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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차장이 한우세트 선물 보내와 황당"

[인터뷰] 삼성전자 LCD 근무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씨

등록|2014.02.18 10:08 수정|2014.02.18 10:08

혜경씨와 새해 첫날강릉에 놀러간 한혜경 씨, <먼지없는 방> 김성희 작가와 반올림 활동가 ⓒ 반올림


지난해 12월 27일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6년간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35)씨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14일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를 만나 최근 심정을 들어봤다.

- 삼성전자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씨 산재 관련 1심 판결선고 이후에 어떻게 지내시고 계세요?
"1심에서 지고나서 그냥 지내고는 있어요. 우리는 그냥 거기서는 끝났다고 생각 안 하니까.고법까지 갈꺼니까. 혜경씨 잘 치료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 혜경씨 몸은 어때요?
"그간 치료를 안 받던 중심 잡는 치료를 받아 균형 잡는 것이 좋아졌어요, 무호흡증이 심해져서 두 번 정도 검사받았어요. 잘 땐 양악기를 끼고 자야하는데, 그걸 하고 자면 너무 고통스러워 안 하고 있어요. 그건 순간 도움을 줄 뿐이라, 기력이 떨어지면 호흡이 안 돼 고민이죠."

- 설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연휴 나흘 중 병원에서 이틀 휴가를 줘서 집에 가서 그냥 지냈어요."

- 새해 첫날 반올림 활동가들과 여행간 건 혜경씨가 좋아했나요?
"엄청 좋아했어요. 여행으로 간 강릉에 최근 눈이 많이 와서 혜경이가 같이 간 김성희 작가한테 안부 전화하고 싶어하더라구요. 강릉에서 만난 추억이 있어서. 혜경이가 반올림 식구들한테 정말 의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삼성디스플레이 인사팀 000 차장이 보낸 카드"안녕하십니까. 삼성디스플레이 인사팀 000 차장입니다. 이렇게 서면으로 첫 인사를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사오나 새로 밝을 갑오년을 맞이하여 혜경씨께 좋은 일만 생기셨으면 하는 바람에 작은 정성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항상 모든 일에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 건강도 호전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행복과 희망이 가득한 한 해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 반올림



- 설 연휴 때 삼성에서 선물을 보내와 기분이 안 좋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명절 전에 병원에 있는데 집에 선물이 왔다고 전화왔어요. 올 선물이 없는데 생각했죠. 집에 와서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한우 선물세트였어요. 선물세트를 열었더니 너무나 고급스러운 카드가 있는거예요.

'안녕하십니까. 삼성디스플레이 인사팀 *** 차장입니다. 이렇게 서면으로 첫 인사를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사오나 새로 밝을 갑오년을 맞이하여 혜경씨께 좋은 일만 생기셨으면 하는 바람에 작은 정성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항상 모든 일에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 건강도 호전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행복과 희망이 가득한 한 해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너무 기가 막혔죠. 멘붕이 왔죠. 혜경이가 바로 '그거 ** 것들 아니야?' 화를 내더라구요. 엄마 우리를 쉽게 보는 것 같아. 우리가 돈도 없고 그러니까 수작을 부리는 것 같아. 우리 형편에 한우 사먹을 형편도 안 되는데.

그 당시는 화가나서 돌려보내려고 했어요. 반올림한테 전화하고, 황상기 어르신한테 알리고. 황상기 어르신이 보내도 소용 없다고, 어차피 버릴 한우니 그냥 먹으래서 먹긴 먹었는데 우리 딸은 손도 안 대더라구요."

- 찜찜한 전화도 받았다구요?
2월 7일에 <또하나의 약속> 영화를 보고 혜경이 부축하고 나와 핸드폰 보니가 혜경이 전화에 전화가 두통 걸려왔더라고요. 혜경이 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는데. 찜찜해서 전화를 걸어 어디세요 했더니 '삼성입니다' 그래요. 삼성에서 여기 왜 전화하셨냐고 그러니까 거기 주소가 어디냐고 하는 거예요. 뒤에서 거긴 다 돌았는데. 거긴 내 구역이 아닌데 라는 소리도 들리고.

순간 찜찜해서 끊고 집에 와서 또 한곳에 전화했더니 또 삼성입니다 이래요.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기계 배달해주고 설치하는 사람이다' 그러더라구요. 우리 아들이 에어컨 설치 하러 다니는 사람이라서 물어보니까, 기계 설치하는 사람은 '삼성입니다' 라고 말하진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전화 참 찜찜했어요."

- 2월 6일 개봉한 <또하나의 약속> 어떻게 보셨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 경희대 제작두레 시사회에서 보고 이번이 세번째 보는 건데 또 봐도 가슴이 미어지고 화가 나더라고요. 밖에 나와 민주노총 사람들을 봤는데 서로 얼굴만바라보고 말을 못했어요. 차 타는 데까지 가는데 아무 말도 못했어요."

- 혜경씨가 나오는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도 곧 개봉하는 거 아시죠?
"19일에 왕십리 CGV에서 기자시사회 하려했는데 못하게 했다고 들었어요. 뭐가 그렇게 두렵고 무섭길래. 사람들이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하면 바빠지실텐데요?
"헤치고 나가야죠. 황상기 어르신도 <또하나의 약속> 개봉 이후에 무척 바쁘시대요.이번에 유미 엄마랑 서울 왔는데 인터뷰하느라 속초도 못 갔다고 들었어요.

영화 개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삼성직업병 문제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는 동생이 아들하고 영화를 보고 와서 '언니, 진성이라고 나오는 기업이 삼성 같던데' 그러더라고요.'너도 삼성같지?' 그랬어요. 그런데 아는 동생이 '언니 그 큰 회사에서 왜 그 일을 해결못해? 삼성에서 보상,사과를 안해줄리가 있냐'고 말하더라고요. 시커먼 거짓말이라는 것을 의심도 안 하더라구요. 열변을 토하면서 얘기를 했는데. 안타까웠어요.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계속 알리고 싸워가야죠."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권영은 씨는 반올림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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