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사라지는 대전... 복지기준선 필요하다"
[인터뷰] 대전시의원에 재도전하는 박정현 민주당 시의원
▲ 박정현 대전시의원 ⓒ 박정현
대전 서구의 탄방·용문·갈마 지역에서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활동해온 그가 이번에는 지역주민으로부터 직접 선택을 받아 재선 시의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의 전직은 시민운동가다. 그는 1987년 대학 졸업 후 같은 해 6월부터 대전YMCA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월급은 15만 원. 이후 10년을 활동하고 8월부터 2010년 말까지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이 있어 시민운동을 오랫동안 줄기차게 했어요. 대학원에 진학해 노동법을 공부하려고 했는데 못했어요. 당시 시민운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터라 대학졸업하면 곧장 공장으로 가거나 다른 곳에 취업했죠. 대전YMCA 대화동 공부방 일을 돕다가 지인 소개로 시민중계실에서 일하게 됐어요"
상복 터진 시의원... 4년 연속 우수의원 선정
그는 24년 간 시민운동을 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대전YMCA 활동기 중 '대학등록금 반환운동'과 '인간띠잇기운동'을 꼽았다. 지금도 애용되는 '인간띠잇기'는 요구관철을 위해 같은 목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손과 손을 맞잡는 평화적인 시위 방식이다. 청년아카데미, 예비대학생교실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치교육과 학생지도력을 높인 일도 기억에 남아 있다고 한다. 또 그에게 소비자 상담은 제도를 개선하고 요구할 수 있는 다양한 배움 기회가 됐다.
"YMCA에서 지방정부감시, 선거참여, 소비자상담, 청년지도력육성활동, 환경문제연구회 등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권력 감시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녹색연합은 새로운 일에 대한 전망을 고민하다 선택했어요."
대전충남녹색연합을 창립하던 1997년은 IMF로 인해 모두가 힘겨운 때였다. 그해 운영한 '귀농학교'는 환경운동의 근본 철학을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인간 삶의 기본이고 새로운 철학이자 새 세상의 비전이라는 생각도 갖게 됐다고.
그가 대전시의원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지방의원이 된 시민운동가의 행적은 어땠을까.
▲ 박정현 대전시의원(오른쪽) ⓒ 오수용
그는 4년 동안 상복이 터졌다. 장애인정책우수위원, 대전사회복지사협회 감사패, 행정사무감사 4년 연속 우수위원 선정 등이다. 대부분 장애인, 사회복지,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연관돼 있다.
"사회복지공무원자살이 잇달으면서 근무환경과 노동 조건이 사회 이슈가 됐죠. 처우개선에 대한 조례가 없어 2012년 연말 조례를 만들게 됐어요. 당시 이해당사자와 협의과정을 거쳤죠. 3~6개월 이상의 논의와 협의를 했어요. 현장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다음 조례안을 성안했죠. 이 일로 감사패를 받았어요. 장애인정책 우수위원상은 장애인 정책 발언 횟수가 가장 많다고 받은 상입니다."
실제 그는 대전시사회복지사 처우및 지위행상을 위한 조례는 물론 식생활교육지원조례, 대전시성병영향분석평가 조례 등을 제정했다. 또 그는 집행부 견제감시와 주민 소통분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티즌 선수단숙소 건설 반대활동이 떠오르네요. 부위원장직을 내놓고 나중엔 부시장 사과도 받아냈죠. 도시철도 2호선 설계변경건과 관련해서는 집행부에서 가양동 부근 지하로 설명해놓고 실제로는 고가건설방식으로 돼 있는 것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밝혀내기도 했죠. 큰 변화는 없었지만 지적을 멈추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지역, 양극화가 더 심해졌어요"
문득 그가 생각하는 '좋은 지방의원'이란 무엇일까 궁금했다.
"삶의 현장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멀어지면 끝입니다. 현장에서 귀는 열고, 눈을 맞추고, 자세는 낮추는 것이 필요해요. 늘 함께하는 자세로 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시대의 과제'(생태·분권·인권·평등·평화)를 놓치면 의원 자격이 없어요."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스스로에게 몇 점을 주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60점 정도라고 답했다. 매년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고도 스스로 자세를 낮추는 평가로'좋은 지방의원'임을 내세운 셈이다.
▲ 박정현 대전시의원(왼쪽) ⓒ 오수용
'꼼꼼한 시의원'이 바라보는 대전 시정의 올해 주 현안과 과제를 묻고 해법을 들어봤다.
"주된 현안은 도시철도 2호선과 원도심활성화입니다. 시정전반의 세 가지 과제는 양극화와 일자리 창출, 대전형 복지기준 마련, 지방재정 건전화라고 봅니다. 좀 더 설명드리자면 지난해 대전사회 지표조사 결과 양극화가 보다 심해졌어요. 소득수준 200만 원 미만과 500만 원 이상은 증가한 반면, 중간층 소득은 10% 가까이 줄어들었어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일자리, 교육문제 등 정책과 지역산업구조 개선이 필요한데 특히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과제입니다. 또 하나는 지방재정이 취약하다 보니 복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대전형 복지기준선이 필요해요. 교육·주거·일자리 창출·육아 부분 등 기준선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방 재정이 취약해 재정자립도가 낮은데 취득세 영구 인하로 지방세수가 감소한다는 점이에요. 이에 대한 보전 대책이 필요합니다."
"내 인생을 숫자로 표현하면 '24+24+24'"
그는 세 가지 꿈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일자리, 교육·문화·복지가 포함된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 만들기'다. 그는 민들레, 품앗이생협, 저소득공부방, 복지관 등 지역 내에 인적·물적 자원이 많아 서로 연결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두 번째는 '대전시민복지기준선 만들기'다. 건강·보육·일자리 등 인간으로서 기본 혜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꿈은 지역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한 '비전 만들기'다.
그가 비례가 아닌 지역구 시의원으로 출사표를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는 5일 저녁에는 대전에 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관 3층에서 첫 의정보고회를 연다.
"제 인생을 숫자로 표현하면 24+24+24입니다. 총 72년이 되는 거죠. 첫 24년은 배움의 과정이었고, 두 번째 24년은 시민운동 시기, 나머지 24년은 시민운동에서 배운 가치를 정치 영역에 접목하는 시기입니다. 이제 4년을 했으니 앞으로 20년 남았어요. 시의원을 여섯 번 해야 한다는 건데, 한 번은 했으니 이제 다섯 번 남은 거죠?(웃음) 정치영역을 넘어 생태·평화·분권·성평등의 가치들을 정치 영역에서 정책화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시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청호 소식>(1.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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