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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 깨우는 '꽃과의 전쟁'

태안화훼민 서울 화훼공판장 견학...현황유통형태 등 체험

등록|2014.02.27 19:53 수정|2014.02.27 19:53

태안화훼민 서울 화훼공판장 견학…현황ㆍ유통형태 등 체험지난 20일에서 21일로 넘어오는 자정. 알람음과 함께 긴장감이 감도는 서울 화훼공판장 경매현장. 고품질의 절화를 보다 저렴하게 사가려는 경매인들의 눈치전쟁에 새벽잠이 깬다. (사)한국화훼협회태안군분회(회장 김윤수)원 40여명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절화가 팔리는 현장을 그렇게 한참이고 숨죽여 지켜봤다. ⓒ 이미선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서정주 '국화옆에서' 첫머리>

(사)한국화훼협회태안군분회(회장 김윤수)원 40여 명이 지난 20일 밤에서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태안군청 농정과 원예특작담당 문제남 계장과 태안소금명품화사업단(소금·화훼를 전담하는 향토사업단으로 태안군청 지하 1층에 사무실이 있다) 조석현 사무국장도 기꺼이 이들의 견학길에 동행했다.

20일 식사를 마치고 시침이 저녁 8시를 가리키는 시각. 미리 대절한 관광차 안에 몸을 옮기는 태안군화훼협회 20개 작목반 대표들. 화훼민들이 하루 종일 고된 농가일로 쌓인 피로를 한 잔의 술로 달래는 그 사이 서울행 버스는 서서히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서울 양재동(강남대로 27) 화훼공판장의 불이 환하게 건물 내부를 비춘다. 새벽 찬 서리를 맞은 듯 피곤에 젖은 화훼민들이 버스 정차와 함께 지친 눈을 비비며 공판장 안으로 들어선다.

밖은 입김이 나오는 차가운 겨울이지만 공판장 안은 벌써부터 형형색색 꽃들로 봄기운이 만연하다. 붉은장미, 노란장미, 흰장미, 연분홍장미, 파란장미, 초록장미. 장미 한 송이의 빛깔도 이렇게 다양한데 이곳 공판장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는 각기 다른 절화들은 향기로움의 절정을 넘어 이미 봄맞이 단장에 한창이다.

우리나라 화훼공판장은 수도권에 2곳, 지방에 4곳으로 모두 6곳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aT화훼공판장과 부산엄궁동화훼공판장, 부산경남화훼공판장에서는 전체 부류를 거래하고 있지만 한국화훼농협은 난과 관엽을, 영남화훼공판장은 절화를, 광주화훼공판장은 절화와 난만을 취급한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도소매시설현황을 살펴보면 공영도매시장이 6개소, 직판장이 163개, 집하장이 88개, 유사시장이 50개, 꽃꽂이원이 418개, 화원이 1만902개, 노점 등 기타가 336개에 달한다.

매주 월, 수, 금(6~12월) 일주일에 세 번. 그러니까 일, 화, 목 자정부터 2시간 동안 문을 여는 이곳 aT공판장에는 절화경매가 진행된다. 아니 절화전쟁이 시작된다. 장미, 국화, 백합, 카네이션 등 187여 품목에 달하는 절화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가려는 중도매인들의 눈치전쟁에 새벽잠이 모두 달아난다.

참고로 난(호접란, 심비디움, 덴파레 등 26여 품목)은 월, 목 오전 8시~, 관엽(시클라멘, 카랑코에 등 344여 품목)은 화, 금 오전 8시부터다.

양재동화훼공판장은 1991년 개장해 95년 2식 경매시스템과 중매인점포를 증축하고 97년 난류 경매를 시작해 이듬해 관엽류 경매와 3967m²(1200평) 규모의 경매장을 증축했다.

태안읍 인평리가 고향이라고 밝힌 오수태 절화팀 경매실장의 안내로 경매현장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화훼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절화의 향기를 직접 만져보고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이날 태안화훼민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박연호 절화팀장과 홍영수 (사)한국절화협회 사무국장, 지웅식 중도매인연합회장도 자리를 지켰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공판장에 속속 도착해 새 주인을 기다리는 절화를 살펴본 화훼민들은 2층 강의실로 자리를 옮겨 우리나라 화훼현황과 발전방안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했다.

현 화훼생산의 문제점은 시설의 노후와와 로열티부담 증가, 농업경영비 부담증가, 중심산지의 부족 및 규모화 부족, 성수기에 따른 집중적인 홍수출하 등이다.

꽃이 사치품으로 전락되면서 쌀화환에 치여 꽃 소비문화가 다소 변화됐다. 때문에 화훼소비가 경조사 위주로(85%) 바뀌고 판매 자체도 특정일에 집중돼 사계절 수익사업에 멀어진 것도 사실.

오수태 경매실장은 자료를 통해 최근 국내 화훼생산 및 현황, 유통현황, 문제점과 해외공판장 운영사례, aT화훼공판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간 태안화훼민들이 궁금해 하던 내용에 대한 간략한 질의답변 순서도 마련됐다.

이날은 태안과 인근 예산의 예로 든 화훼류 품질비교 자료도 공개됐다. 그곳에서 1시간 남짓 시간을 보낸 화훼민들은 경매시작 10분 전이 돼서야 다시 경매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경매가 시작된다는 알람음과 함께 텅 비어져 있던 경매석 좌석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공판장과 인근 강남터미널에서 중도매상을 하는 도매인들은 간단한 간식거리와 차, 음료, 도시락 등을 챙겨들고 각자 자신의 좌석에 앉아 대형전광판과 절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경매는 양쪽 두 곳의 창구에서 두 개의 대형 전광판과 두 명의 경매인들에 의해 동시에 진행됐다. 경매인들 앞으로는 끝없는 절화행진이 줄을 잇는다. 경매인 앞에서 상자를 열어 절화 한단을 들어 보이면 도매상들은 재빨리 손가락을 움직인다.

도매인들은 경매 전 자신들이 봐뒀던 절화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전자식 버튼을 통해 입찰을 진행한다. 정 중앙 경매현황을 알리는 대형전광판의 숫자들이 경매 낙찰과 유찰을 알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전광판 A에서 태안화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친근한 글자가 나왔다.

출하지_태안군/최덕환/농협중앙회태안군지부/품명_장미/오션송/등급_특2/상장번호_210/낙찰자수_1/응찰자수_3/단가_8000원/판매단위_1상자(20속)/다음경매 태안군/신경호/장미/아마룰라/특2.

최덕환씨가 애써 가꾼 장미는 8000원에 경매를 마쳤다. 자신들의 이름으로 올라온 절화를 본 심경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벅참과 긴장의 연속이었으리라.

태안화훼민 서울 화훼공판장 견학…현황ㆍ유통형태 등 체험강남버스터미널 2층에 자리한 생화도매시장.새벽 2시. 경매장에서 사온 절화를 정리하고 판매하기에 바쁘다.남들이 다 자는 이 시간에도 이곳의 밤은 일상인들의 낮보다 환하다. ⓒ 이미선


다음 견학지로 발길을 돌린 화훼인들은 아마 좀 더 품질좋은 절화생산을 마음속으로 다짐했을 것이다. 새벽 1시. 약 1시간 가량 경매현장을 지켜본 화훼민들이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인근 강남터미널 2층에 자리한 생화도매시장이다.

한층 더 차가워진 공기에 화훼협에서 미리 준비한 마스크를 얼굴에 쓴 화훼민들이 속속 도매시장 안을 찾았다. 반평생을 꽃과 함께 한 인연이다 보니 서울이라고 해서 생판 남은 아니다.

몇 년째 연을 이어오고 있는 낯익은 도매상을 찾아 인사하는 태안화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좁고 긴 틈으로 전국에서 올라온 소매상들이 각자 원하는 꽃을 구입하기에 바쁘다.

막 경매를 마치고 돌아와 사온 꽃을 정리하는 도매상들과 그 싱싱한 꽃을 사기위해 발품을 파는 소매상들로 생화도매시장 안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정리하는 사람들이 도매상이요, 신문지에 소규모 꽃을 말아 다니는 사람들은 소매상이라.

여기저기 꽃 상자가 나뒹굴고 생환지 조환지 보고만 있어도 마냥 향긋한 꽃들은 대량으로 정리돼 다 피지 않은 봉우리로 새치름 떨고 있다.

새벽 2시다. 이제는 태안으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 됐다. 아름다운 꽃의 향연에 취해 잠시 견학 중이라는 본분을 망각한 화훼민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꽃 속에 빠져 2시가 넘어서야 차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자, 자, 이제 알았다.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도 우리 태안지역 화훼민들은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경매현장과 도매시장 견학으로 올해 오롯이 태안에서만이 피울 수 있는 절화생산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먹구름 속에 울어도 태안화훼민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은 갑오년에도 계속된다.

중국, 콜롬비아 등에서의 수국 수입이 증가되는 이때 우리 꽃 많이 사랑하고 구입하는 것도 지역을 사랑하는 첫걸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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