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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데 몇 십년이나 제사를 지내다니"

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 시작... 눈물바다 된 면회소

등록|2014.02.23 13:38 수정|2014.02.23 21:08
[최종신 : 23일 오후 8시 45분]

화기애애한 만찬에 아쉬움도...24일 오전부터 다시 상봉 시작

▲ 2014 설 계기 2차 이산가족상봉이 열린 23일 북한 금강산 면회소에서 동생 박종분, 박종욱, 박종순(남측) 할머니가 오빠 박종성(87, 북측) 할아버지를 만나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 사진을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시간 만에 다시 만난 이산가족들의 얼굴은 더 환해졌다. 눈물은 사라졌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만수무강하자", "오래오래 행복하자" 등을 외치며 건배했다.

23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된 2차 이산가족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만찬 식탁에는 족발냉채, 해물볶음, 한방갈비찜, 해물된장찌개, 홍어무침, 모듬전 등이 올라왔다. 테이블에는 복분자와 막걸리 2병, 국화주인 '명작' 1병 등이 올라왔다.

동생을 찾으러 온 북한의 정지덕(83)씨는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였다. 동생 정기영(71)씨는 "전국 빙상대회 5000m 경기에서 1위를 했다"며 형을 치켜세웠다. 형 지덕씨는 "자신도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을 봤다"며 "지금은 (얼음에서) 스케이트를 못 타지만 롤러 스케이트는 탈 수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들 가족은 매실주가 든 잔을 들고 "위하여"를 외쳤다.

만찬에 아쉬움을 느낀 이들도 있었다. 남매를 만나러 온 리승근(81)씨는 "이렇게 매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씨의 누이인 이남희(85)씨는 "남이든 북이든 어디서든 이렇게 매일 만나면 얼마나 좋겠냐"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북한의 신덕균(81)씨는 식사를 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갈비찜 등을 덕균씨 앞에 갖다놨다. 동생인 신선균(83)씨는 형에게 "아 좀 먹어봐"라며 "왜 이렇게 통 안 먹어"라며 안타까워 했다.

남한 상봉단장인 김충섭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만찬사에서 "여러분들은 늦게나마 가족들과 상봉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이산가족이 남과 북으로 헤어져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산가족들은 매년 3~4천명 씩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재는 "한 명이라도 더 살아 있는 동안에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북한 상봉단장인 리충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우리 민족이 세기를 이어 분열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비극"이라며 "오늘의 상봉을 시작으로 뜻을 모아 분열의 곬을 메우고 통일의 봄을 앞당겨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에 북한의 최준규(78)씨가 일어나 "조국통일 만세"를 세 번 외쳤다.

한편, 상봉 이틀째인 24일에는 금강산호텔에서 '개별 상봉'과 '공동 중식'이 이어지며 오후에,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단체 상봉'이 진행된다.

[2신 보강 : 23일 오후 6시 50분]
2차 상봉 시작... 눈물바다 된 면회소

#1. [부녀 상봉] 북의 남궁렬(87·아버지)-남의 남궁봉자(61·딸)

▲ 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째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측의 딸 남궁봉자 씨가 북측의 아버지 남궁렬씨를 만나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6·25 전쟁 당시 젖먹이였던 딸은 밤 잠을 설쳤단다. 60년을 기다린 아버지와의 재회 때문이다. 딸은 아버지가 나올 입구에 시선을 고정했다. 초조한 듯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물 한 잔을 마셨다.

아버지는 북에서 낳은 아들의 부축을 받아서 걸어 나왔다. 딸은 다가가 아버지를 붙잡았고 두 사람은 얼싸 안고 울기 시작했다. 딸은 아버지에게 "저 알아보시겠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못 알아보겠다"며 "너희 엄마는(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딸은 "5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답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딸의 손을 붙잡았다.

#2. [형제 상봉] 북의 김봉기(83·형)-남의 김연주(79·동생)

형제는 비교적 담담했다. 동생은 "형님 죽었다는 소식 듣고 오랫동안 제사 지냈다"고 말했다. 이에 형은 "몇십 년이나 제사를 지내다니 이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고 탄식했다.

회한과 감격의 눈물...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2차 이산가족 상봉이 23일 오후 3시 7분부터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1층 대연회장에서 시작됐다. 테이블에 앉아 북한 가족들을 기다리던 남한 가족들은 초조한 표정이었다. 목이 마른 듯 물을 마시다가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했다.

북한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 가족들이 입장하자 남한 가족들은 울음을 쏟아냈다. 회한과 감격의 눈물이었다. 이 자리에서 북한 신청자 88명이 남한 가족 357명과 재회했다.

테이블마다 "알아보겠냐"는 인사와 함께 "이게 얼마만이냐",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는 말이 이어졌다. 테이블 위에는 가족들이 준비한 초코파이 등 과자와 사이다 같은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부녀는 데면데면했다. 아버지인 북한의 남궁렬(87)씨와 딸인 남한의 남궁봉자(61·딸)씨는 상봉했지만 말수가 적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봉자씨가 나서 아버지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기 얼굴을 아버지 얼굴에 가까이 대고 말을 걸었다.

딸 :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어요?
아버지 :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꿈결에 너 엄마 한 번 만나봤으면 해…
딸 : (울기 시작) 너무 늦어서 (훌쩍 훌쩍)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아버지 많이 기다렸어.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고, 오실 줄 알고 맨날 내 손 잡고 오실 것 같다고, 오신다고. (엄마가) 아버지가 잘 생기고 엄마한테 잘 해줬다고 했어요. 엄마 돌아가셨을 때 내가 너무 울었어요.
아버지: 나한테는 과분한 사람이었다. 이번에 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 2014 설 계기 2차 이산가족상봉이 열린 23일 북한 금강산 면회소에서 동생 박종분, 박종옥, 박종순(남측) 할머니가 오빠 박종성(북측, 87, 가운데) 할아버지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종분, 박종옥, 박종순 세 사람은 북한의 오빠를 만나러 나왔다. 오빠는 북한 최고령자인 여든여덟의 박종성씨. 오빠가 연회장에 들어오자 여동생들은 모두 달려갔다. 종성씨와 세 여동생은 오열했다. 눈물을 잠시 거둔 종성씨는 집안 어른들의 생년월일을 알려주며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한 여동생은 종성씨의 치아를 보고 말했다.

"오빠, 이 나이가 되도록 이가 이렇게 좋수? 어려서 실로 묶어서 뽑으려다가 잘못 돼서 뻐드렁니가 됐는데, 지금은 정말 가지런해요, 보기 좋아요."

종성씨는 동생의 말에 "맞어, 내가 어려서 그랬어"라며 "이 틀니는 당의 배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동생들은 "잘했다"고 화답했다.

북한의 리종성(84)씨도 남한의 동생들을 만났다. 여동생 이영자(71)씨가 먼저 "얼마나 보고 싶었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남동생인 이종신(74)씨가 "형님을 보니 꿈만 같다"며 "먼저 우리 절부터 받으라"며 절을 했다. 일어서는 동생들을 향해 형 종성씨는 "고향은 그대로 있는 게냐"며 안부를 물었고 동생 종신씨가 "제주는 '시'가 됐다"고 말했다.

상봉은 이날 오후 5시 정각에 종료됐고, 이후 오후 7시에 같은 자리에서 남한이 준비한 환영 만찬이 열릴 예정이다. 

마식령 스키장 자랑하는 북한 안내원들
연회장의 북한 안내원들은 남한 기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 특히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자랑했다.

북한 적십자 소속 안내원 박아무개(40대)씨는 "1월에 스키장에 가려고 했는데 이산가족 상봉 때문에 가보질 못했다"며 "행사가 끝나느대로 스키장부터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내원 송아무개(35)씨는 "대학생, 중학생들도 스키를 타고 있다"며 "마식령 스키장은 슬로프가 10개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남한 기자들이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하고 싶어한다고 말하자 박씨는 "그러려면 북남관계가 어서 빨리 풀려야 한다"며 "상봉 끝나고 같이 가서 스키타면 좋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박씨는 남한 사정에 대해 대단히 밝은 모습이었다. 박씨는 "남한에 스키장이 17개 되지 않냐", "다음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는 공사가 끝났냐"고 물었다. 또 박지성 선수를 "뛰어 다니는 산소통"이라며 "박 선수가 평발이라서 축구를 못한다고 했는데 아주 열정적이어서 결국에는 잘 해냈다"고 말했다.

남한의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도 늘어놓았다. 송씨는 "우리는 비방 중상을 중단하라고 했는데 남한 언론은 통제가 안 된다는 핑계만 내놓았다"며 "이렇게 좋은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또 뾰족한 기사가 나올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차 상봉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젊은 기자들이 많았다"며 "열의가 어찌나 높은지 서로 경쟁적이었다"고 취재 열기에 대해 인상을 남겼다.

▲ 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째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측의 동생 권영자가 북측의 오빠 전영의씨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째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측의 동생 정금자씨가 북측의 오빠 정금선씨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신: 23일 오후 1시 38분]
남북 이산가족 2차상봉, 오후 3시부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이 23일 오후 3시부터 금강산에서 시작된다. 이번 상봉에서 북측 신청자 88명이 남측 가족 357명을 만날 예정이다.

전날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한 남측 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속초에서 출발해 고성에 위치한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여기서 현대아산 버스로 갈아탄 상봉단은 오후 1시께 금강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후 3시에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에서 상봉한 뒤, 오후 7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환영 만찬에 참석하게 된다.

북측 가족 88명은 80∼89세가 82명, 70∼79세가 6명이다. 북측 최고령자는 88세의 권응렬, 김휘영, 박종성씨 등 3명이다. 남측 최고령자는 이오순(94·여)씨이며 이씨는 북측 동생 조원제(83)씨와 재회한다. 이씨는 "동생이 죽은 줄 알아서 오래 전부터 제사를 지냈는데 이렇게 연락이 와서 만나게 돼 기쁘다"며 "그동안 살아있어 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상봉 이틀째인 24일에는 금강산호텔에서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이 이어지며 마지막 날인 25일 오전 9시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 6차례, 11시간에 걸친 만남을 마무리하게 된다.

▲ 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째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측의 동생 이선우(왼쪼) 씨가 북측의 오빠 리형우(오른쪽)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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