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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또 거짓말, 왜 이러시나

[주장] 코레일 방만경영? '비정상의 정상화'가 허구인 이유

등록|2014.02.19 10:55 수정|2014.02.19 10:55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질타하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와 같이 공공부문의 개혁을 강조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다. 문제는 코레일의 부채가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방만경영의 모든 책임을 공기업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박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벌써부터 방만경영의 대표적 사업장(?)으로 지목된 코레일은 3월부터 경영효율화를 명목으로 중앙선 청량리역~제천역 간 운행하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에 기관사를 1명만 두는 1인 승무를 추진하고 있다. 또 경영개선이라는 미명하에 철도요금을 인상하려고 하고 있다. 왜 공기업 경영부실을 노동자들와 국민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코레일의 방만경영, 도대체 어디에 있나?

국토부와 박근혜 정부는 코레일의 방만경영의 근거로 17조6000억 원에 이르는 코레일의 부채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면 실제로 이 부채들이 방만경영에서 비롯되었는지 국토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서 살펴보자.

▲ ⓒ 국토부


위 내용은 국토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코레일 부채 발생의 원인을 정리한 것이다. 코레일은 출범하면서 고속철도건설부채 중에서 운영차량 인수 명목으로 4조5000억 원을 떠안았다. 2009년에는 정부의 민자사업 실패를 대신하기 위해 1조2000억 원을 들여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해야만 했다. 2005년 출범 이후 영업에 필요한 차량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해 2조70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역 개량사업을 위해 8000억 원 또한 지출했다.

10년부터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코레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계열사의 부채 2조7000억 원이 추가되었다.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었다는 측면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취소로 늘어난 부채(국토부 자료에는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용산부지 매각대금 대손충당금(2조7000억 원)이 없는 것으로 보임)도 코레일의 방만경영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코레일의 부채 발생 원인을 범주화하면 정상적인 영업활동, 회계기준 변경, 정부정책이행,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무산, 영업손실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영업손실 부문을 제외하면 방만경영과는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영업손실로 누적된 4조6천억 원마저도 코레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계획된 적자'(일명 착한적자)에서 기인했다는 측면에서 방만경영의 결과로 봐서는 안 된다.

현재 코레일이 부담하고 있는 계획된 적자는 PSO 미보상 금액(총 7064억 원), 선로사용료(연평균 6002억 원), 원가미달 운임(공공요금통제로 원가보상율은 79% 정도로 연간 7천억 원 손실) 등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영업 이전에 이미 외부에서 주어지기 때문에 코레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결과적으로 코레일의 부채 17조6000억 원에서 방만경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문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코레일 부채의 원인은 고속철도 부채 인수, 정부정책 이행, 공공성 유지를 위한 계획된 적자 부담, 영업 활동을 위한 재투자 등이므로 정부가 유럽처럼 재정지원을 늘린다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방기를 코레일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떠넘기면서 코레일의 상업적 운영을 강요하고 있다. 
 
코레일 방만경영의 근거 3가지, 적절치 않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코레일 방만경영의 근거로 드는 것이 높은 인건비다.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매출액 및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월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철도운영회사의 규모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는 수송밀도는 세계적으로 1위임에도 노동생산성은 8위(2008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노선 길이에 비해서 수송량은 최고 수준인데 노동자 수가 과도하게 많아서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국내 다른 공기업과 비교해보면 1인당 매출액이 1억 2300만 원으로 비교대상 공기업 중(11개 비교) 최하위였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코레일의 인건비가 과도하게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문제는 있다. 우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코레일이 다른 나라 철도에 비해서 철도운송사업의 매출뿐만 아니라 부대사업 매출규모도 매우 적다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용산개발도 부대사업비중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뜻을 반영하다가 실패한 것임). 우리나라는 철도 매출액 자체가 선진국들에 비해서 적기 때문에 비교 기준이 잘못되었다.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3500㎞의 영세한 영업거리로 규모의 경제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운영거리가 최소 4000~5000㎞ 정도는 되어야 운영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음). 규모의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영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노동생산성 문제는 수송밀도뿐만 아니라 기술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70% 중후반(100% 기준)밖에 안 되므로 노동집약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노동생산성이 수송밀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건 정상이라고 봐야한다.

마지막으로 특성과 역할이 다른 개별 공기업들을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일 뿐이다. 그러므로 인건비가 높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도 않으며 방만경영의 핵심이라는 주장 또한 부당하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인건비 수준이 아니라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의 인력이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코레일은 KTX-2단계(동대구~부산) 개통, 경의선, 경춘선, 전라선 복선전철화 등 신규 사업이 늘어나고 퇴직자도 꾸준히 발생하면서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코레일은 자체적으로 최소 필요 인력으로 계획한 1504명을 신규 충원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소화했다. 2005년~2012년까지 현원도 2015명이 줄어들었는데 내부효율화 인원까지 합하면 3519명(05년 대비 11.4%)이나 감축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인원 부족으로 인한 안전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

최근에 제출된 국회입법조사처나 철도안전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코레일의 무리한 인력감축이 철도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코레일의 인건비 탓만 할 게 아니라 시급히 철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인력을 충분히 충원해야 한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공기업을 바닥으로...

중앙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감독, 경영감독, 내부지배구조 구성(임원·이사·감사 등의 인사) 등과 같은 공기업 운영관리의 모든 부문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코레일이 방만경영 때문에 문제라고 한다면 일차적으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주무부처들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무능은 제대로 심판받지 않으면서 모든 책임을 공기업 노조와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오히려 앞에서 살펴본대로 코레일의 방만경영은 공기업 노동자들과 아무런 상관없으며 오히려 주무부처와 중앙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방만경영의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귀족노조 타도라는 여론몰이식의 정책을 멈춰야 한다. 이러한 여론몰이식 공기업 개혁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기업이 추구해야 할 공공성마저도 망가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영수 기자는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자 경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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