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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국감 출석에 '특혜' 주려는 시도 있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규칙' 제정안 두고 뒷말

등록|2014.02.20 10:40 수정|2014.02.20 11:46
재벌 총수의 국정감사·조사 출석을 제한할 수 있는 규칙 제정안이 국회 운영위에 제출됐다가 야당의 반발을 샀다.  

국회 운영위의 한 전문위원은 19일 국정감사 등에서 기업 임원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경우 총수가 아닌 '이사'나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게 하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국회 운영위안으로 제출했다.

이 전문위원이 제출한 규칙 제정안 제6조(민간기업 임원 등의 출석요구)에는 '증인이 민간기업 임원 등에 해당하는 경우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담당업무를 직접 관장하는 이사 또는 해당 임원을 증인으로 출석요구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같은 조항에 '국민경제 또는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 발생하는 등 필요한 경우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증인으로 출석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돼 있긴 하지만, 이는 재벌 총수의 국정감사·조사 출석을 제한하는 조항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관련법률인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보다 후퇴한 내용이다. 이 법률 제10조에는 '(서류제출이나 증인출석 등을) 요구받는 자 또는 기관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 거부)와 제149조(업무상비밀과 증언거부)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 출석요구에 응해야 한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만약 이유없이 증인출석을 거부할 경우 국회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고(제6조), 증인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제12조)에 처할 수 있다.  

그동안 재벌 총수가 국정감사 등의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현실을 헤아릴 때 국회 운영위에 제출된 규칙 제정안은 새누리당의 증인 채택 거부나 재벌 총수의 불출석을 위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 국회 운영위 전문위원은 "증인으로부터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의 국정감사·조사 출석에 특혜를 주는 규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 쪽 "재벌 총수 출석 남발 지적이 있어서..."

하지만 국회 운영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언론 등에서 재벌 총수의 국정감사 출석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돼 제6조를 만든 것이다"며 "이것이 재벌 총수의 국정감사 출석을 제한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경미한 비리사건이라면 대표가 나오면 되지 그룹 회장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하지만 (규칙 제정안이 위원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동양그룹이나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등과 같은 사태에서는 언제든지 재벌 총수를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국회 운영위에 '위원회안'으로 제안된 초안이다"라며 "하지만 여야가 각자 안을 내겠다고 해서 위원회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위원회에서 참고하라고 낸 안이고, 실제 논의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 운영위 전문위원이 혼자서 만든 안이다"라며 "각 당에서 자기 안을 가져와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진후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국정감사 분리실시를 합의했는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법률(국회법 등)을 개정하지 않고 규칙으로 제정하기로 한 모양이다"라며 "국회 운영위 행정실쪽에서는 윤상현 수석부대표와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검토 의견서를 보냈는데 윤상현 수석부대표만 응답했다고 설명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윤상현 수석부대표가 새누리당안과 민주당안을 병합시켜 오늘 갑자기 규칙 제정안을 제출했다"라며 "이에 정성호 수석부대표와 정진후 수석부대표가 문제를 제기해 다시 세 당의 방안을 가져와서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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