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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도 사냥하는 맹견, 내 산책 파트너가 되다

[디카詩로 여는 세상 22] <호랑이 사냥개 라이카>

등록|2014.02.13 17:39 수정|2014.02.13 21:42

▲ 라이카 ⓒ 이상옥


    낮에는 주인과 사냥을 하고
     밤에는 주인집 지키는
     잘 짖는 개
          -이상옥의 디카시 <호랑이 사냥개 라이카>

북방에서 호랑이나 이리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 라이카를 최근 한 마리 구입했다. 고구려 벽화에 말을 타고 활로 호랑이를 사냥하는 장면에서 호랑이 뒤를 쫓는 까만 개가 나오는데, 그게 라이카 일종이라 한다. 물론 추정이지만, 라이카는 호랑이 사냥개로 최근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라이카가 알려지게 된 것은 1998년 호랑이 특집 방송에서 라이카 3마리가 호랑이를 사냥하는 장면을 방영하고 난 후부터다. 그 이후 한국야생호랑이보호연구소 임순남 소장이 국내에 라이카를 들여온 것을 필두로 개인 또는 전문수입상들에 라이카를 국내에 들여와 지금은 멧돼지 사냥꾼들에게는 인기 있는 사냥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호랑이 사냥 장면 방영으로, 라이카 관심 증폭 

우리의 명견 진돗개도 라이카의 혈통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역시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고려 말 이조 초에 삼별초의 진압을 위해 들어온 몽고의 군견이라는 설인바, 몽고의 군견이 바로 북방의 라이카 같은 견이라는 데 추정한다.

한겨울 고성 집에서 저녁 산책겸 냇가를 건너 들길을 나서다보면 앞산 아래 논에는 언제나 멧돼지가 떼를 지워 꿀꿀댄다. 산책길에는 진돗개 원더를 데리고 가는데, 원더는 멧돼지떼가 있는 곳으로 혼자 쫓아갔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진돗개는 너무 영리하여 자신보다 더 강한 놈에게는 덤비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멧돼지를 혼자서 공격하지는 못하고 정탐만하는 모습이다

혹시 공격이라도 당하면 어쩔까, 하여 나는 조심하면서 그 멧돼지떼를 멀리서 지켜만 보고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한다. 여차하면 몸을 피할 태세로 주변의 큰 나무를 보아두기도 한다.

▲ 진돗개 백구인 '원더'와 호랑이 사냥개 라이카와 함께 마을 앞산에서 즐겁게 산행하는 중 ⓒ 이상옥


산책의 방해꾼들을 의식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호랑이 사냥개 라이카 암컷을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진돗개 원더는 수컷이라, 혼자 지내기도 적적하니 짝을 구해줄 겸 해서 라이라 암컷을 들여온 것.

라이카는 자기보다 훨씬 강한 호랑이도 공격

라이카는 자기보다 강한 짐승에게도 기 죽지 않고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니까 라이카는 호랑이 사냥개이다. 영리하고 역시 강한 근성의 진돗개와 호랑이 사냥개 라이카를 데리고 최근 산책을 즐긴다. 이제 봄이 가까워서인지 늘 위협적이던 멧돼지떼는 찾아볼 수 없다.

아니, 라이카 소식을 듣고 지레 겁을 먹어 몸을 감춘 것인지도 모른다. 진돗개 원더는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니, 거의 성견이라 할 만하다. 이제 라이카 암놈은 5, 6개월령이다. 그러나 덩치는 진돗개만 하다. 최강의 진용이 구축된 셈이니, 당당하게 산책할 것이다. 요즘 다문화시대이기도 하니, 둘을 짝 지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최강의 글로벌 견종이 태어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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