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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해군기지 반대 시위 문규현 신부에 '집행유예'

펜스 부순 혐의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무단침입 혐의 벌금 10만원

등록|2014.03.02 17:58 수정|2014.03.02 17:59
제주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펜스를 부수고 무단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규현 신부에게 대법원이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대표인 문규현 신부는 2012년 3월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공사현장에서 동료 신부와 목사 등 공사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함께 쇠지레(속칭 빠루)로 공사현장 펜스를 내리쳐 펜스를 부수고,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검찰은 "문규현 신부가 위험한 물건(쇠지레)으로 재물을 손괴하고, 공모해 출입이 금지된 장소에 무단으로 출입했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문규현 신부는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행동한 것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인 제주지법 형사2단독 김경선 판사는 2013년 1월 문규현 신부의 펜스를 부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또 출입금지 장소에 들어간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를 누려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른 방식의 항의 수단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임에도 위험한 물건을 들고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것으로 위험성이 큰 행위이므로, 책임 또한 무겁다"고 밝혔다.

이에 문규현 신부는 "쇠지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에 위협을 가할 정도의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없고, 해군기지 건설 현장은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나 시설 또는 장소'가 아니다"며 항소했다. 반면 검사는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최남식 부장판사)는 2013년 10월 문규현 신부에게 1심을 깨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쇠지레는 사회통념에 비춰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물건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이를 정상적인 용법이 아니라 펜스를 내리치는데 사용했으므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펜스에 구멍을 내고 공사 현장에 들어간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상의 '출입이 금지된 장소'에 출입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적법하게 승인을 받아 진행되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불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행위라고 볼 수도 없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감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는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문규현 신부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문규현 신부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재물손괴죄의 위험한 물건 및 손괴, 경범죄처벌법의 무단침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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