 어느 한 가지만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시스템에 희생 당한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
▲ 힐링캠프 강신주힐링캠프 강신주 ⓒ SBS
죄책감을 파는 힐링과 강신주의 차이점은 네 번째 상담에서 잘 나타난다. 평생 일만 하던 아버지가 은퇴한 후 가정으로 돌아오니 가족들에게 집착한다는 내용이다. 아버지가 일만 하다 보니 가족들과 관계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에 내담자가 눈물을 흘리자 강신주는 내담자에게 우는 이유를 묻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빠가 너무 안타까워서..."
"저는요, 수진씨도 안타까워요. 둘 다 안타까운 사람이에요."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 시키는 것이 아닌, 시스템에 희생당한 사람들 위한,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것이 강신주의 상담의 배경이고 이 상담의 힘이다. 그리고 우리를 '안타까운 사람들'로 만든 이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이게 우리 사회가 나쁜 사회라는 게 이런 거예요. …… 그 조건에서 최선을 다 하다 보니 파괴가 되는 거죠. 파괴가 된 것 탓하지 말하고요. 파괴되었으니까 파괴되게 가면 안 되잖아요. 문제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죠. 사회 때문에 경제적인 조건 때문에 내가 살고 있고 사랑하는 관계가 붕괴되었잖아요. 누가 탓하기가 만만치가 않아요. 이것부터 복원해야 되잖아요. 일단은."
강신주는 시스템의 붕괴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시스템 하에서 희생한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 시키는 일이라 말한다.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에게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보다 그 상처를 치료하고 회복하는 것이 우선임을 말한다. 나아가 강신주는 그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것,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사랑임을 지적한다.
"자기 자신을 한 번 비워내는 것. 내가 가진 외투를 한 번 벗는 경험을 하잖아요. 그것이 우리 이웃들에게 다 퍼져 나간다면 사회는 좋아지는 거죠. 좋은 사회는 사랑하는 것을 보장하고요. 나쁜 사회는 사랑이 아니라 경쟁으로 바꿔요. 사랑을 해야 우리는 자유를 알죠. 사랑을 하면 아마 우리는 통행금지도 저항할 거예요."
강신주의 주장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총칼을 들이밀고 세상을 뒤엎는 혁명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첫 발걸음은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한 후 각자의 자리에서 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구조에 저항하는 것도 놓치면 안 된다. 사회의 구조가 내 행복과 사랑을 억압하고 있다면 그것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 방법을 실현하는 것에 있어서도 우리는 현실과 방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강신주의 말대로 번지점프대에 자신을 올려놓고 직시하는 것. 그렇게 치열하게 균형점을 찾는 것. 그것이 이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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