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가로림만 지키기 위한 다양한 몸부림

마을기업 설립에 대한 희망... '가로림만생태문화협동조합' 설립의 뜻

등록|2014.03.05 14:53 수정|2014.03.05 14:53
지난해 여름 가로림만의 어장 어민들과 가로림만을 끼고 사는 서산과 태안 지역주민들,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은 타 지역 인사들이 뜻을 모아 '가로림만생태문화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출자금을 모아 법인 등기까지 마쳤다.

그리고 조합원 모두의 뜻에 따라 내가 초대 이사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조력발전'이라는 너울을 쓴 개발귀신으로부터 가로림만을 지켜내는 일에 일조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그 무거운 짐을 끝내 고사할 수 없었다.    

천혜의 황금어장이며 자연환경인 가로림만을 지키는 일에는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바다를 막아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자본' 측과 지역발전이라는 구실로 '보상' 쪽을 선택한 일부 주민들은 조력발전소 건설 찬성 운동에 거의 무제한적으로 풍부한 자금을 활용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에 맞서 어장과 환경을 지키려는 우리는 비록 자금 면에서는 열세지만, 사명감만큼은 훨씬 튼실한 편이었다.  

우수 마을기업 소개지난 2월 다섯 차례 실시된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의 마을기업 육성을 위한 교육에는 당진시 순성면 백석리 '올미기업'의 성공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 이혁수


우리는 과거 최대 어족 산란장이었던 천수만을 개발귀신에게 빼앗긴 상처, 치유할 길 없는 상실감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또다시 가로림만마저 개발귀신에게 빼앗기는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노력의 하나로 우리는 지난해 8월 '가로림만생태문화협동조합'을 만들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가로림만 곳곳의 풍치 좋고 안전성 있는 갯벌을 이용하여 '갯벌체험장'을 조성, 운영할 계획이었다. 널리 홍보를 하고 체험객들을 유치하여 외지인들에게 갯벌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조금이나마 현지 어민들에게 소득이 주어져서 어민들로 하여금 이익창출에 대한 희망과 자연보호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였다.

또 가로림만의 특산물인 감태와 곤쟁이젓, 우럭 포 등을 생산 판매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려면 자금이 문제였다. 현물을 확보하여 유통 판매를 하려면 시설도 필요하고,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전체 조합원들에게 재출자를 부탁드리는 방안도 강구해 보았다. 또 조합원 확충 쪽으로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한계를 피할 수는 없었다.

생태문화협동조합의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의기소침을 겪는데다가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쪽의 압박으로 위기의식마저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충청남도에서 5천만 원씩을 지원하는 '마을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여 마을기업 신청자들을 모집하면서 사업계획 실천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소식이었다.

마을기업 육성을 위한 교육'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에서 시행한 2014년도 마을기업 육성 교육에는 200여명이 수강을 했다. 수강자들 중에는 여성들도 많았다. ⓒ 이혁수


우리는 충청남도 산하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의 계획을 서산시 '일자리경제정책과'와 태안군 '경제진흥과'를 통해 소상히 전해 듣고 '마을기업'을 창업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기업 설립 전 교육'에 적극 참여해야 했다.

도내 각 마을의 뜻있는 일꾼들이 다투어 신청을 할 터이니 자연 경쟁도 치열할 터였다. 그 경쟁을 뚫고 5천만 원의 사업자금을 얻으려면 사업계획이 우수하고 치밀해야 하지만, 우선은 교육을 제대로 잘 받는 것이 관건이었다. 교육 참여도도 심사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을기업 육성을 위한 교육에 적극 참여하다

우리는 '가로림만생태문화협동조합' 명의로 마을기업 설립을 신청하기로 했다. 그리고 대표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나부터 교육에 최선을 다해 임하기로 했다. 나는 도합 네 번 교육에 참여했고, 하루 4시간씩 공부를 했다. 교육 장소인 홍성과 예산 사이 '내포신도시'에 있는 충남도청 내 문화예술회관을 한 번 갔고, 아산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도 한 번 갔고, 아산시 신창면의 순천향대학교는 두 번을 갔다.

2월 한 달 동안 일주일 간격으로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매번 교육일이 월요일을 비킨 것에 크게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월요일은 내가 전국 각지에서 순차적으로 열리는 천주교 각 교구의 '시국미사'에 참례하는 날이었다. 시국미사에 참례하러 가면서, 또 마을기업 교육을 받으러 가면서 두 가지 일이 같은 날에 겹치지 않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하곤 했다.  

그런데 충남도의 마을기업 육성 교육은 화요일에 실시되곤 했다. 나는 2월 한 달 동안 매주 월요일 서울, 광주, 원주, 부산에 가서 시국미사에 참례했는데, 다음날인 화요일마다 다시 먼 길을 가서 마을기업 교육에 참여하자니 건강치 못한 몸에 다소 무리가 되는 것도 같았다. 일단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출타를 하기도 했지만, 광주대교구 시국미사 다음날인 2월 11일과 원주교구 시국미사 다음날인 18일에는 교육장으로 가서 교육을 받은 다음 귀가를 하곤 했다.

수강자의 열띤 질문지난 2월 다섯 차례 실시된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의 마을기업 육성을 위한 교육에는 200여 명의 수강자들이 참여했다. 수강자들은 교육 도증 강사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 ⓒ 이혁수


글도 써야 하고, 한결 바쁘고 피곤한 상태였지만, 교육 수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환경을 위협하는 개발귀신의 탐욕으로부터 가로림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또 한 가지 방편인 마을기업 설립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가로림만을 지키기 위한 그 최종 목적을 생각하면서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무릅쓰고 마을기업 교육에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와 함께 3명의 동지들이 교육을 받았다. 그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생스럽게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그들이 나보다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가로림만생태문화협동조합 총괄이사인 박정섭씨는 가로림만조력발소건설 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 어촌계장인 김성곤씨 역시 반대투쟁위원회의 핵심 멤버였다. 그들은 연일 세종시를 다니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들이 들어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일인시위를 벌이다가 교육장으로 달려오곤 했다.

마을기업 육성 교육은 충실하고 재미도 있었다. 우선 공무원들의 태도가 매우 열성적이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휴대폰 문자와 이메일로 교육 안내를 지속적으로 해주었고, 편의 제공에 꼼꼼하게 신경을 써주었다.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도 진지하고 열성적인 태도로 긴 강의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곤 했다. 간간이 유머를 활용하여 강의를 재미있게 끌어가는 것은 노하우이기도 할 터였다. 무엇보다도 마을기업 신청자들이 5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착실하고 충실하게 마을기업을 일구어 잘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 열의는 고마울 정도였다.

우리는 2014년 마을기업 육성계획 설명, 우수 마을기업 사례, 마을공동체의 복원과 사회적 경제문제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마을 자원조사와 마을기업 사업계획서 작성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또 법인 설립에 관한 교육과 함께 식품위생법에 관한 상세한 해설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인허가 절차와 사업계획서 작성 요령 등을 들었다.

마을기업 육성 교육지난 2월 다섯 차례 실시된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의 마을기업 육성을 위한 교육에는 200여 명의 수강자들이 참여했다. 시종 진지한 분위기였고, 강사들의 열강이 인상적이었다. ⓒ 이혁수


매번 200명가량의 수강자들이 교육을 받았다. 하나같이 열의가 넘쳤다. 미리 사업계획서를 강사에게 제출하여 강사의 지도를 받는 수강자들도 많았다. 마을 자원을 찾아내고 활용하여 마을공동체 복원과 유지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선한 의지들이 그들에게 기본적으로 내재해 있는 것 같았다.  

마을기업 설립 의지를 가진 이들은 많고 5천만 원씩 지원하는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하니 경쟁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경쟁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다른 경쟁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지만, 가로림만의 갯벌을 생각하면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가로림만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들을 제대로 상품화하여 널리 유통 판매를 함으로써 가로림만의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소득이 안겨지고, 갯벌의 생명 가치가 계속 유지되면서 환경보존에 대한 인식과 사명감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가 가로림만생태문화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또 그것을 기반으로 마을기업을 창업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로림만의 갯벌을 지키려는 것이다. 한국 최대의 갯벌이며 생명의 보고인 가로림만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는 우리의 뜻은 여러 가지 방법과 시도를 모색케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눈물겨운 일이기도 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