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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는 보통학교에서 나올 수 있다"

[인터뷰] 인천 청천중학교 김우연 교장

등록|2014.02.28 15:42 수정|2014.02.28 17:28
"초등학교 1학년 가을운동회였어요. 1등 상품인 눈깔사탕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갑자기 저를 불러내셨습니다. 그 길로 고향인 강화를 떠나 인천으로 오게 되었어요. 휘황찬란한 도깨비불(전깃불)들이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내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큰 도시를 보게 되니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죠."

청천중학교 김우연 교장이 꺼낸 인천에 처음 왔을 때 당시 회상이다.

지난 24일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청천중학교 교장실에서 김우연 교장을 만나 두려움에 떨던 한 시골 소년이 어떻게 교편을 잡게 되어 교장선생님까지 되었는지, 또 어떤 생각으로 세계화 시대의 주인공들을 발굴해 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 청천중학교 김우연 교장선생님, “글로벌 리더는 보통학교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 윤정노


- 청천중학교에는 언제 오시게 되었나요?
"인천에서 7개의 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다가 현재 청천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낯설었어요. 아는 사람도 없고…. 마치 어린 시절 인천에 올 때의 느낌이랄까요? (웃음) 4년 임기에 현재 2년 6개월 지났습니다.

제가 여기 와서 많이 배웠습니다. 처음 와서 아이들의 눈이나 공부하는 모습 등 여러 가지가 고등학생들과는 다르더군요. 만약에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저는 고등학교 교육만 알지, 중학교 학생들이 정말 어떤지는 몰랐을 거에요. 특히 우리 학교에는 어려운 친구들이 많아요.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의 아이들이요."

-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졸업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졸업을 못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무한 돌봄이 필요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하고 또 선생님의 영향력에 따라서 학생들이 변하게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욕을 가지게 됐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부임 2개월 만에 제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친구들이지만 제대로 된 인성교육과 학력향상을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만 해준다면 아이들이 공부도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존경하면서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생각한 것이 '글로벌 시대에 인재는 보통학교에서 나온다'입니다. 정말 어려운 학생들이 오히려 인성이 좋습니다. 정말 어려운 아이들은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갑니다. 서로를 돌보고 같이 공부하고, 어울리고, 생활하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스스로가 어려운 친구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알게 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해의 폭이 넓어진 아이들이 결국은 글로벌 시대에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어려움을 경험한 친구들이 상대방에 대해 더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쉽게 예를 들자면, 유능한 학원 강사가 서울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죠.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 채우려고 하는 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강사는 그렇게 유명한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알고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 건데 너무 머리가 좋아 쉽게쉽게 공부를 한 우등생 출신의 강사는 아이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잘 모를 수 있어요.

이런 점을 인식한 이후부터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우리 학생들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점이었어요. 요즘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선생님들이 먼저 학생들로 하여금 존경을 받을 수 있게 접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생각으로 저는 아이들을 야단치지 않아요. 항상 격려하고 칭찬합니다. 특히 우리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두 학급이 있어요. 이 학생들이 복도를 막 지나다니면서 소리를 질러도 한 번도 혼을 낸 적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저렇게 소리 지를 수 있는 것도 기운이 넘치기 때문이다'라고 다른 식으로 생각한 거예요. 이렇게 이해의 폭을 넓혀 접근하니까 학생들도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꿈 펼칠 수 있는 기회 주어져야

-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을 선생님이 솔선수범으로 보여주고 계시네요.
"학생들뿐만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에 대한 존중감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요즘은 전자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선생님들을 대면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전체 교사 1:1 면담을 꼭 해요. 행정실도 가서 면담을 하죠.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면담은 상당히 필요해요.

선생님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고 다음으로는 학부모에 대한 존중감이 필요해요. 이 때 교장의 언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따라서 선생님들이 영향을 받고, 그에 따라 학생들이 영향을 받고, 또 그것이 학부모님들에게 순차적으로 혹은 상호 간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학부모들에게 학교장의 언어가 중요하다. 선생님의 언어가 중요하다. 학생들의 언어가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학부모들이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 하는 언어도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언어로 인해서 서로 상처받고 소통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면에서는 상당한 인내성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 왔습니다.

우리 학교 교육이 바뀌면 대한민국 교육이 바뀝니다. 이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존중감과 이해의 언어로 대하니 아이들이 상당히 밝아졌어요. 1학년 때 힘든 모습으로 우리 학교에 들어왔던 친구들이 2학년이 되면 조금 나아지고, 3학년 졸업식 때에는 제가 아이들에게 '여러분들이 존경스럽고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 졸업식이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들을 좋아하는 거에요.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거예요."
  

▲ 청천중학교는 여러 가지 특성화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에 있다. ⓒ 윤정노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사실 우리 학교는 비선호 학교였어요. 성적도 상당히 낮은 학교였죠. 하지만 지금은 성적도 많이 올랐어요. 제가 이곳에 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면학실'을 만든 거예요.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 공간을 확보해 줌으로써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반응도 아주 좋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그거 해봐야 그렇다'라고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후에는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제일 잘한 게 이거군요'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공부는 하는 '습관'이 필요하잖아요? 공부는 자기가 해야 돼요. 학(學)은 배우는 거죠? 습(習)은 자기가 익히는 겁니다. 즉 자기가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으로 시작을 했죠. 그래서 학부모 감독도 한 사람 있습니다. 사실 학부모 감독이 필요하냐 하는 논란도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학부모님들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 지를 봐달라는 거죠. 그래야 선생님, 학생, 학부모 사이에 소통 장애의 벽이 허물어 질 수 있다고 봅니다."

- 이외에도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실천 위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인문사회정보부'라는 것이 있어요. 인천지역에서 인문사회정보부가 있는 중학교는 우리학교가 유일할 거에요. 사실 인천은 과학이 우수한 도시예요. 투자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체험, 인문학 이런 부분에는 아직까지 예산 지원이 적습니다. 그래서 운영에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우리학교 학생들이 발표회 등에서 점차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어 뿌듯합니다.

또한 학생 중심으로 교사 및 교과를 선택할 수 있는 '방과후 활동'을 운영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어 기본 학습 능력을 신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삼성 드림클래스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주요 교과목(영어, 수학) 학습의 기회를 학생들에게 더 제공하고 있어요."

-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드림클래스는 학습의지는 있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워 정규수업 외에 교육지원의 기회가 없는 중학생들에게 방과 후 주요 교과목에 대한 학습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저소득층 학생들로 해서 뽑아요. 삼성에서 뽑힌 대학생강사도 저소득층 학생들이 등록금을 지원받아 가며 봉사를 하는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요. 일주일에 2~4회 정도 방과 후 수업을 합니다. 학력 증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우리 학생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죠. 대학 생활 이야기를 해 줄 수도 있고 고민을 들어 줄 수 있는 멘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고 있어요.

대기업에서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줘서 고마움을 느낍니다. 저는 이 방과후 교육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지금도 잘 운영이 되고 있지만 이것을 좀 더 정착시키고 더 활성화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
  

▲ 삼성은 가정환경이 어려운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해 기초 학력 증진 프로그램인 '드림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 삼성 드림클래스 누리집


- 방과후 활동을 운영하시면서 어려움도 있을 듯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작년에는 부평구청에서 예산을 따와 주먹밥을 만들어 줬어요. 혹자는 자판기 만들면 된다고 말하지만 자판기 만드는 순간 급식이 무너진다고 저는 생각해요. 급식이 무너지면 학생들이 군것질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밥맛도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주먹밥을 만들었는데 학부모들 2~3분이 조가 되어서 수고해 주셨어요.

올해 예산 확보가 문젠데… 작년과 똑같이 신청을 했는데 과연 부평구청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들 공부시키는데 예산 편성을 우리가 다 할 수 없게 법적으로 되어 있어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먹는 밥인데 구청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주었으면 바람이에요.

실상으로 근무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급식 때문에 성장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밥을 잘 먹어요 애들이. 급식을 준비해 주시는 조리 종사원분들도 너무 착해요. 낮은 급식비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급여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해주시고 계세요. 되도록 그런 노고에 보답 드리고자 노력 중에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이라는 말을 쓸 때도 있지만 교직원이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우리 학교에서는 조리 종사원이 됐든 사회복지사가 됐든 어떤 분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애쓰지 않는 분이 없어요."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글로벌 인재 될 수 있어

- 청천중학교만이 특색 있게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먼저 '청천 7품제'라는 것이 있어요. 바른생활품, 도서품, 발표력 능력품 등 해서 7가지의 품을 학교장이 인증해 주는 것이에요. 이를 통해서 학생들이 목표의식을 가지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과 지속력을 가지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천 준비학교'라는 것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 일주일 정도 영어, 수학 공부를 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입학 전부터 중학교 생활의 목표를 설정하고 진로계획을 세우게 되는 과정입니다. 수업교사 및 상담교사 분들이 너무나 잘 해주고 계셔서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하나가 '특목고 면접반'이에요. 컴퓨터를 전공하신 진로진학상담선생님, 과학을 전공하신 교감선생님, 저는 일어를 전공했습니다. 이외에도 해당 분야의 선생님들이 파트를 나누어서 과학고, 마이스터고 등 특목고 면접에 학생들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학생들이 미리 가보는 진로진학' 이라고 해서 13분을 모셨습니다. 직업인들 혹은 각 학교의 진로진학교사를 모셔서 학생들이 미래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발표도 해보고, 고등학교에 대한 교과과정이라든지 그 학교에 오면 어떻게 해야 된다든지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으니까 학생들이 참 좋아하더라구요."

- 학생들을 위해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셨네요.
"학교에서 어떤 특성화프로그램, 특별한 교육과정 과목을 운영할 경우에 그것을 스펙으로 본다고 얘기들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우리 학생들도 그런 기회를 가졌더니 선생님들도 보완점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러니 한 번 더하자. 그런데 예산이 수반되는 거라 참…. 개학 시기에 맞춰 3월에 할 수 있으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세계화 시대의 주인공! 젊은 기상으로 유연한 사고와 과감한 도전과 실천을!"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입니다.
"요즘은 우리학교도 그렇고 아이들이 생활과학고, 특성화고 같은 곳으로 진학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마이스터고에 진학 후 대기업에 바로 취업해서 잘 다니고 있는 경우도 보았고, 생활과학교 제과제빵을 전공해 그 맛으로 극찬을 받아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도 봤어요.

이제는 패러다임이 달라지는 거예요. 아마 이런 현상은 대학생들에게도 점점 급속화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글로벌 시대 인재라는 것은 바로 이런 특성 있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한 우리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것이죠.

학기 초에 1학년 학생들에게 한 시간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분들이 정말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라고 하면 아이들이 깜짝 놀라요. 하지만 놀랄 일이 아니에요. 왜냐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뭘 해야 되느냐.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해요."

▲ 김우연 교장선생님이 집무를 보고 있다. ⓒ 윤정노


-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저는 태권도 선수였어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2학년 때에 그만두었죠. 공부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학창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어요.

만약 제가 41년 전 중학교 1학년 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 어린 제 자신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한 가지는 '제발 좀 앉아서 뭔가 생각좀 해봐. 5분이라도 좋으니까.' 저는 그때 너무 철이 없어서 제대로 앉아있던 적이 없어요. 앉아있던 기억보다는 늘 왔다 갔다 하는 산만했던 아이였어요. 또 한 가지는 '한 줄의 글이라도 좋으니까 그것을 기필코, 그 뜻을 생각해보라'고요. 생각하는 힘은 어려서부터 훈련이 될 때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해요. 공부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항상 생각을 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그렇다면 그 판단은 지혜로운 판단을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지혜로운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창의성, 인성, 슬기로움도 가미되어야 한다고 항상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줍니다."

-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교육자의 삶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것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아이들을 좋게 보는 눈, 이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교장인 제가 볼 때에는 젊은 선생님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 한 마디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할 때가 있어요. 학부형들은 이 점을 간과하기 쉬워요. 젊은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신세대적인 가치관도 좋지만 학교에 정말 어려운 일이 터졌을 때 많은 세월을 보내고 경험을 가진 교사들의 학교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 거죠."

-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하나요?
"교직을 보는 눈을 좀 다르게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학교 발전 위해 애쓰시고 조언을 주시는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학부모들은 아이의 말만 듣고 다짜고짜 찾아와 큰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어요. 일단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2시간 반을 들은 적도 있어요. 교장으로서의 책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 드리면 많은 분들이 결국엔 웃고 돌아가십니다.

사실 아이를 가장 망치는 것은 학부모가 아이 앞에서 '선생님이 실력이 없어. 뭐 가르치는지 모르겠어.'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했어?' '선생님이 그렇게 했어?' 등의 비하발언을 하는 거예요. 그럴 때 아이는 곧바로 무너지게 마련이죠.

항상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판단을 해야 합니다. 사실관계 확인 후에 액션을 취해도 늦지 않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한 번쯤은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는 의미에요.

'학부모 코디네이터'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자원봉사로 아이들 주먹밥도 만들어 주시고 교내 순찰을 돌며 학교폭력을 예방하기도 합니다. 순찰을 도는 것이 어떤 의미냐면 학생들이 긴장해요. 처음에는 선생님들도 긴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선생님들이 학부형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고, 학부모님들도 또한 선생님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지켜보면서 그 고충을 이해해 주시기도 하죠."

- 말씀처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겠네요.
"교원 존중 풍토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물론 존중 받으려면 거기에는 선생님들이 노력을 많이 해야 되겠죠. 그러나 학부형들도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 해야 돼요.

그러면 누가 좋아지느냐? 아이들이 행복해지고 좋아지는 거죠. 그것이 너무 아쉬운 거예요. 교사를 믿어주는 풍토를 만들어 주면 참 사회가 밝아질 텐데…. 선생님들이 마음 편하고 신바람 나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가르치는 것을 힘들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에게는 손해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교원 존중 풍토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또한 학교 자체 내에서는 선후배 존중풍토가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선배 선생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작 본인도 자신의 후배들에게 그렇게 인식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죠.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지 못하기 때문이죠.

교직에서는 서로 존중하는 풍토는 이루어지고, 밖에서는 스승 존중 풍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이 있으시다면?
"새 음악선생님이 오시면서 브라스밴드, 중창단, 난타반, 뮤지컬반 등 많은 부서가 만들어져 발표를 하고 있어요. 브라스밴드는 인천에 하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창고에 있던 악기를 꺼내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는 이처럼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체육 등 다양한 활동들이 학생들의 인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되고 공부하는 데에도 좀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될 텐데 환경이 조금 열악해서 안타까움이 있어요. 지금은 교실 배식을 하고 있는데 식당에서 밥을 먹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고, 식당 밑에다가는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용실이나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예산이 많이 좀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 선생님들이 조금 이해하고 학생들을 위해 세밀하게 어루만지고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간혹 일부 교사의 잘못이 마치 전체의 이야기인 것처럼 자꾸 표출될 때 우리는 사기가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희망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와이즈뉴스(http://www.whysnews.com), GTN-TV(http://www.gtntv.co.kr), 내외신문(http://naewa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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