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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부르 상가 자누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 16]

등록|2014.02.15 16:47 수정|2014.02.15 16:47
2014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전남· 광주 교직원들의 산행 모임인 '풀꽃산악회'의 주관으로 22명(혜초여행사 인솔자 1 명 포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영혼이 성숙한 느낌이다. 5일부터 21일까지 17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산행기를 쓴다. - 기자말

[1월 20일] 람부르 상가 자누스

카트만두(수와얌부나트 - 파탄 - 나가르코트 - 박타푸르 - 트리뷰반 국제공항)

'네팔'은 산크리스트어에서 유래된 말로 '신의 보호를 받는 땅'이라는 의미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정에 차질 없이 카트만두에 있는 호텔에서 아침을 맞는 것은 분명 신의 가호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부터 오한이 든 몸도 말끔하고 날씨도 쾌청하다.

짐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카트만두를 관광하기 위해 호텔에서 나섰다. 카트만두는 사방이 산으로 에워 쌓인 평탄한 분지이다. 해발고도 1,324m에서 바그마티 강과 비슈누마티 강이 서로 만나는 지점이다. 초기에는 '만주파탄'이라 불렸으나 1596년 라자 라치미나 싱이 1 그루의 나무로 지었다는 목조사원에서 '카트(나무)만디르(사원, 건축물)'가 유래되었다.

가지 못하는 차스와얌부나트로 가기 위해 버스로 길을 나섰으나 이 자리에서 1 시간 동안 있었다. ⓒ 최성


스와얌부나트(Swayambhunath)까지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길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 수레, 차가 한통속으로 움직인다. 사고가 났는지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아예 엔진을 멈췄다. 혼잡할 때 가장 기민한 것은 사람의 걸음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차 사이로 사람이 물길처럼 흘렀다.

카트만두스와얌부나트에서 본 카트만두. 매연으로 시계가 좋지 못하다. ⓒ 최성


카트만두스와얌부나트에서 본 카트만두 ⓒ 최성


지질학자들은 카트만두는 3만 년 전에 커다란 호수였다고 한다. 이 호수에 보석 연꽃이 피어나고 현재의 언덕이 솟아났다. 그리하여 이름이 '스스로 창조된' 또는 '스스로 존재하는' 뜻을 가진 '스와(스스로)얌부(태어남)가 되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하얀 돔에서 보면 분지인 카트만두가 사방으로 잘 보인다.

불상스와얌부나트 세계평화연못에 있는 불상. 연못에 동전이 많다. ⓒ 최성


원숭이스와얌부나트에 있는 원숭이. 스와얌부나트를 원숭이 사원이라고도 한다. ⓒ 최성


원숭이스와얌부나트에서 새끼를 돌보고 있는 어미 원숭이 ⓒ 최성


기념품스와얌부나트 길에서 파는 기념품. 물건이 아주 다양하다. ⓒ 최성


기념품스와얌부나트 길에서 파는 기념품 ⓒ 최성


우리를 먼저 반기는 것은 길과 나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원숭이이다. 스와얌부를 '원숭이 사원(Monkey Temple)'이라고도 일컫는다. 사람들이 가진 물건이나 먹을 것을 원숭이들이 낚아채가는 경우도 있다.

마하차이탸스와얌부나트 마하차이탸(Mahachaitya) ⓒ 최성


프라타푸마하차이탸와 프라타푸르(Pratappur) ⓒ 최성


석탑스와얌부나트의 석탑 ⓒ 최성


디파소망의 촛불 디파(Dipa). 디파를 공양해 올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힌두교 신자들이다. 네팔에서는 불교사원과 힌두교 사원이 서로 공존하고 있다. ⓒ 최성


사원스와얌부나트의 사원 ⓒ 최성


원숭이석탑 위의 원숭이 ⓒ 최성


불상스와얌부나트의 불상 ⓒ 최성


일하는 사람들비계로 대나무를 사용하여 스와얌부나트의 건축물을 보수하는 사람들 ⓒ 최성


혼잡스러울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수와얌부나트는 석가모니, 가섭존자, 세친보살의 사리가 안치된 대탑이 있는 불교사원이지만 네팔은 인구의 9/10 가량이 힌두교도이며 불교를 믿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인구보다 많은 신을 섬기는 '신들의 나라' 네팔 사람들은 부처도 힌두교의 한 신으로 떠받드는 것이다.

마하차이탸스와얌부나트 마하차이탸 ⓒ 최성


스와얌부나트 돔 ⓒ 최성


석탑스와얌부나트 석탑 ⓒ 최성


석탑스와얌부나트 석탑 ⓒ 최성


사원스와얌부나트의 사원. 건물 1 층에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다. ⓒ 최성


기원륜스와얌부나트의 기원륜 ⓒ 최성


일하는 사라들스와얌부나트에서 담을 수리하는 사람들 ⓒ 최성


타르초주차장에서 본 스와얌부나트의 타르초 ⓒ 최성


교통사정 때문에 늦게 도착한 덕분에 주마간산 식으로 스와얌부나트를 보았다. 다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쉬움이 크다.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해서 이해하게 되는데, 우리는 스와얌부나트의 먼지만 신발에 묻히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 왔다.

카트만두는 83만(2006) 명의 인구가 50.7㎢의 계곡 분지에 모여 있다. 여기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6 개의 세계문화유산(World Heritage)이 있다. 단일 면적으로 따지면 가장 많은 수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파탄으로 가는 길. 카트만두에서 길은 언제나 역동적이다. ⓒ 최성


삼륜차파탄으로 가는 길에서 본 삼륜차 ⓒ 최성


카트만두에서 만나는 모든 길은 어지럽다. 파탄으로 걸어가는 길도 차선이 없이 사람, 오토바이, 삼륜차, 자가용 등이 엉켜서 움직인다. 외부사람인 우리들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정신없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다. 작은 삼륜차에 꽉 끼어 이동하면서도 표정이 찌그러진 사람은 없다.

사원파탄의 사원 ⓒ 최성


사원파탄의 사원 ⓒ 최성


사원파탄의 사원 지붕 받침대 ⓒ 최성


사원파탄 사원의 기둥과 지붕 받침대 조각 무늬 ⓒ 최성


지붕 받침대사원 지붕 받침대의 조각 무늬 ⓒ 최성


뱀 조각나무에 새긴 뱀 조각 ⓒ 최성


나무 기둥사원 건축물에 쓰인 나무 기둥에 조각된 무늬 ⓒ 최성


나무 기둥사원 건축물에 쓰인 나무 기둥에 조각된 무늬 ⓒ 최성


나무 기둥사원 건축물에 쓰인 나무 기둥에 조각된 무늬 ⓒ 최성


나무 창틀사원 건축물에 쓰인 나무 창틀 무늬 ⓒ 최성


나무 문틀사원 건축물에 쓰인 나무 문틀에 조각된 무늬 ⓒ 최성


지붕 받침대사원 지붕 받침대 나무의 조각 ⓒ 최성


지붕 받침대사원 지붕 받침대 나무의 조각 ⓒ 최성


지붕 받침대사원 지붕 받침대 나무의 조각 ⓒ 최성


지붕 받침대사원 지붕 받침대 나무의 조각 ⓒ 최성


나무 조각사원 건축물에 쓰인 나무에 새긴 조각 ⓒ 최성


지붕 받침대사원 지붕 받침대에 새긴 조각 ⓒ 최성


석상사원 앞에 있는 석상과 아이들 ⓒ 최성


석상사원 앞의 석상 ⓒ 최성


석상사원 앞의 석상 ⓒ 최성


옛날에 카트만두에 세 개의 소왕국 바산타풀, 파탄, 박타풀이 있었다. 왕궁이 있었던 터를 지금은 도시 이름으로 바꿔 파탄(Patan)이라고 한다. 사원들의 지붕 버팀목으로 사용하는 나무에 새긴 조각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을 만큼 다양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파탄파탄 광장 ⓒ 최성


석탑파탄의 석탑 ⓒ 최성


불상과 코브라돌기둥 위의 불상과 코브라 ⓒ 최성


사원파탄의 사원과 돌기둥 탑 ⓒ 최성


조각상돌기둥 위의 조각 ⓒ 최성


조각상과 사원파탄의 돌기둥 위의 조각상과 사원 ⓒ 최성


석탑이 석탑에 맨발로 들어가 2 층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쫒겨났다. ⓒ 최성


사원파탄의 사원. 기둥이 약간 기울어져 있다. ⓒ 최성


여자와 남자파탄 광장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 이맹로가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묻자 흔쾌히 응했다. 지금까지 네팔에서 본 가장 예쁜 여자라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용감한 남자가 미인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 최성


신발을 벗고 맨발로 돌로 된 스투파(탑)에 들어가 이 층으로 올랐다. 빨간 물감이 뿌려진 석상을 사진기에 담으려는 순간 옆에 있던 나이든 여자가 고함을 치며 내려가라고 했다.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로 내려갈 것을 강권하는 드셈을 어쩔 수 없었다. 당황스럽고 무안했다.

점심식사인드레니 식당에서 난과 탄두리 치킨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 최성


인드레니(Indreni) 식당에서 만두, 난(Nan), 탄두리 치킨(Tandori Chicken)으로 점심을 먹었다. 밀가루로 둥글고 평평하게 반죽하여 화덕에 구운 난을 카레에 찍어 먹는다. 닭고기에 향신료를 발라 화덕에 구운 탄두리 치킨은 고소하며 난은 아주 단백하고 카레와 향신료가 섞인 독특한 맛이 인상적이다.

랑탕(Langtang. 7,246m) ⓒ 최성


간 첸포(Gan Chenpo. 6,397m. 가운데) ⓒ 최성


도메 블랑크(Dome Blanc. 6,830m. 맨 왼쪽), 도르제 락파(Dorje Lakpa. 6,988m. 왼쪽 높은 봉우리), 렌포 강(Lenpo Gang. 7,083m. 가운데 낮은 봉우리), 푸르비 챠추(Purbi Chyachu. 6,637m. 오른쪽 높은 봉우리) ⓒ 최성


히말리아 산군 ⓒ 최성


히말리아 산군 ⓒ 최성


히말리아 산군 ⓒ 최성


히말리아 산군의 전망을 잘 지켜볼 수 있는 나가르코트(Nagarkot)는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32km, 해발고도 2,190m인 지점이다. 먼 곳에서 공중에 떠있는 모습으로 설산의 연봉이 보였다.

랑탕 ⓒ 최성


간 첸포, 도메 블랑크, 도르제 락파, 렌포 강 ⓒ 최성


푸르비 챠추 ⓒ 최성


화분나가르코트 찻집 앞에 있는 화분 ⓒ 최성


나가르코트 찻집 앞 플라스틱에 담긴 꽃. 삶에서 여유와 서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 최성


네팔에서 히말리아는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마나슬루존, 가네스히말리아존, 다울라기리존, 안나푸르나존, 랑탕존, 에베레스트존, 마칼루존, 캉첸중가존으로 이어져있다. 분명 우리들이 남긴 발자국의 흔적이 있는 곳임에도 꿈결이듯 아스라하게 보였다. 큰 산에 있으면 산이 크다는 걸 알 수 없다. 산에서 벗어나 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박타푸르(Bhaktapur)는 카트만두 계곡에 있는 카트만두, 파탄과 더불어 '말라' 왕조의 영화를 누렸던 구왕궁 중 하나다.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남동쪽으로 53km 떨어져 있다.

입장료외국인과 내국인에 차등을 둔 입장료를 알리는 간판 ⓒ 최성


입장료를 계산하는 매표소 밑에 큼직한 안내판이 있다.

"SAARC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15 달러나 1,500 루피를 내고, SAARC(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부탄, 말디브, 아프가니스탄)와 중국인은 100 루피를 계산한다."

석탑박타푸르의 석탑. 돌 사이의 나무가 오랜 세월에 썩어서 석탑이 기울어져 있다. ⓒ 최성


불상물감이 칠해진 불상 ⓒ 최성


석탑과 광장박타푸르 석탑과 광장 ⓒ 최성


석상박타푸르 석상 ⓒ 최성


석탑박타푸르 석탑 ⓒ 최성


나무 조각카마스투라의 여러가지 성행위 모습이 새겨진 나무 조각 ⓒ 최성


지붕 받침대가운데 성기 있는 부분이 도드라지게 조각되어 있다. ⓒ 최성


스투파와 건축물에 새겨진 조각의 섬세하고 정교한 솜씨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사원 벽에 있는 나무에 카마수트라에 있는 여러 가지 성행위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였다. 해가지면서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일본과 네팔이 합자하여 운영하는 '선셑뷰(Sunset View)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밥, 생야채 섞은 것, 나물, 마파두부, 닭고기, 상추와 양배추, 미소된장국, 포도가 한 상에 차려져 각자에게 나온다. 감칠 나게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에 일단 믿음이 간다. 식사 말미에 나온 튀김도 색깔이 맑다.

실내분위기가 대단히 정갈하다. 각자에게 독상이 나오는 일본식 상차림으로 모든 그릇이 사기이고 국이 담긴 그릇만 플라스틱이다. 국그릇도 안은 붉은색, 겉은 검은색 옻칠을 한 흉내를 냈다. 아직도 음식점에서 플라스틱 그릇을 많이 쓰는 우리가 일본 사람들에게 배워야할 부분이다.

네팔 현지 안내인 쿠마르가 일행이 주문한 커피, 홍차, 야생꿀, 야크치즈를 나눠주고 계산을 하였다. 쿠마르가 모두에게 노란 목도리를 목에 걸쳐주며 "람부르 상가 자누스(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했다. 노란 목도리를 걸쳐주는 것은 세르파족의 인사로 '먼 길을 가는 데 행운을 빕니다.'라는 뜻이다.

트리뷰반 국제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공항에 있는 경찰이 우리를 지적하며 외쳤다.

"코리아?"
"예스"
"가시오."

비행기 탑승구로 바로 이동했다.

트리뷰반 국제공항카트만두에서 홍콩까지 가는 여객기 ⓒ 최성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가운데 줄 4 자리가 끝나고 3 자리가 시작되는 첫 좌석이다. 비행기 후미이지만 다른 곳보다 의자 사이의 간격이 조금 넓다. 어떤 비행기든 이코노미석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은 고역이다.

23:35에 카트만두에서 홍콩으로 가는 케세이 퍼시픽 비행기는 땅을 박차고 하늘로 올랐다. 네팔에서 나에게 새겨진 풍경을 떨쳐내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몸과 마음에 기억된 풍광이 지워 지기 전에 다시 오고 싶다.

"나마스테, 카트만두. 에베레스트, 히말리아. 네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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