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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때문에 초등교사 신규 발령을 못 낸다고?

등록|2014.02.26 18:11 수정|2014.02.26 18:11

▲ 24일, 한국교원총연합회에서 낸 성명서로 무리한 무상급식 정책이 저급한 교육환경과 신규교사 미발령 사태를 불렀다고 주장한다. ⓒ 한국교총


초등학교 신규 교사들이 3월 인사에서 거의 발령을 받지 못했다. 강원도는 합격자 220명 가운데 한 사람도 임용이 안 되었고, 서울도 임용고시 합격자 990명 가운데 고작 38명 만 발령을 받았다.

이 일을 두고 24일 한국교총은 '서울시교육청 등 신규교사 미발령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미발령 사태 원인을 지난 3년 동안 무상급식을 위한 재원 마련에 교육청 예산이 쏠리면서 명예퇴직 예산을 크게 줄어 교원 수급의 발목을 잡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을 받아 언론들도 "명예퇴직 예산이 올해 크게 줄어든 것은 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예산이 늘어나 시교육청이 예산 부족에 허덕이기 때문" (동아일보 2월 25일치)이라고 한다. '무상급식→명퇴 예산 급감→명예퇴직자 급감→신규교사 대규모 미발령'이라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말이다.

말처럼 명예퇴직 신청자는 해가 더할수록 늘어나는 데 예산 책정은 오히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명예퇴직 예산이 지난해 1086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255억 원으로 자그마치 80% 정도가 줄었다. 자연스런 귀결로 명예퇴직 희망 교사 1258명 가운데 372명 만 승인했다.

퇴직자가 줄다 보니 그만큼 신규교사 임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 원인은 교육부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들어 초등교사 정원을 줄인 데 있다. 강원도의 경우 2014년 초등교사 정원이 169명이나 줄었다.

도내 초등학교 수가 351곳인 점에 비추어볼 때 한 학교 걸러 한 학교씩 교사 1명씩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명예퇴직 예산을 확보하여 명예퇴직 희망 교사의 신청을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명예퇴직 교사 수를 보면, 2010년 131명, 2011년 150명, 2012년 149명, 2013년 180명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 교총이나 일부 신문의 주장하고는 전혀 다르다. 더구나 2013년 시·도별 무상급식 학교급별 실시율을 보면 강원도교육청은 전국 3위(85.9%)로 무상급식 실시 비율이 높고 명예퇴직 교사 수가 많은데도 신규 교사 발령을 한 사람도 내지 못한 데는 다른 원인이 있음을 말한다.

말난 김에 시·도교육청 예산이 왜 어려워졌는가도 따져보자. 이제 진보든 보수든 차이는 있어도 무상급식을 다하고 있다. 예년에 없던 지출이 갑작스레 생겨 허덕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아주 영향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예년에 없던 씀씀이가 생긴 때문이다. 일테면 초등 돌봄 교실이나 누리교육과정 같은 사업이 그 예가 되겠다.

이는 대통령의 교육복지 공약으로 충분한 예산 검토 없이 갑자기 추진하면서 그 책임과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보육, 그러니까 누리과정은 엄밀히 따지면 보건복지부에서 감당해야할 몫인데 그걸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니까 시·도교육청 재정이 어려워진 것이다.

애초 초등 돌봄교실의 전액 무료 지원이 공약이었지만, 그마저도 학부모가 간식비를 절반 부담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또 어떤가? 유아 발달 단계를 무시하고 하루 5시간 수업을 강제하는 지침으로 전담교사 배치 없이 누리과정 교사에게 이를 떠넘기려고 한다.

그러니 무상급식 사업 때문에 초등 신규 교사 미발령 사태가 일어났다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거기에 맞게 교사 정원을 늘리라고 말해야 한다. 여기에 지금처럼 교사정원을 학급수가 아닌 학생 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지금 같은 일은 해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강원도교육청은 400명을 선발하고 했으나 교육부에서 초등 정원을 169명을 줄이는 바람에 220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말로만 OECD 수준을 말할 게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2012년 기준으로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7.5명으로 OECD 평균 21.2명에 크게 뒤진다. 그런데도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2023년으로 미뤘다. 학급당 학생 수만 줄여도 신규 교사 발령은 얼마든지 늘리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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