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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1년' 총파업 찬반투표, 현대차노조의 시험대

과반 찬성이면 총파업 동참... 회사측 "정치파업으로 희생 강요"

등록|2014.02.17 15:24 수정|2014.02.17 15:24

▲ 현대차노조가 2013년 10월 2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조합원 서명운동을 돌입하며 발간한 노조소식지. 박근혜 정부에 강하게 반발했던 현대차노조가 18일 국민총파업 동참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주목된다 ⓒ 박석철


민주노총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오는 25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벌이는 '국민총파업' 동참여부를 두고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지부(아래 현대차노조)가 1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다.

지난해 3월부터 심야근무를 없애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중인 현대차 노조는 주간1조가 18일 오전 6시 50분부터 낮 12시10분까지, 주간2조는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8시 10분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울산공장 외 전주와 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국에 흩어진 6개 위원회 소속 사업장에서도 찬반투표가 진행된다.

현대차노조는 18일 저녁 투표가 끝나면 전국의 투표함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 모아 일괄 개표하며, 국민총파업 동참 여부는 19일 새벽이면 판가름 난다.

현대차노조는 지난해 9월 박근혜 정부의 실력자인 김무성 의원이 "현대차 귀족노조를 두드려 잡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이후 명예훼손 고소와 대시민 홍보, 조합원 서명운동 등을 벌이는 등 현 정권과 관계가 악화돼 있어 총파업 동참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1월 9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잔업 70분을 거부하며 동참한 바 있다. 이에 회사 측이 이경훈 지부장을 포함, 지부 임원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경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회사 측은 17일 회사 소식지를 통해 "막무가내식 총파업 찬반투표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정치파업으로 인해 그동안 수 없는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현대차노조 조합원, 국민총파업 찬반투표 두고 어떤 선택할까

현대차노조의 국민총파업 동참 찬반투표 결과는 많은 점을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차노조는 그동안 자신들의 문제인 임단협 과정에서 벌인 파업으로 '귀족노조'로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은 임단협 문제와는 상관 없는 문제라 여론 반전도 가능하다는 시각이 있다.

현대차 조합원들과 노동계에 따르면 상당수 조합원은 지난해부터 현 정권에 대해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정권 실력자로 불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9월 25일 강길부 의원(울주군)의 초빙으로 울산 울주군 핵심당원 교육에 강사로 나서 "현대차 귀족노조를 두드려 잡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경제발전이 어렵다"고 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그러자 현대차노조는 다음날 성명을 내고 "김무성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노동자에게 석고대죄하라"는 규탄했다. 이어 김무성 의원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소하는가 하면 전 조합원 서명운동을 벌이며 분위기를 다잡기도 했다.

또한 노조 상집 30여 명이 지난해 10월 7일 김무성 의원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가서 '친일파 후손의 후안무치, 참회와 반성 없이 민중 탄압에 혈안이 된 김무성을 전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적힌 유인물을 부산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대시민 홍보전을 벌이는 등 극한 감정을 보인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차노조는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과 관련해 '15일 미만 근무자, 지급 시점 퇴직자' 등 지침을 내리자 이를 문제 삼아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상적인 통상임금, 투쟁으로 정상화하겠다"며 반발한 바 있다.

현대차 회사측, 노조의 국민총파업 동참 두고 강한 반발

현대차는 17일 노조소식지를 내고 "총파업의 발단이 된 철도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데 왜 현대차 노조가 선봉대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막무가내식 총파업 찬반투표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노조를 압박했다.

또한 "정치파업으로 인해 그동안 수 없는 희생을 강요 당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상급단체와 일부 제조직의 무책임한 파업선동의 피해는 결국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앞서 16일에는 현대차 울산공장 연합동호회라는 단체가 현대차노조의 민주노총 국민총파업 동참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 단체는 '지금 우리는'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현장에 내걸고 "지금 울산은 45년 만의 폭설로 협력업체 지붕이 무너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모두 피해복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우리 회사의 노조가 찬반투표를 실시하려는 국민총파업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 내용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한 보수언론은 이 내용을 인용한 사설에서 "시대적 변화에 따라 노동운동 또한 변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것"이라며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차 노조는 폭설피해로 무너진 공장에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협력업체의 어려운 사정까지 감안,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었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정당은 이번 폭설에 따른 협력업체 노동자의 사망 등 피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통해 원청인 현대자동차 회사측의 책임을 물었다.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은 "현대차는 폭설피해가 확대되는 가운데도 하청업체들의 조업중단을 조치하지 않았다"며 "결국 현대차의 막대한 클레임 비용이 하청업체들의 조업강행을 조장한 것"이라며 폭설 피해 원인을 현대차 회사측으로 돌려 보수언론과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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