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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사회적 타살'을 알고 계시나요?"

광화문 해치마당서 '쓸쓸한' 추모제 열려

등록|2014.03.06 15:22 수정|2014.03.06 15:22

세 모녀와 가난 때문에 죽어 간 열 두분의 추모제세 모녀 죽음 이후 가 가정이 가난 때문에 죽음을 택해 열 두 분이 목숨을 내려놨다. 그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리. ⓒ 이명옥


지난 5일 늦은 7시 광화문 해치 마당에서 조계종노동위원회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폐지 공동행동 주최로 아주 쓸쓸한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세 모녀와 가난 때문에 죽어 간 분들을 추모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세 모녀의 죽음 이후 가난 때문에 아홉 명이 목숨을 끊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 그분들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회가 밀어 내 벼랑 끝으로 밀쳐버렸으니 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지요. 장애인, 노숙인, 조계종 노동위원회, 용산대책위 이원호 사무국장, 10년 째 거리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오롱 쟁투위 최일배 위원장 등 자본주의 사회가 밀어 낸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가난 때문에 삶에서 쫓겨나 죽음'을 택한 열두 분의 영혼을 위로했습니다.

세 모녀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겨 놓고도 "미안합니다" 라는 글을 남겼지요. 생활고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어린 아들과 죽음을 택한 분 역시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말에 울컥했습니다. 가난은 미안하고  숨겨야 할 '주홍글씨' 같은 것일까요?

한 때 '지못미"라는 말이 유행했지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이라지요. '지못미'는 유명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주지 못했을 때만 해당되는 말일까요?

저는 세 모녀의 '사회적 타살' 이후 제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내며 두 편의 기사를 썼습니다. 제도의 허점에 분노하며 응원을 보내주는 분들도 많으셨지만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악의적인 댓글도 많더군요. 특히 전라도라서 이런 글을 쓴다는 분들께 화가 납니다.

사람이 최소한 사람으로 생존하는데 세금을 관리하는 국가가 울타리 역할을 해달라는 당연한 요구에 진보와 보수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전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전라도도 아니고 그냥 예순을 바라보는 지체장애가 있는 여성 가장일 뿐입니다. 세 모녀의 죽음 이후 사회에서 위기의식을 느껴 "나도 살고 싶다, 함께 살자!"를 외치고 있을 뿐입니다.

뭐라 해도 좋습니다. 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물러설 공간이 없습니다. 뒤는 엉성한 울타리조차 없는 벼랑 끝이니까요. 저 또한 사회적 타살의 희생자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박경석 위원장2012년 8월부터 522일째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중인 박경석 노들야학 대표. ⓒ 이명옥


거대담론 중심에 사람이 빠져 있습니다

2012년 8월부터 장애인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522일째 투쟁중인 박경석(장애인등급제폐지 위원장. 노들야학 대표) 위원장의 첫 마디는 "잘 못 싸워서 미안합니다" 였습니다.

그는 "복지가 뭔가! 복지사각지대(에) 사람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는데, 진짜 복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제도와 복지예산이 그대로인데 어떻게 복지정책이 바뀔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을 기회로 거짓복지, 거짓정책, 거짓 약속을 깨트리고 진짜 복지를 위해 제대로 투쟁해보자"고 하더군요.

아래 두 글은 제가 쓴 기사를 보고 주신 사연입니다.

'자존심 짓밟는 기초생활수급 신청, 이 정도다'
기사를 보고 정말 속이 시원했습니다.
어떻게 개선이 되고 안 되고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기초생활 수급을 받아야 할 힘든 사람은
현실성없는 제도에 부딪혀 허덕여야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저는 어렵게 어렵게 해서 한부모가정으로 선정되어
그나마 복지혜택을 받고 있어 다행이지만
얼마전 주민센터를 찾아 담당자에게 당한 가난의 수모에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정말 부끄럽고 화가 났었습니다.
제발 책상머리에서가 아닌 실질적인 복지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 이OO님-

안녕하세요. 직장인 신OO라고 합니다. 나이는 서른이고요.. 4살 아들이 있어요..
세 모녀 기사에 대한 기사 읽고 메일까지 쓰고 싶어지네요..
저는 시부모님 모시고 총 다섯 식구는 시댁쪽 남편 큰외삼촌 댁에 얹혀살고 있어요. 돈 없어서 집도 못 구하고 눈치보면서 살면서 그나마 정부지원으로 아들 어린이집 보내고. 신용없어 대출도 못 받고 진짜 죽고싶었는데.... 정말 다행히 지금 직장을 4개월째 다니고 있고 이제 대출도 조금 받을 수 있을거같아요... 한 단계씩....봄날을 기다리며 지내는데... 정말 그지같이 돈도 없을 땐 극단적인 생각도 들고... 근데... 세모녀의 기사 보고 정말 너무 우울하고 마음이 괴롭고 불쌍해서 그들을 위해 기도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세 모녀가 남일 같지 않았는데 저 혼자만이 드는 생각이 아니군요... 정말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게 하면 약자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하며 살 수 있을까요...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 제가 돈이 많으면 어려운 사람들 돕고 싶은데... 과연 돈이 생기면 할수 있을까요... 기자님의 힘든 시절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신OO님-

이제 모든 분들께 세 모녀를 포함한 열두 분의 사회적 타살에 공동 책임을 묻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자리 박탈' '가난' '질병' '장애' '배움의 졸함'은 잔인한 의자놀이에서 의자를 빼앗기고 쫓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강제한 승자독식의 잔인한 의자놀이는 힘없는 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자본의 논리가 사람의 정신과 삶을 지배해서는 안 됩니다. 인디언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과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을 배워야만 합니다.

국민의 혈세로 국회의원 한번 했다고 120만원 씩 영구 연금을 받고,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들이 수백만 원씩 받아 외국 여행이나 하고, 외부 시찰 나가면 따로 활동비를 받으면서 정작 국민들의 삶과 질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무엇이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
무엇이 사회정의 구현입니까?
무엇이 민주주의 회복입니까?
무엇이 노동해방 세상입니까?
무엇이 평화통일의 가치입니까?

그런 거대담론의 중심에 정작 사람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요.

박근혜 정부와 법을 만드는 분들은 이제 공동체 삶의 회복을 위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협받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꼭 만들어내야 합니다. 문제점을 개선하고 대안을 만들어 더이상 가난 때문에 타살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가난 때문에 삶에서 쫒겨난 모든 이들을 추모하며 진짜 복지를 요구한다!"
"빈곤층의 죽음을 방관 말라! 박근혜 정부에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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