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찬(54) 대전시 행정부시장이 공직을 사퇴하고 대전시장 선거 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새누리당 내 대전시장 후보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노 부시장은 4일 오후 대전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29년간의 공직을 떠나고자 한다"며 "그동안 참으로 감사했다"고 이임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제 저는 보람찼던 공직을 내려놓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우리 대전은 시민 모두가 행복하고, 경제가 살아 숨 쉬며, 품격 높은 문화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최고의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충청권의 동반 발전과 국가 발전의 중심에 굳건히 서야 한다, 시민과 공직사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화합과 사랑의 도시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지금은 국내외 무한경쟁의 시대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시정과 국정을 연결하고 리드하면서 대전에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낼 '마에스트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곧 자신이 대전시정을 이끌 '마에스트로'가 되겠다는 포부다. 그러면서 그는 "대전의 미래를 시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 가고자 하는 저의 소명의식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하지만 선거라는 정치과정은 저를 망설이게 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저는 그간의 모든 고뇌를 내려놓고, 오로지 제 고향 대전과 대전시민 여러분만을 바라보고자 한다"고 출마의 결단을 털어놨다.

그는 다만, "저의 구체적인 진로와 목표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입당과 출마선언 시기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자 취재진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노 부시장은 '새누리당 입당과 출마선언 시기를 묻는 질문에 "제가 출마하게 된다면 새누리당 입당을 통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입당 전이고, 이임 인사를 드리는 자리이기 때문에 준비가 되는대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에서 전략공천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는 "제가 입당하게 되면 당의 입장에 따라서 어떤 방식이든 정정당당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동일·이재선·정용기 강력 반발... "상왕식 아닌 상향식 공천해야"


노 부시장의 출마선언은 곧바로 새누리당 대전시장 예비후보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대전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육동일·이재선 예비후보와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노 부시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1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상왕식(上王式)이 아닌 상향식(上向式) 공천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이러한 반발은 노 부시장이 특별한 후원을 업고 선거에 뛰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정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염홍철 현 대전시장과 강창희 국회의장이 노 부시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

때문에 염 시장과 강 의장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노 부시장의 출마를 압박하여 결단하게 하고, 당에서는 '전략공천'을 한 뒤 염 시장의 조직을 통해 선거를 치르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노 부시장이 당선될 경우, 염 시장과 강 의장이 '상왕(上王)'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도 했었다.

육동일·이재선 예비후보와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지역정가의 소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대전시 행정부시장의 출마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다만,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그의 출마 배후에 염홍철 시장과 강창희 국회의장 그리고, 청와대 최고위관계자가 있다고 하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이는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상왕식 공천'이다, 지방선거는 공천과정에서부터 주민의 뜻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밀실에서 특정인을 후보로 밀기로 담합했다면 공정경쟁은 애초부터 기대난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런 (밀실공천) 시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당의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며 대통령과 당원 및 국민의 뜻에 대한 도전"이라며 "아울러 공무원인 시장, 무당적 국회의장,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선거법위반 행위임을 당사자들에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우리 세 사람은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공천과 선거과정에 임할 것을 다짐한다"며 "만약 대통령과 당원 및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상왕식 공천 시도가 계속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에 나선 이들은 더욱 강력하게 노 부시장과의 염홍철·강창희 연관설에 대해 비난했다.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노 부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소위 말하는 '염심'과 '강심'을 부인했다고 하는데, 저는 이 부분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 염 시장의 측근을 자처하는 분들이 그 분의 출마를 돕기 위해 어떤 역할을 맡기로 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강 의장의 측근을 자처하는 분과도 수차례 만났다는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만일 이러한 소문들이 사실이라면 노 부시장은 출마선언을 하는 순간부터 시민과 언론을 속이는 것이다, 공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선 예비후보는 "출마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대전시장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대통령도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국정철학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고, 당도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이 전두환 시절도 아닌데, 일개 한두 사람이 누굴 '미네, 안 미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육동일 예비후보도 '노 부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략공천설에 대해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대전시장이 되고자 한다면 본인의 의사와 계획을 명명백백히 시민에게 알리는 게 의무이자 도리"라면서 "구체적인 의사를 표하지 않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