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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로부터 아이 지켜준다더니... 믿기 힘든 소독업체

1400개 어린이집과 계약한 A소독업체, 소독 방식 안전성 검증 안돼

등록|2014.03.04 16:54 수정|2014.03.04 16:54
경기도 및 서울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집 소독업을 하고 있는 A소독업체. 어린이집을 찾아 100% 직접 소독을 해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던 이 업체는 약 2년 전부터 자신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어린이집에 스팀기계와 자동분사기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는 새 방식을 도입했다.

A업체는 한 달에 한 번씩 어린이집 측에 1.5리터 용량의 '천연소독제'와 그와 같은 성분이 담긴 200밀리리터 용량의 자동분사기용 캔을 갖다 주면서 소독과 방역에 관련한 자문을 해준다. 소독제가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직접 소독을 해주기도 한다. 또 계절에 따라 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어린이집에서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충 방역을 해주기도 한다.

이 업체는 어린이집으로부터 소독제 값 명목으로 매월 2만 원 남짓을 받고, 어린이집에 정기적으로 소독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이 원하는 경우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안심보육시설'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판을 달아주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A소독업체가 계약을 맺고 있는 어린이집은 현재 1400여 곳에 달한다. 직장어린이집과 공공형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가정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들은 전문적인 소독업체에서 제공하는 소독제를 사용해 소독활동을 하면 아이들의 안전을 더 잘 지킬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A소독업체를 선택한 것인데, A소독업체의 소독서비스는 전혀 안전성이 검증된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베이비뉴스 단독취재 결과 밝혀졌다.

50인 이하 소규모 어린이집의 경우 소독의무대상시설이 아니어서 관계당국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사이, 어린이집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로 무책임한 불법 행위가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뜨거운 스팀기에 소독제 넣는 것, 문제없나

A소독업체는 분무기에 넣어 뿌리는 형태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소독제를, 물만 넣어서 사용할 수 있는 스팀기계에 넣어 사용하도록 어린이집에 권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소독방식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어서 자칫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환경 전문가는 지적한다.

A소독업체가 어린이집 측에 무상으로 임대해준 스팀기계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어린이집 교직원이 직접 스팀기계의 물 넣는 곳에 소독제를 넣은 후 스팀기가 예열되면 장난감 등에 스팀 형태로 분사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문 손잡이나 선반, 바닥 매트 등 아이의 손이 자주 닿거나 오염되기 쉬운 곳이라면 어디든 분사하고, 별도로 닦아내진 않는다. 이 업체에서는 평균적으로 주 1회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A소독업체는 해당 소독제와 스팀기계를 각각 '100% 천연물질로 만든 안전한 살균제'와 '살균력을 극대화시키는 우수한 ULV(초미립 입자) 소독장비'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문제는 스팀기계에 소독제를 넣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스팀기계와 소독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소독업체 대표는 "안전성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받았을 텐데 현재까지 그런 기관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현재 사용하는 천연 소독제는 알코올 성분이 없기 때문에 열에 의한 변성이 없다, 소독약 제조사와도 안전성 부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후에 괜찮다는 결론 하에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소독제를 A소독업체에 공급한 소독제 제조사 관계자도 "공인기관에서 살균력 품질시험과 급성경구독성 안전성 시험을 통과한 제품으로 성분 대부분이 물이고, 과일에서 추출한 천연성분 등의 첨가물은 미량밖에 들어있지 않아 스팀기에 넣어 사용한다 해도 인체에 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해당 소독제를 스팀기계에 넣고 사용했을 때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시험 결과는 없다"고 밝혔다.

A소독업체가 소독제를 넣어 사용하도록 어린이집 측에 무상 임대한 스팀기계는 한국산업기술시험연구원(KTL)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전기표면세척기'로, 2년 전에 단종된 중국산 제품이다. 제품 사용설명서에는 물 이외에 다른 액체를 넣어 사용하지 말라고 표기돼 있다.

해당 스팀기계의 수입판매원 측은 "물 이외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성능상의 문제(기계 고장)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명시한 거고, 물 이외에 다른 물질을 넣어 사용했을 때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에 대한 실험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하지만 물만 넣어도 충분히 살균이 되는 제품에 굳이 소독제를 넣어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A소독업체가 무상 제공한 스팀기계와 소독제를 직접 사용했던 B어린이집 관계자는 "사용 중에 이상한 냄새가 나서 업체 측 직원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는데 업체 측 직원이 전혀 문제가 없고 조금 떨어져서 사용하면 괜찮다고 말했다"며 "소독제 겉면 스티커에도 천연성분이라고만 돼 있고 자세한 성분표기가 돼 있지 않아 이게 정말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제품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 적은 있지만 어린이집 소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믿고 이용했다"고 말했다.

환경독성·위해성평가기업 (주)네오엔비즈 부설 이종현 환경안전연구소장은 "열을 가하는 스팀기는 일반 분무기와 달라 소독제를 넣고 사용했을 때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호흡기계 영향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물질은 어떤 조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노출수준이 달라질 수 있고, 또 그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소독제와 같은 제품을 기계와 함께 사용하는 부분에 대한 관리규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집 전문 소독업체가 제공한 스팀기에 소독제를 넣어 장난감들을 살균 소독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어린이집에서 제공해왔다. ⓒ C어린이집


전문소독업체가 셀프소독을 권하는 이유?

현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소독업체에서 소독을 실시할 경우 반드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야 한다. 또한 소독에 사용되는 약품도 약사법에서 규정하는 의약외품 가운데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은 제품을 용법·용량에 따라 안전하게 사용해야 하며 소독이 완료되면 소독업체는 해당 시설에 소독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

A소독업체가 어린이집 측에 스팀기계를 무상으로 임대해준 이유는 바로 어린이집 측이 직접 소독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사실 방역업계에서는 이른바 '셀프 소독'(자체 소독)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라 있는 상황이다.

일부 방역업체들이 '시설 측에서 직접 소독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현혹하면서 소독제와 소독기계를 판매하고 허위로 소독증명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 한국방역협회가 나서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A소독업체와 거래를 맺고 있는 어린이집의 상당수는 소독증명서 발급과는 상관없는 가정어린이집이다. 50인 이하 소규모 어린이집의 경우 소독의무대상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소득증명서가 행정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 이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받을 때에 꼭 필요한 서류도 아니다. 다만, 어린이집들은 학부모들에게 어린이집 정보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소독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소독증명서를 활용하곤 한다.

이 A소독업체와 거래했던 C어린이집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문소독업체로부터 받은 소독증명서가 있으면 평가인증 과정에서도 이만큼 소독을 더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는 걸 확인해줄 수 있고, 부모님들께도 홍보효과가 있다"며 "어린이집 현관 옆에 부착할 수 있게 '안심보육시설' 현판도 제공해 주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아무래도 안심하는 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A소독업체는 자신들의 영업방식은 일부 몰지각한 업체의 '허위 소독증명서 발급 행위'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A소독업체 대표는 "소독업은 주로 해충방역에 대한 소독을 위주로 한다, 해충약은 뿌리면 뿌릴수록 사람에게는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염병 발병률이 높은 하절기에는 해충이 있든 없든 방역을 하지만 동절기에는 필요에 따라서만 소독하고 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관리사원이 각 어린이집에 방문해 실내공간 소독을 위한 새 소독제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해충방역을 하거나 소독과 방역 관련한 환경적인 조언들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때 만약 어린이집에서 소독제를 다 쓰지 않아 남아있는 경우에는 관리사원이 남은 약과 스팀기로 소독을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집에서 소독제를 다 사용한 경우에는 이미 자체적으로 소독을 잘 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관리사원이 그날 해충방역을 비롯한 별도의 직접적인 소독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소독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문제는 방문도 안하고 택배로 소독약만 보내주고 증명서를 떼 주는 방식의 영업을 하는 일부 업체들이 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곳들은 정식 방역업체가 아니거나 방역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도 없이 제품만 판매하고 소독증명서를 발급해 주기도 한다"고 자신들의 영업 방식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소독업체를 이용하고 있거나 이용했던 어린이집 측의 이야기는 달랐다. A소독업체와 거래했던 C어린이집 관계자는 "맨 처음 장비를 임대해주고 소독제를 갖다 주면서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시범을 보인 후부터는 관리사원이 직접 소독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별다른 소독관리는 하지 않았고 약이 남는 경우엔 이런 곳도 뿌리라며 남은 약을 소진하기 위해 가볍게 뿌리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 한 소독업체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는 전단지. 자신들의 업체를 이용하면 '안심보육시설'이라는 현판을 달아준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이 업체는 법에서 정한 방역용 살균소독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A소독업체


어린이집에서 사용 중인 소독제는 적법한 제품인가

A소독업체는 어린이집에 판매하고 있는 소독제가 '무독성 무자극의 100% 천연물질로 만들어진 살균제로 살균력은 물론 음이온 발생으로 탈취효과도 있다'며 장난감과 교구를 비롯해 모든 시설물 등의 살균 처리에 매우 효과적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소재하고 있는 자치구 보건소 측은 A소독업체가 어린이집 측에 판매하는 소독제는 적법한 제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전문소독업체가 다중이용시설에서 소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방역용 살균소독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전문소독업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사안이다. 그런데 '감염병 예방용 살균, 살충, 살서제' 최신 허가 현황 목록을 살펴봤지만, A소독업체가 어린이집 측에 판매한 소독제는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확인한 결과, 현재 이 업체가 어린이집에 제공하고 있는 소독제는 칼이나 도마 등 식품용 조리기구 및 용기, 포장을 살균, 소독하는 데 사용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다.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고시에 따르면 이 소독제는 기구 등의 살균소독 목적 이외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는 제품이다.

A소독업체가 현재 해충 방역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살충제와 별개로 어린이집에 매월 1.5리터 용량의 소독제를 제공하고 있고, 때로는 자신들의 관리직원이 직접 소독행위를 하고 있다는 제품인 이 소독제는 감염병 예방용 살균, 살충, 살서제로 허가받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소독제로 소독업체가 직접 소독행위를 했다면 분명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A소독업체 대표는 "식약처에서 '감염병 예방용 살균, 살충, 살서제' 용도로 지정한 약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나온 제품은 살균제이면서 벌레도 죽일 만큼 독한 약이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유해할 수 있다. 영유아들이 있는 어린이집에서는 이 약을 안 쓰는 게 좋기 때문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A소독업체 소재지의 자치구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소독업체가 어린이집에 제공한 해당 소독제는 감염병 예방용 살균, 살충, 살서제 허가에 따라 등록된 방역용 살균소독제가 아니다"라며 "허가되지 않은 제품으로 소독업체가 소독을 하는 것은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업체와 어린이집에 대해 방역소독 사용약품을 기재한 소독실시대장 등을 토대로 확인 점검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조만간 관내 소독업체에 대해 일제 점검하는 한편, 어린이집이나 경로당을 우선으로 50인 이하 감염 취약시설에 대해서는 구 보건소 소독담당자들이 직접 방문해 더 꼼꼼하게 소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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