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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갖춘 투표지분류기, 논란 잠재울까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사용은 가능해졌지만 불씨는 남아

등록|2014.02.14 17:48 수정|2014.02.14 19:29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각종 공직선거 개표 때 사용하여 그동안 많은 논란을 낳은 투표지분류기의 법적 근거가 비로소 마련됐다. 지난 1월 17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는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투표지를 유·무효별 또는 후보자(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서는 정당을 말한다)별로 구분하거나 계산에 필요한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178조 2항).

선관위가 개표에 사용하는 투표지분류기는 신설된 조항에 나오는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에 해당한다. 투표지분류기는 투표함을 연 뒤 "투표지를 유·무효별 또는 후보자별로" 1차 구분하는 전산조직이다.

공직선거법 178조 개정안공직선거법 178조의 이전 법령과 개정안 비교 ⓒ 정병진


그동안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를 "개표 사무를 돕는 보조 장치"이자 "단순기계 장치"라 주장해왔다. 사용 근거로는 공직선거법 178조(개표의 진행) 4항의 위임 조항에 따른 중앙선관위 규칙 3항을 제시하였다. 이 규칙은 신설된 178조 2항과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중앙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만든 '임의 규칙' 조항이 이번 법 개정으로 공직선거법에 들어가 '법령'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선관위가 투표지분류기를 2002년 처음 도입한 이래 선관위의 이 기기 사용에 대한 위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작년 1월 4일 제기한 18대 대선 선거무효소송에도 선관위의 투표지분류기 불법 사용이 선거무효 사유의 하나로 들어가 있다.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을 개표사무의 보조를 위해 사용 가능하게 만든 것은 투표지분류기 사용에 대한 더 이상의 위법성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데 이는 중앙선관위의 요구에 따른 개정임이 확인되었다.

공직선거법 개정 발의안새누리당 박성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 정병진


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실에서는 사전투표 실시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중앙선관위 법제과와 논의하던 중 "투표지분류기 사용의 명백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였다.

작년 말 국감 때 투표지분류기의 오분류 문제를 집중 제기한 안행위 소속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실에서는 "그동안 투표지분류기의 기기 결함에 대해서는 꾸준히 문제제기 하였으나 사용 자체는 반대하지 않기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안행위 소속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이의가 없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신형 투표지분류기오는 6월 4일 지방선거 때부터 사용될 신형 투표지분류기 ⓒ 화성시선관위 제공


한편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투표지분류기 사용의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법령상 모순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공직선거법 부칙 5조(전산조직에 의한 개표) 1항에 의하면 전산조직에 의한 개표는 "보궐선거 등(보궐선거, 재선거, 증원선거, 연기된 선거)에서만 하도록 제한한다. 또 공직선거법 278조 6항에 따라 투표지분류기 같은 전산조직을 이용한 개표를 하려면 "전산전문가의 투표 및 개표사무원 위촉, 전산조직 운영프로그램의 작성" 등을 중앙선관위규칙으로 정해야한다. 공직선거법상 개표 때 투표지분류기의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이 같은 법령상의 모순으로 투표지분류기 사용 논란이 앞으로 완전히 수그러들진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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