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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렌치, 이탈리아 역대 최연소 총리 '눈앞'

이탈리아, 새 총리에 마테오 렌치 지명... 무솔리니 이후 최연소

등록|2014.02.18 04:17 수정|2014.02.18 04:17

▲ 이탈리아 집권 민주당 마테오 렌치 대표의 총리 지명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이탈리아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39세의 젊은 정치인 마테오 렌치가 최연소 총리 취임을 앞두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한국시각)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집권 민주당의 렌치 대표를 대통령궁으로 불러 새 총리로 지명하고 정부 구성을 위임했다.

렌치는 총리 지명을 수락하며 새로운 정부 구성에 돌입했다. 렌치가 의회 신임 투표를 통과하면 이탈리아는 지난 1922년 베니토 무솔리니(당시 39세) 이후 최연소 총리를 맞이하게 된다.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렌치는 "이탈리아를 개혁하기 위해 나의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것을 약속한다"며 "헌법, 노동, 교육, 세금 등 다양한 분야를 신속하게 개혁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투쟁으로 정권 잡은 '젊은 야심가' 렌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나고 피렌체 법대를 졸업한 '피렌체 토박이' 렌치는 29세에 피렌체 시의회 의장, 34세에 피렌체 시장에 당선됐고, 지난해 12월에는 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화려한 언변과 준수한 외모로 TV에 자주 출연해 이탈리아 기존 정치권의 무능력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소탈함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대표직을 맡은 렌치는 더욱 과감히 야심을 드러냈고, 엔리코 레타 총리가 결정적인 개혁의 기회를 놓치고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렌치는 레타 내각의 교체를 상정해 찬성 136표, 반대 16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키며 '반란'을 일으켰다. 물러나길 거부하고 버티던 레타 총리는 결국 렌치를 위해 길을 내주고 지난 14일 사직서를 공식 제출했다.

결국 나폴리타노 대통령로부터 총리 지명을 받으면서 렌치는 목표를 달성했다. 중앙정부나 의회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딛고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며 30대의 나이에 이탈리아 정권을 잡은 것이다.

렌치는 '이탈리아의 블레어'가 될 수 있을까

렌치는 좌파와 우파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3의 길'을 제시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정치적 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이끌고 있지만 필요에 따라 우파적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 렌치의 주장이다.

60~70대 고령 정치인이 주름잡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렌치가 총리에 올랐다는 것은 온갖 부패와 스캔들이 쏟아지는 정계에 국민들이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만큼 젊은 총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짧아 아직 자신만의 세력이 부족한 렌치가 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의 재정적자와 실업률로 신음하며 '유럽의 병자'로 불리는 이탈리아를 다시 일으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또한 렌치가 구태 정치의 원흉으로 줄기차게 비판해왔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지난달 선거법 개정 협의를 이유로 회동한 것이 드러난 것도 그의 개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과감한 세금 감면, 노동시장 유연화, 공공자산 매각 등을 내세우며 개혁을 외치고 있는 렌치가 과연 오랫동안 쌓여 딱딱하게 굳어진 이탈리아의 병폐를 어떻게 녹여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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