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만난 모녀, 손 꼭 잡은 채 식사
남북 이산가족, 금강산 호텔서 만찬... 21일 오전 비공개 만남 예정
▲ [이산가족상봉] 오열하는 형제20일 오후 3년 4개월만의 제19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호텔에서 열린는 가운데 박양곤(53, 오른쪽)씨가 납북되었던 형 박양수 씨를 만나 오열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이산가족상봉] 북 조카 만나는 류영식씨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째인 20일 북한 고성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측의 류영식(92.왼쪽)씨가 북측의 조카들을 만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이산가족상봉] 자매의 상봉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째인 20일 북한 고성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측의 이영실(88. 왼쪽)씨가 북측의 동생 리정실 씨를 만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최종신 : 20일 오후 8시 51분]
단체 상봉을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던 남북 이산가족들은 오후 7시 17분께 금강산 호텔에서 북측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가했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공식 만찬이 시작되기 전 앞서 가족들과 주고 받았던 사진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남측 가족들이 만찬장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해 있던 북측 가족들이 벌떡 일어나 밝은 표정으로 반겨주었다.
이날 만찬 식탁에는 모듬 떡, 모듬 채소, 얼러지 토장국, 섭죽, 닭고기 냉묵, 오이숙장 졸임, 송어구이, 인삼으로 만든 '인풍술' 등이 올라왔다.
"뜻깊은 상봉, 북과 남이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한 소중한 결실"
리충복 북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만찬 연설을 통해 "이 뜻깊은 상봉은 북남 관계 개선과 통일을 절절히 바라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부응해 북과 남이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한 소중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은 또 "특히 금강산 지구에 내린 폭설로 상봉준비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로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해 나감으로써 합의된 날짜에 상봉행사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산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인도적 사업"이라며 "가장 인간적이며 민족적 과제"라고 말했다. 유 총재는 "근본적 해결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라며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해결책 마련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산가족들은 단체상봉 때보다는 한결 편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정스럽게 포즈를 취하며 적십자 인원들이나 취재진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치매를 앓고 있어 북녘의 딸 동명숙(67)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영실(88) 할머니는 동반가족 동성숙(딸)씨가 "엄마, 명숙아 해봐요, 엄마 딸이에요, 딸"이라고 말해줬지만 "그래요?"라면서도 좀처럼 알아보지 못했다.
명숙씨가 "엄마랑 나랑 서로 보고 싶어서 찾았잖아요"라고 해도 이 할머니는 계속 "예, 그래요"라고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60년 만에 만난 모녀는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식사했다.
20일 상봉행사는 만찬으로 종료되고, 이틀째인 21일 오전에는 남북이산 가족들이 각자의 숙소에서 비공개로 가족끼리 회포를 풀게 된다.
[3신 보강 : 20일 오후 6시 30분]
60년 만에 아내와 아들 만난 김영환 할아버지
3년 4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된 금강산 호텔은 남북 이산가족들의 울음소리를 가득찼다.
전쟁 당시 두 딸을 시댁에 맡겨놓고 남편과 함께 남한으로 피난 왔다가 휴전이 되는 바람에 생이별을 한 이영실(88) 할머니는 둘째 딸 동명숙(67)씨와 동생 정실(85)씨, 시누이 동선애(76)씨를 만났지만 중증치매 때문에 꿈에도 그리던 혈육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헤어진 두 딸들 생각에 명절 때면 몰래 숨어 울곤 했고, 이 할머니의 남편은 평생을 애통해하다 4년 전 세상을 떴다.
이 할머니와 동행한 딸 성숙씨는 어머니를 대신해 이모 정실씨에게 "엄마가 오실 수 있을지 몰랐어요, 상태가 안 좋아서 계속 결정을 못했는데, 엄마가 꼭 나와야 한다(고 해서 왔다), 이모가 건강하셔서 아주 좋아요"라고 말했다.
북쪽의 딸 명숙씨는 자신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엄마, 이모야, 이모 바로 엄마 밑 동생"이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남측 김영환(90) 할아버지는 60년 만에 아내 김명옥(87) 씨와 아들 대성(65)씨를 만났다.이번 상봉단 82명 가운데 배우자를 만난 것은 김 할아버지가 유일하다. 김 할아버지는 한국전 때 혼자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김 할아버지는 이후 남쪽에서 재혼해 4남 1녀를 뒀다.
김 할아버지와 이번 상봉에 동행한 아들 세진(57) 씨는 "아버지는 북쪽 가족들에게 젊을 때 그렇게 헤어졌다는 미안함을 안고 살았다"라며 "가족들을 만나면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었던 이복형제들도 서로 껴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남측의 최병관(67)씨는 아버지 최흥식(86)씨가 이미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북쪽에 남긴 이복동생 병덕(46), 경희(52)씨를 만났다.
최씨는 동생 병덕씨가 아버지와 새 어머니, 북녁의 7남매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꺼내 내보이자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최씨는 "(아버지가) 그래도 이렇게 사셨으니까 외로움이 덜했을 것"이라며 "이런 가정을 꾸리지 못했으면 얼마나 외로웠겠나"라며 눈물을 훔쳤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구급차에 실려 북으로 향했던 김섬겸 할아버지(91)와 홍신자 할머니(83)도 차 안에서 북녘의 혈육들과 상봉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장면도 연출됐다. 남측 최남순(64)씨는 전쟁당시 헤어졌던 아버지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북측 이복동생들과 만났지만, 정작 상봉장에서 만난 이들이 자신의 혈육이 아니라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최씨의 아버지는 그가 세 살 때인 한국전쟁 당시 납북됐다.
최씨는 이날 북한의 이복형제 덕순(55)씨, 경찬(52)씨, 경철(45)씨를 만났다. 하지만 덕순씨가 아버지라며 건넨 사진을 받아 든 최씨는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과 다르다, 또 사진속의 아버지 모습은 일가 친척과도 닮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복동생들은 아버지의 고향이 강원도 정선이라고 했지만, 최씨는 "강원도 횡계에 사시다가 강릉으로 이사온 후 의용군으로 갔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친남매였으면 좋았을 것을, 인연이 좋지 않아 섭섭하다, 우리 잘못도 아니고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북측 상대들이 "섭섭해서 어떡합니까?"라고 울먹이자 "어느만큼 맞는지 다시 맞춰보기로 하자"고 했다.
최씨는 또 "이리 만났으니 의형제라고 생각하고 상봉행사가 끝날 때까지 같이 만나자"고 제안하자 북측 상대 3명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예" "예"를 연발했다. 이어 최씨가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 마음을 같이 하는 것이 미워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북측의 이들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2신 : 20일 오후 3시 54분]
남북 이산가족, 꿈에 그리던 상봉 시작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그리던 혈육들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남측 이산가족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은 20일 오전 11시 5분 북측출입국 관리사무소(CIQ)를 거쳐 오후 1시 5분쯤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했다. 이들은 금강산호텔에 여장을 푼 뒤 오후 3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단체 상봉에 들어갔다.
이날 남측 상봉자 중에는 전시·전후 납북자 가족 5명이 포함됐다.
전후 납북자 가족인 최선득(71), 박양곤(52)씨와 전시 납북자 가족인 임태호(68), 최병관(67), 최남순(64)씨 등은 북한으로 끌려갔던 혈육을 만났다.
최선득씨는 지난 1974년 2월 15일 '수원33호'에 승선해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중 북한군의 함포사격을 받고 끌려간 동생 최영철(61)씨를 만났다. 최씨는 동생 영철씨가 어려운 형편에 중학교를 졸업한 뒤 돈을 벌어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어선을 탔다가 끌려갔던 것으로 기억했다. 최선득씨는 가족이 쓴 편지와 최영철씨가 어릴 적 찍은 사진 등을 선물로 가져와 동생과 재회했다.
박양곤씨는 1972년 12월 28일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중 납북된 오대양호에 승선했던 형 박양수씨와 42년 만에 재회했다. 박씨는 형이 납북됐을 때 죽은 줄만 알고 있다가 30여 년이 생존사실은 알게 됐지만, 그로부터 또 다시 10여 년을 보내고 나서야 형과 두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임태호, 최병관, 최남순씨 등 전시납북자 가족은 이복형제와 상봉했다.
이들은 생면부지의 이복형제들을 처음 만났지만, 아버지의 생전 이야기를 화제로 끊임없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의용군 출신인 아버지가 이미 숨을 거둔 바람에 이복동생을 만나게 됐다는 최남순씨는 "처음에는 북한에 이복동생 3남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전혀 믿어지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6·25 때 돌아가신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돼 한편으론 반가웠다"며 "이전까진 내가 3남매 중 막내였는데 동생들이 생겼다. 만나겠다고 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남북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오후 7시 시작하는 환영 만찬 후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1신 : 20일 오전 10시 42분]
이산가족 상봉단, 오전 8시20분 금강산으로 출발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와 동반가족 등 140명이 오전 8시 20분 버스편으로 속초 한화콘도를 출발해 금강산으로 출발했다.
특히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김섬겸 할아버지(91)와 홍신자 할머니(83)는 구급차를 타고 북측으로 향했다.
앞 번호 상봉자의 포기로 상봉단에 합류할 수 있었던 김 할아버지는 심한 감기로 인해 쓰러졌음에도 북에 있는 딸 춘순(67), 아들 진천(66)씨를 만나겠다는 강한 의지로 구급차에 탑승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김 할아버지께 물어봤더니 돌아가시더라도 금강산에서 돌아가시겠다면서 의지가 워낙 강하셨다"면서 "일단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으로 가시기로 했다, 다만 상봉 일정 전체를 소화하실 지는 건강상태를 계속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허리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홍신자 할머니도 의료진들에 의해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이동했다.
이날 출발 현장에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나와 이산가족 상봉자들을 배웅했다.
류 장관은 다리가 불편한 최정호 할머니(91)의 휠체어를 직접 끌어준 뒤 버스에 탑승하는 최 할머니를 직접 부축했다. 류 장관은 최 할머니가 눈물을 보이자 "이제부터 시작인데 벌써 우시면 어떡합니까, 가서 더 우실텐데…"라고 위로를 건냈다.
이번 1차 상봉 행사에 참석하는 남측 상봉 대상자는 82명, 동반 가족은 58명 등 총 140명이다. 상봉 대상자 82명 가운데 80세 이상이 66명이다.
남측 상봉자들은 이날 오후 1시께 상봉 장소인 금강산호텔에 도착한다. 이어 오후 3시 금강산호텔에서 열리는 '단체상봉'에서 북의 가족들과 첫 만남을 가진 후 오후 7시 환영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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