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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괴물의 복수심, 딸 낳으니 알겠다"

[박정환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와 괴물을 연기하는 박은태

등록|2014.03.03 14:33 수정|2014.03.03 14:33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와 괴물 1인2역을 연기하는 박은태. ⓒ 충무아트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배우 박은태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다. 자신을 만든 창조자가 절친한 친구지만, 그 친구 때문에 괴물이라는 정체성을 덧입어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해야 한다.

앙리 뒤프레와 괴물이라는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는 박은태는 안주하기보다는 연기 발전을 위해 폭넓은 배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딸을 키우는 게 캐릭터의 감정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자랑하는 박은태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 <프랑켄슈타인> 원작은 조각난 시체를 이어 붙여 괴물을 만들지만 뮤지컬은 절친한 친구 앙리를 괴물로 만든다.
"1막에서 앙리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소설 원작은 괴물을 만들고는 괴물의 고통을 보여준다. 하지만 뮤지컬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가장 친한 친구를 살려 놓았더니 괴물이 된다는 설정 자체가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앙리도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에 성공하고 싶어한다."

- 뮤지컬에서 1인 2역은 처음이다.
"부담이 많이 되었다. 1인 2역의 대명사는 <지킬앤하이드>다. 친구를 위해 죽는 착한 남자가 복수를 위해 친구를 죽이려는 사람으로 돌변하는 이야기 구조가 <지킬앤하이드>와 일맥상통하다. 같은 느낌이 들지 않게끔 표현하는 게 고민되면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나는 괴물', 그 어떤 뮤지컬 넘버보다 큰 에너지 내는 곡"

▲ "노래에만 치중하면 무미건조하고 드라마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평이 나온다. 연기에만 치중하면 노래 실력이 왜 이러느냐 하는 평이 나온다. 연기와 노래의 중도를 지키며 무대에 오르는 게 뮤지컬 배우의 숙명이다." ⓒ 충무아트홀


- 제작보고회 당시 고음을 열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제작보고회에서 부른 보래는 2막에 나오는 '나는 괴물'이다. 제작보고회에서는 연기적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연습과 의논이 없던 상태에서 불렀다. 지금 완성 단계에서 부르는 노래와 당시 불렀던 노래의 느낌이 확 다르다.

노래 속 감정에 너무 빠진 나머지 '나는 괴물'를 잘 못 부를 지경이었다. 지금도 고민이 되는 게 있다.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복수의 칼을 갈 때 부르는 '나는 괴물'에서 너무 감정에 몰입하면 노래가 무너질 수 있어서다. 그 어떤 뮤지컬 넘버보다 가장 큰 에너지를 내는 곡이 아닐까 자부한다. 너무 감정에 몰입하지 말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게 과제다."

- 뮤지컬 배우는 감정이입을 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게 맞지만, 답변처럼 너무 감정이입을 하면 노래가 무너질 수 있어서 적당한 감정이입을 하는 것도 과제다.
"뮤지컬 배우는 가수와 배우의 중간에 놓인다. 드라마나 영화, 연극처럼 연기 분야에도 진출을 하지만 오페라 가수처럼 노래도 잘 소화해야 한다. 그런 뮤지컬 배우만의 연기법이 따로 있다. 감정을 모두 드러내서 몰입하고는 싶다. 하지만 무대에 설 때마다 매번 똑같은 감정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감정이 너무 나가면 음정을 잃기 쉽다. 그렇다고 노래에만 치중하면 무미건조하고 드라마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평이 나온다. 연기에만 치중하면 노래 실력이 왜 이러느냐 하는 평이 나온다. 연기와 노래의 중도를 지키며 무대에 오르는 게 뮤지컬 배우의 숙명이다."

- 본인의 연습 장면이 아닌데도 앙상블이 연습할 때 함께 연기하는 걸로 알려졌다.
"<모차르트!>에서 주연할 때처럼 앙상블과 함께 많은 시간을 연습하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그러려고 노력은 한다. 앙상블과 함께 연습하는 이유는 무대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의 색깔이 짙어지는 걸 경험해서다. 다른 배우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른 배우가 제게 주는 에너지를 받을 때 어색하지 않다. 제 것만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면 에너지가 잘 섞이지 않는다. 반면에 앙상블과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면 큰 에너지를 받는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앙상블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많아졌다."

- 박은태씨가 앙상블로 출발해서 동병상련의 심정은 아닐까.
"그럼 점도 없지나마 있다. 제가 앙상블이었을 때 저랑 함께 연습하는 주조연 배우와 공연할 때랑, 연습실에서 자주 못 보던 배우랑 공연할 때의 에너지는 다르다. 전자의 경우는 편안하게 눈도 자주 마주치고 공연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인 경우라면 집중이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앙상블 때부터 배우와 배우가 주고받는 에너지에 대한 부분에 관심이 많다."

▲ 뮤지컬 배우는 노래 하나만 신경 쓸 수 없다. 연기와 다른 배우와의 호흡 등 신경 쓸 부분이 않다. 이 때 거짓으로 연기하면 안 된다는 걸 아내가 잊지 않게 만들어준다. 저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보다도 무대 위 저를 냉정하게 평가해 줄 수 있는 이가 아내다. ⓒ 충무아트홀


- 2010년 한국 뮤지컬 배우로는 처음으로 독일 뮤지컬 배우 우베 크뢰거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청되어 공연했다.
"우베 크뢰거는 독일-오스트리아 뮤지컬계에서는 유명한 뮤지컬 배우다. 한국 뮤지컬 배우가 저 혼자여서 당시 무대를 관람한 유럽 관객 중 한국 뮤지컬 배우의 노래를 처음 듣는 관객이 태반이었다. 국가대표의 심경이었다. 만일 뮤지컬 넘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한국 뮤지컬 배우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한 번에 결정되겠다는 생각에 긴장이 됐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라는 노래를 불렀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긴장감에 후들거리며 노래를 부른 기억이 있다.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아서 감사했다."

- 걸그룹 파파야 출신 고은채씨와 결혼해서 딸이 있다.
"결혼해서 뮤지컬 배우로 한 단계 성숙했다. 무대에 설 때 생각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결혼한 후에는 '내 팬에게 어떻게 비쳐질까'보다는, '배우로서 어떻게 노래하고 연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집중력이 커졌다. 이런 부분을 아내가 많이 가르쳐주었다. 아내가 굉장한 조력자다.

뮤지컬 배우는 노래 하나만 신경 쓸 수 없다. 연기와 다른 배우와의 호흡 등 신경 쓸 부분이 않다. 이 때 거짓으로 연기하면 안 된다는 걸 아내가 잊지 않게 만들어준다. 저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보다도 무대 위 저를 냉정하게 평가해 줄 수 있는 이가 아내다.

딸이 태어나 예전에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딸이 태어났을 때의 장면과 그 느낌, 말을 하나 하나 새롭게 배워가는 모습이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이 처음으로 태어나는 모습과 유비된다. 새 생명이 태어나면 엄마와 아빠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준다. 하지만 괴물이 처음 태어날 때에는 관심과 사랑이라는 건 아예 없다. 프랑켄슈타인에게 왜 나를 만들고는 방치했냐는 괴물의 복수심을, 딸이 태어나서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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