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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강 언덕을 산책하다

[서평] 김민수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를 읽고

등록|2014.03.05 19:45 수정|2014.03.05 20:21

▲ <들꽃, 나도 너차럼 피어나고 싶다> 표지 ⓒ 너의오월

엊그제 이웃 양평군 개군면 산수유전원마을에 사는 고종아우의 초대를 받고 원주에서 열차를 타고 갔다.

그는 줄곧 서울에서 살다가 이태 전 그곳으로 내려와 손수 예쁜 나무집을 지어 살고 있다. 그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2층까지 방을 들였다고 하여, 나는 속으로 걱정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서울에서 살던 30대 후반 부부가 아이의 교육을 위해 이곳으로 내려와 아우네 집 2층서 산다고 했다.

며칠 전, 그들 부부의 딸이 그곳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신입생이 15명으로, 입학식 날 신입생들은 모두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주는 장학금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마을에만 대도시에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내려온 이들이 세 가구나 되어 마을에 생기가 돈다며, 이런 현상은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고 했다. 나는 듣던 중 가장 바람직한 소식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나려면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촌은 아이들 교육을 핑계로 이농현상은 썰물처럼 심해 시골학교 가운데 학생 부족으로 폐교당한 학교가 부지기수였다. 내가 살았던 횡성군 안흥중고등학교에도 한때는 중고 각 300명이 넘었다는데, 이즈음은 중고 전체가 50여 명 정도로 폐교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동안 농어촌에서는 너도나도 도시로, 도시의 아이들은 다투어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으로 떠났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젊은 부모들 가운데 초 중등학교는 오히려 시골학교에서 교육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오는 이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몇 해 전 평창군 방림면 산골에서 내가 만난 한 젊은 부부도 인생을 좀 더 진지하게, 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기르고자 그곳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 들꽃, 청노루귀 ⓒ 김민수


이제 내 나이 일흔으로 지난 생애를 뒤돌아보면, 농사꾼 할아버지 할머니 품안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내며 이후 초등학교 중학교를 시골에서 다녔다는 게 축복으로 여겨진다. 사실 이제까지 글줄이나 쓰며 사는 그 원동력은 그 시절의 삶 덕분이다.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은 생전에 나에게 "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나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삶이 있는데, 그것은 '일하기'와 '가난'과 '자연' - 세 가지다"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아동문학가로, 교육자로 금쪽같은 말씀이시다.

사람도 꽃입니다

어젯밤 늦게 김민수 목사님이 정성을 다해 글로 쓰고 사진으로 찍어 펴낸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라는 책을 손에 들고 밤새우다시피 알뜰히 읽었다. 나는10여 년 전부터 김 목사님의 열성팬으로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오른 글과 사진을 빠짐없이 보고 있다. 그분의 글과 사진을 대하면 나는 늘 마치 이른 새벽에 강 언덕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 들꽃, 할미꽃 ⓒ 김민수


사람도 꽃입니다.

상처 입은 사람, 잡초처럼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사람, 이름없는 무명씨.

나는 그들이 그냥 들판의 풀꽃처럼
자기를 피워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자기를 피워내는 꽃,
남과 비교하지 않고 피어나는 꽃,
그래서 당당한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잘 가꿔진 화단에서 만나는 꽃보다
수없이 많은 풀꽃들이 피어있는 들이 저는 좋습니다.

자연을 떠난 사람. 흙을 떠난 사람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 김민수 지음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에필로그에서

이 책에는 할미꽃, 제비꽃, 바람꽃, 동백, 노루귀, 괭이밥, 토끼풀, 강아지풀, 나팔꽃, 찔레꽃, 붓꽃, 수선화, 조팝나무 등 모두 서른 개의 들꽃들 이야기와 사진들이 거미줄에 이슬처럼 매달려 있다. 이들은 내가 유소년시절 고향의 산과 들에서 날마다 만났던 들꽃들로 나는 그들과  더불어 살아왔다.

내가 그 꽃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일부러 끄집어내어 군말을 붙이는 것은 그야말로 군더더기이기에 그저 나도 "들꽃, 나는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라는 저자의 말을 변용하며 나의 독후감을 마무리한다.

그의 책을 읽는 내도록 나는 유소년시절로 돌아갔기에 무척 행복했다.
덧붙이는 글 김민수 /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 너의 오월 / 13,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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