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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에서 홍문종 이름은 왜 사라졌나

노조 민실위 보고서 "MBC뉴스 편향성" 비판... 강기훈·부림 사건은 단신 처리

등록|2014.02.25 17:28 수정|2014.02.25 17:30

▲ 지난 4일 신고리 1호기 냉각수 누출 사고 은폐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의 리포트가 인터넷에서 삭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4일 신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냉각수 누출 사고 은폐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가 인터넷에서 삭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를 두고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내용은 언론노조 MBC본부(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가 25일 내놓은 보고서에 담겼다. 노조 민실위는 <원칙의 실종, 뉴스의 실종>이라는 제목을 단 이 보고서에서 MBC 뉴스가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원전 사고 은폐' 기사는 왜 삭제됐나?

MBC는 지난 4일 <뉴스데스크>에서 <냉각수 누출 사고 '쉬쉬'> 리포트를 방송했다. "원전 비리로 가동이 중단됐다가 지난달부터 재가동된 신고리 1호기에서 또 다시 냉각수 누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원전 쪽이 원자력안전위원회나 본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MBC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단독으로 보도한 이 리포트에서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다음에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스리마일 섬 사고 때도 이게(냉각수 유출이) 단초가 됐다"며 냉각수 누출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많은 언론이 후속보도를 했고,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항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파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 <뉴스데스크> 홈페이지와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 리포트를 볼 수 없다. 삭제됐기 때문이다.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일 김장겸 보도국장은 "기사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담당 부서인 경제부장에게 해당 리포트의 삭제를 지시했다. 리포트 삭제는 해당 기자에게 통보되지 않았다.

김 보도국장은 삭제 지시를 한 배경에 대해 "나를 방문한 한국수력원자력 쪽은 '보고 의무가 없는 단순 고장을 MBC 기자가 사고라고 표현했고, 서울대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는 등 사안을 침소봉대했다'고 했다"면서 "한수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됐고, 기사를 깔끔하게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홍보팀 관계자는 "기사 삭제까지 요구하지 않았고, 다만 사고라는 표현을 적절하게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예 통째로 삭제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실위는 "김장겸 보도국장은 기자의 사전 설명 한마디 듣지 않고 회사 자산이자 기록인 인터넷 기사를 일방적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사실 관계부터 검증·검토하고, 상대방 주장이 타당하다 여겨졌어도 취재 기자를 통해 재확인하거나, 반론 절차를 밟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보도국 간부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이름 빼라"

또한 경기 포천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이주노동자 착취를 다룬 10일 MBC 보도에서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이름이 빠진 것은 보도국 간부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마련된 리포트에서는 홍 사무총장의 반론이 반영됐다. 당시는 홍문종 사무총장이 박물관 이사장이자 이주노동자의 고용주로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후 5시 40분께 뉴스 편집 책임자는 "홍 사무총장의 실명과 반론을 기사에서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해당 부서가 "이미 실명이 공개된 보도인 만큼 기사 요건상 실명 반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이 책임자는 "아예 뉴스데스크 큐시트에서 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MBC 보도에서 홍 사무총장의 이름은 빠졌다.

민실위는 "홍문종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예술가들과 근로 계약을 맺은 이 기사의 핵심 당사자"라면서 "정파적 시각으로 억울하거나 오해받을 수 있으니 배려해야할까? 그렇다면 오히려 홍 사무총장의 실명 반론을 적극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민실위 보고서는 판결 관련 중요한 기사가 누락된 사실도 비판했다. 지난 13일 강기훈씨는 유서 대필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2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검찰과 법원의 잘못을 바로 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판결이었다. 방송과 신문 등 모든 언론매체는 이 판결을 주요하게 다뤘다.

하지만 MBC는 예외였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날씨 소개 직전 강씨의 무죄 판결 소식을 단신으로 다뤘다. 앵커는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단 두 문장만을 읽어 내려갔다. 같은 날 나온 '33년만의 부림사건 무죄' 뉴스 역시 <뉴스데스크>에서 단 두 문장의 단신으로 소개됐다.

검찰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을 다룬 보도 역시 MBC의 편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됐다. 지난 14일 관련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주말 동안 온라인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언론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MBC에서는 이틀 동안 다뤄지지 않다가, 16일에야 첫 리포트가 나왔다.

민실위는 "타사가 다 다루는데 MBC에서만 외면·누락되는 현상이 특정한 방향으로, 그것도 연속으로 발생한다면 시청자들은 기꺼이 '편향'이라고 부를 것"이라며 "뉴스 담당자들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거나 편향 의혹을 부인한다면, 왜 MBC에서만 누락되거나 축소됐는지 그 원칙과 기준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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