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헌법개정, 시작부터 난항... 단일권고안 '먹구름'

정부·여당 주장 담은 정당해산제도 개정안 논란... "통합진보당 사태 염두 둔 건가"

등록|2014.02.14 17:29 수정|2014.02.14 17:29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첫 조문 축조심의부터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가 첫 회의부터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활동시한인 강창희 의장의 임기종료 직전(5월 말)까지 단일권고안을 내겠다는 당초 계획은 어그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첫 회의 당시 논란이 된 조문은 정당의 설립과 해산 관련 내용을 담은 헌법 8조였다. 현재 정부는 헌법 8조 4항에 근거,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상황이다. 정치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다.

복수의 자문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일 첫 조문심사 당시 제시된 개정시안은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 논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헌법 8조 4항의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로 명시된 해산심판청구 요건을 "정당의 목적이나 정당 또는 그 구성원의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면"이라고 바꿨다.

또 "제4항에 따라 해산이 제소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권한은 그 심판이 있을 때까지 정지되며 국가는 그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의 보조를 중단해야 한다. 정당에 대한 해산이 확정된 경우,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국가는 제3항에 따라 보조한 자금을 환수한다"는 5항을 신설했다.

5년 전 '폐지 의견 속 존치' 보고와 상반... 통합진보당 해산논리 닮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시절 구성됐던 '헌법연구자문위(위원장 김종인)'가 2009년 결과보고서에서 "정당해산제도는 남용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로부터 정당을 보호하기 위하여 폐지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급진적이고 체제 부정적인 정당의 등장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헌정당강제해산제도는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냈던 것과 정반대의 취지다.

특히 이 개정시안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사태와 관련, 제기됐던 정부·여당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먼저, 현행 조항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그 범위 해석에 따라 헌재의 심판결과를 좌우하는 문장이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정치적 자유를 근간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인정하는 다원적 민주주의 질서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타의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좌파정당까지 우리 헌법이 수용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법무부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1956년 "독일공산당의 강령이 서독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자유롭고도 민주적인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독일공산당에 대한 해산 판결을 내린 것에 근거한다. 위헌정당해산 제도 자체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방어적 민주주의'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된 제도다. 그만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현행 조문의 '민주적 기본질서'보다 방어적 성격이 강한 셈이다.

국회의원 권한 정지 및 국가보조금 환수 등의 조항 신설 방침도 마찬가지다. 법무부는 정당해산심판청구안과 함께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청구안도 함께 신청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1월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의원직 자격을 정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상 내란죄를 범한 혐의로 구속·기소되면 확정 판결 전에도 의원 권한 행사를 못하게 된다. 또한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될 경우, 국회의원 수당을 지급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을 포함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의 색채가 반영된 개정시안은 일부 자문위원의 반발을 불렀다. 여당 추천 자문위원조차 "정당 조항을 너무 자세하게 총강인 8조에 넣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자문위 간사인 정재황 성균관대 교수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개정시안이) 통합진보당 사태를 염두에 뒀는지 모르겠으나 해당 조항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조항"이라며 "자문위원들 의견이 많이 엇갈렸지만 대체적으로 현행유지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러 의견이 있지만 헌법 34조 등에서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의 증진 등을 명시하고 있는 등 우리 헌법 내에서도 다원적 민주주의 질서를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산심판조항에 대해서는)'기본권'과 '국회' 관련 헌법 조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논의할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