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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7천원보다 훨씬 귀중한 이효리의 편지

[주장] '노란봉투 프로젝트' 알리는 역할, 유명세 올바르게 사용한 좋은 예

등록|2014.02.18 15:34 수정|2014.02.18 15:34

▲ 아름다운 재단이 공개한 이효리의 손편지. ⓒ 아름다운재단


쌍용차·철도노조 손배·가압류 해결을 위해 시민 10만 명이 4만 7천 원씩 내자는 모금 운동 '노란봉투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가수 이효리가 4만 7천 원과 편지를 함께 보내며 동참을 했다. 이효리는 꾸준하게 사회활동을 계속하고 있기에 이번 동참 또한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참여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4만 7천 원이라는 액수보다는 그녀가 함께 보낸 편지 때문이다. 편지에는 '지난 몇 년간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 뜻과 달리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어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이효리에게 있어서 사회참여는 부담일 것이다. 좋은 일을 해도 욕먹기에 십상이고, 특히 이렇게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에 나섰다가는 논란의 중심이 되기 쉽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모든 논란의 귀착점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어떤 가치가 더욱 중요하고 아닌지에 대한 발전적 담론이 아니라 '누가 나쁜 놈이고, 좋은 놈이냐'라는 소모적 담론이다. 뻔히 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이 골치 아픈 일에 직접 뛰어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효리가 느낄 부담감은 명확하다.

하지만 이효리는 부담감을 떨치고 돈뿐만 아니라 편지를 함께 보내 자기의 의사를 표시했다. 구태여 부담이 된다면 돈만 보내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시민의 편지 한 통과 함께 시작된 모금 운동이기에, 그녀는 직접 글을 써서 돈을 동봉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용기는 수많은 언론에 의해 보도됐고, 수많은 사람에게 모금 운동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녀는 연예인이고,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스타다. 사회적 참여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용기를 냈고, 펜을 들었고,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이 모금 운동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용기가 더 많은 사람의 사회 참여를 유발한 것이다. 자신의 유명세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힘든 한국에서 그녀는 용기 있게 자신이 지닌 힘을 옳게 사용하는 중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도, 참여도 아니라, 이효리가 보낸 한 장의 편지다. 그 한 장의 편지가 지닌 힘은 크다. 자신의 부담을 떨치고 용기를 낸 이효리의 행동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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