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의 행복한 기억'을 위한 세상
KBS 파노라마 '세 살의 행복한 기억'을 보고
TV가 없는 우리 집은 인터넷으로 뉴스를 시청한다. 뉴스가 끝나고 우연히 KBS 파노라마 '세 살의 행복한 기억'을 보게됐다. 남편이 '어? 당신이 관심 있어 하는 내용이다!'라는 외치는 바람에 컴퓨터 앞에 앉아 함께 보게됐다.
'세 살의 행복한 기억'은 애착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과 생후 3년 동안의 민감하고 애정 어린 양육의 중요성 그리고 부모 양육의 새바람이 일고 있는 영국의 모습 등을 짜임새 있게 알려줬다.
2012년 경기도에서 실시한 영유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30%의 영유아들에게 사회 정서 문제행동이 보였다는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 주요 원인이 '너무 이른 나이에 엄마와 분리된 상황'이라니.
곧이어 제시된 몇 가지 정서 조절 능력 실험에서 장난감 거미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당황한 아기 중 몇 명은 뒤에 있는 엄마에게 안기지 않고 가만히 굳어있거나 방을 나가려고 했다. 뒤에 엄마가 분명히 앉아 있었는데 이 아이들은 왜 엄마에게 가지 않았던 걸까. 그 원인은 엄마와의 민감한 상호작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평소 자신의 감정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서를 완전히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안정되는지 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이 취약한 정서 조절 능력은 어른이 된 뒤의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하니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 살의 행복한 기억'은 엄마 아빠와의 따뜻한 애착을 기본으로 하는 영국의 애착 육아 열풍을 소개했다. 유모차 대신 포대기로 아기를 안고 다니는 법, 젖병을 사용하지 않고 아기를 품에 안고 모유를 먹이는 엄마, 아기 침대를 안방으로 옮겨 한 방에서 아기들과 함께 자는 부모 등등.
이들이 행하는 애착육아 방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기를 키우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특별할 것 없어 보였지만, 우리가 익숙히 보아온 서양 영화에서 나온 모습(태어나자마자 신생아 방에서 아기를 따로 재우는 장면 따위)들을 떠올려 보면 그네들에게는 획기적이고 정감어린 양육방식임에 틀림없겠다.
자녀의 인생을 결정짓는 생후 초기 3년의 중요성이 각광받고 있는 영국과 우리의 현재 모습을 비교하면 어떨까. TV는 24시간 보육, 0세반이 있는 어린이집 등 우리나라 기관 중심의 영아 보육 현실을 비춘다. TV에 나오지 않은 우리 영아보육 현실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2012년 3월부터 영아를 대상으로 무상보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그 결과 0~1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이 2012년에 무려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이후 연간 10%의 증가율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라고 한다(연합뉴스 2013년 4월 11일 치 보도).
많은 수의 엄마들이 무상보육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어린 아기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물론 2013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엄마에게도 양육수당의 혜택은 돌아간다.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내는 엄마들 중 많은 수는 일을 가진 엄마들일 것이다. 그리고 꼭 맞벌이를 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아기들을 돌보는 엄마들도 무상보육의 혜택을 누릴 권리는 충분하다. 아기를 기른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모저모를 생각해 볼 때 어린이집의 영아 무상보육은 국가가 아기돌보기를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올해 8월부터 보건복지부는 '원하는 날, 필요한 시간만큼, 불편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반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하는 엄마들은 야근이나 출장을 가는 경우 국공립어린이집의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고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을 키우고 있지만 가끔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에 일을 하러 가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 종종걸음을 칠 때가 있다. 아이 아빠는 계산에 도통 넣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회적 분위기에서 내 남자만 '아이 돌보러 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귀가해야 하는' 별종 남자를 만들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는 일하는 엄마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지원해 주려고 만든 방책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엄마들을 가만히 놓아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자식 키우기에만 매진하기에 우리 엄마들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일하는 엄마를 위해 어린이집 보육을 다양하게 실시한다는 건데 뭘 그렇게 꼬아서 생각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엄마들이 바라는 건 무엇일까. 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일 때문에 놓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 무엇일까. 성취만을 앞세우며 엄마아빠들을 몰아부치는 기업분위기가 문제일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아기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혹은 필요에 따라 있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뭐라고 할까. 난 엄마와 함께 집에서 밥을 먹고 싶어요. 엄마와 늦잠을 자고 싶어요. '엄마 아빠와 집에서 놀고 싶어요.'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어른들은 어린이집에 가면 장난감도 많이 있고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도 상냥하니까 '놀러간다'라고 생각하지만, 아기들도 어른들과 똑같이 '출근하는 것'이다. 그곳도 언제나 재미와 기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욕심이 다 통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나만 바라봐주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아기들은 더 일찍 배우게 되는 건 아닐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양육 분위기는 아기 중심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아기들은 성인들의 필요에 의해 맡겨지는 대상이다.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려서 '잘' 맡겨야 하긴 하지만 어쨌든 맡기긴 맡겨야 한다. 무엇을, 누구를 위해서일까.
방송 마지막 부분에 나온 영국과 우리나라의 한 엄마는 자식 때문에 일을 그만뒀단다. 자녀의 중요한 생애 초기를 함께 보내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혼자 벌어서 아이를 키우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수입에 맞춰서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아기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세 살의 행복한 기억'. 우리 사회는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 것일까.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세 살의 행복한 아기들의 기억'을 빼앗지 않으면서 지원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선택은 각자의 몫인 걸까.
'세 살의 행복한 기억'은 애착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과 생후 3년 동안의 민감하고 애정 어린 양육의 중요성 그리고 부모 양육의 새바람이 일고 있는 영국의 모습 등을 짜임새 있게 알려줬다.
2012년 경기도에서 실시한 영유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30%의 영유아들에게 사회 정서 문제행동이 보였다는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 주요 원인이 '너무 이른 나이에 엄마와 분리된 상황'이라니.
곧이어 제시된 몇 가지 정서 조절 능력 실험에서 장난감 거미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당황한 아기 중 몇 명은 뒤에 있는 엄마에게 안기지 않고 가만히 굳어있거나 방을 나가려고 했다. 뒤에 엄마가 분명히 앉아 있었는데 이 아이들은 왜 엄마에게 가지 않았던 걸까. 그 원인은 엄마와의 민감한 상호작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평소 자신의 감정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서를 완전히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안정되는지 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이 취약한 정서 조절 능력은 어른이 된 뒤의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하니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 살의 행복한 기억'은 엄마 아빠와의 따뜻한 애착을 기본으로 하는 영국의 애착 육아 열풍을 소개했다. 유모차 대신 포대기로 아기를 안고 다니는 법, 젖병을 사용하지 않고 아기를 품에 안고 모유를 먹이는 엄마, 아기 침대를 안방으로 옮겨 한 방에서 아기들과 함께 자는 부모 등등.
이들이 행하는 애착육아 방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기를 키우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특별할 것 없어 보였지만, 우리가 익숙히 보아온 서양 영화에서 나온 모습(태어나자마자 신생아 방에서 아기를 따로 재우는 장면 따위)들을 떠올려 보면 그네들에게는 획기적이고 정감어린 양육방식임에 틀림없겠다.
자녀의 인생을 결정짓는 생후 초기 3년의 중요성이 각광받고 있는 영국과 우리의 현재 모습을 비교하면 어떨까. TV는 24시간 보육, 0세반이 있는 어린이집 등 우리나라 기관 중심의 영아 보육 현실을 비춘다. TV에 나오지 않은 우리 영아보육 현실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2012년 3월부터 영아를 대상으로 무상보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그 결과 0~1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이 2012년에 무려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이후 연간 10%의 증가율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라고 한다(연합뉴스 2013년 4월 11일 치 보도).
많은 수의 엄마들이 무상보육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어린 아기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물론 2013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엄마에게도 양육수당의 혜택은 돌아간다.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내는 엄마들 중 많은 수는 일을 가진 엄마들일 것이다. 그리고 꼭 맞벌이를 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아기들을 돌보는 엄마들도 무상보육의 혜택을 누릴 권리는 충분하다. 아기를 기른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모저모를 생각해 볼 때 어린이집의 영아 무상보육은 국가가 아기돌보기를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올해 8월부터 보건복지부는 '원하는 날, 필요한 시간만큼, 불편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반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하는 엄마들은 야근이나 출장을 가는 경우 국공립어린이집의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고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을 키우고 있지만 가끔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에 일을 하러 가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 종종걸음을 칠 때가 있다. 아이 아빠는 계산에 도통 넣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회적 분위기에서 내 남자만 '아이 돌보러 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귀가해야 하는' 별종 남자를 만들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는 일하는 엄마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지원해 주려고 만든 방책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엄마들을 가만히 놓아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자식 키우기에만 매진하기에 우리 엄마들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일하는 엄마를 위해 어린이집 보육을 다양하게 실시한다는 건데 뭘 그렇게 꼬아서 생각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엄마들이 바라는 건 무엇일까. 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일 때문에 놓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 무엇일까. 성취만을 앞세우며 엄마아빠들을 몰아부치는 기업분위기가 문제일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아기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혹은 필요에 따라 있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뭐라고 할까. 난 엄마와 함께 집에서 밥을 먹고 싶어요. 엄마와 늦잠을 자고 싶어요. '엄마 아빠와 집에서 놀고 싶어요.'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어른들은 어린이집에 가면 장난감도 많이 있고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도 상냥하니까 '놀러간다'라고 생각하지만, 아기들도 어른들과 똑같이 '출근하는 것'이다. 그곳도 언제나 재미와 기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욕심이 다 통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나만 바라봐주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아기들은 더 일찍 배우게 되는 건 아닐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양육 분위기는 아기 중심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아기들은 성인들의 필요에 의해 맡겨지는 대상이다.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려서 '잘' 맡겨야 하긴 하지만 어쨌든 맡기긴 맡겨야 한다. 무엇을, 누구를 위해서일까.
방송 마지막 부분에 나온 영국과 우리나라의 한 엄마는 자식 때문에 일을 그만뒀단다. 자녀의 중요한 생애 초기를 함께 보내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혼자 벌어서 아이를 키우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수입에 맞춰서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아기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세 살의 행복한 기억'. 우리 사회는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 것일까.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세 살의 행복한 아기들의 기억'을 빼앗지 않으면서 지원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선택은 각자의 몫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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