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집회, 해외서 릴레이로 펼쳐질 것"
22일, LA에서 '종북' 촛불문화제 열려
▲ 지난 22일 미국 LA에서 열린 촛불집회 ⓒ 김미향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축하'하는 독특한 촛불문화제가 지난 22일(미국 현지시각) LA에서 열렸다.
'종북 촛불문화제'(Bell and Drum Festival)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집회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LA 방문을 계기로 시작된 박근혜 퇴진 촉구 시위 이후 이 도시에서 열린 스무번 째 집회다.
80여 명이 참석한 이 촛불문화제는 이름에 맞게 종매스님의 종소리와 사물놀이패의 북 연주로 시작됐다. 기차놀이, 인간 사슬잇기, 해방춤 등 80~90년대 집회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많은 놀이와 노래가 선보여졌다. 참석자들은 "불법정권 '종'식하고 평화의 '북'을 울리자" 등 구호를 함께 외쳤으며, 자유발언을 통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IAC(국제사회운동센터)를 대표해 미국인 여러 명이 이 집회에 참석했고, 찬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 집회가 열린 장소도 이채로웠다. 장소는 임마누엘 교회였는데, 이 교회는 미국장로교(PCUSA) 소속의 진보적인 교회로, 교회의 앞 계단은 종종 미국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LA 한국 영사관 길 건녀편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종북'을 금기어가 아닌 축제어로"
▲ 국제사회운동센터 (IAC) 회원들도 함께 한 종북 촛불문화제 ⓒ 김미향
이 문화제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김기대 목사(평화의 교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떤 이유로 문화제에 '종북'이라는 말을 넣자고 제안하게 되었나
"한국 정부와 보수집단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모두 '종북'이라는 칼을 씌운다. 다양한 의견을 무조건 종북으로 모는 것은 스스로 정당성 없는 정부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기회에 종북이라는 말을 금기어가 아니라 축제어로 바꾸자는 생각으로 종북 문화제를 제안하게 됐다. 현 한국사회의 종북 몰이가 나같은 온건 진보세력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한다. 종북 몰이에 움추려들지 말고 아예 희화화해버려서 우리 스스로 자기검열에 빠지지 말자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
이번 촛불문화제는 LA에서 열린 스무번 째 집회이기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해외 각지에서 열리는 릴레이 시위의 일환이기도 했다. 집회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를 LA시국회의 이용식 대표를 만나서 들어봤다.
"캐나다·프랑스·영국 등에서도 박근혜 퇴진 집회 이어질 것"
▲ 종북 촛불문화제 포스터 ⓒ 이철호
- 이 집회가 해외동포 릴레이 시위 중 하나라고 들었다.
"그렇다. 불법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해외동포 릴레이 집회다. 미국에서는 LA·뉴욕·달라스·워싱턴D.C.·시카고 등 7개 도시에서 열리며, 캐나다·프랑스·영국 등에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 종북 촛불문화제는 다른 시위와 좀 다른 것 같다.
"처음엔 '종북'을 집회 이름에 넣으면서 조금 걱정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왔다. 참석자들이 집회의 의도를 충분히 알아준 것 같다."
- 해외에서 집회를 한다고 해서 한국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틀림없이 한국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또한 이곳 진보단체들의 연대와 진보세력의 결속력을 다지는 것도 중요한 의미다. 10여 개의 단체가 함께 하면서 단체간 교류도 활발해졌고, 각 단체들이 가지고 있던 목적을 떠나 공감대가 훨씬 넓어졌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한국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이 문화제와 시위가 물 흐르듯 이어졌던 것만은 아니다. 이전의 집회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보수단체 시위대에 의해 여러 차례 방해를 받았다. 10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은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생떼를 쓰다가, 결국 경찰이 나서서 신고된 집회를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후에야 길 건너편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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