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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면 기절하는 도민준 때문에 고민 많이 했다"

[인터뷰①]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천송이에게 무릎꿇기 전까지 난 가질 수 없는 남자"

등록|2014.03.06 11:48 수정|2014.03.06 14:10

▲ SBS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한 배우 김수현 ⓒ 키이스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현대 과학으로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능력'. '초능력'의 사전적 정의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400년의 세월을 산 외계인 도민준은 시간을 멈추거나 공간을 이동하는 이 초능력으로 연인을 지켰고 '악의 축'과 맞섰다.

하지만 '외계인'이라는,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설정을 시청자에게 납득시킨 것은 온전히 도민준을 연기한 배우 김수현이었다. 선배 배우들이 "사연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적재적소에서 표현하는 감정, 무엇을 하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매력 또한 쉽사리 설명할 수 없는 김수현의 '초능력'이었다.

그 초능력으로 '별에서 온 그대', 아니 이제는 별 자체가 되어버린 배우 김수현을 5일 오후 만났다. "뜨겁게 잘 마무리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는 김수현은 "도민준이 살아온 세월, 그 시간을 표현한다는 게 아무래도 가장 어려웠고 가장 많이 노력했던 부분"이라며 "그래도 갓을 쓴 모습이나 개화기 시대 스타일 등 연기하기에 신나는 요소들이 많아 좋았다"는 말로 <별그대>를 마치는 소감을 전했다.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 선배님이 연기한 정마담이 고니(조승우 분)를 두고 '이 남자, 가질 수 없는 건가?'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걸 보며 '가질 수 없는 남자는 굉장히 가지고 싶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죠. 이번에 또 생각하다 보니 '도민준은 정말 가질 수 없는 남자이지 않나' 싶었어요. 그런 방향으로 표현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물론 천송이(전지현 분)에게 무릎 꿇기 전에는요.(웃음)"

"초능력 장면 찍을 때 다들 지켜봐...견디기 힘든 부분 많았다"

▲ "도민준의 초능력 중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참 좋고 공간이동하는 능력도 참 좋은데...그 중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집에도 빨리 가고, 어디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웃음) 실제 저와 도민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민준이 형은 아는 게 많지만 저는 많은 공부가 필요한 상태죠. (웃음) 많은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도민준이 갖고 있는 진중한 모습은 닮은 것 같고요." ⓒ 키이스트


- 며칠 전 종방연을 했다. 어땠나.
"종방연 때는…다 똑같았다. 웃고 떠들고 술 마시고 사진 찍고 사인도 하고, 그러면서 여러 배우들이 취했고,(웃음) 굉장히 편안한 자리였다. 감독님은 울먹울먹하셨고, 그런 분위기였다."

- 장태유 감독님이 울었다고?
"뭐, 술도 들어갔고, 어렵게 끝났고, 작품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 감독님은 퍼즐 맞추기의 천재였다. 감독님을 두고 '장따고'라는 별명이 있는데, 이건 감독님도 다 아신다.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고 할 때가 많았는데 찍고 나서 화면이 나오는 걸 보면 또 잘 나오니까. 이번에 작업하며 난 참 좋았다."

- 상대 배우 전지현과는 두 번째 작업이었다.
"영화 <도둑들> 때 처음 인사를 드렸는데, 드라마에서 또 만나게 되어 무엇보다 편했다. 지현 누나가 또 원체 성격이 쾌활하셔서 현장 분위기를 맞추는 데도 참 좋았고. <도둑들> 기자회견 때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지현 누나는 참 몰입이 잘되지 않나… 하, 죄송하다.(웃음)  물론 나이차가 몇 살 있지만 감정 몰입하기 참 좋았다.

지현 누나도 캐릭터 준비를 많이 해 주셔서, <별그대> 촬영하는 동안 '나는 지금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여러 모로 기분이 좋았다. 특히 현장에서 모든 남자 스태프가…카메라 감독님, 장태유 감독님, 조명 감독님 다, 속된 말로 죽겠는 거다.(웃음) 다들 정말 좋아하더라.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별에서 온 그대>의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종방연에서 칭찬 릴레이 같은 게 있었다. 이게 약간 오글거리는 건데, (전지현의 말투를 따라하며)'야~ 너무 잘했어~ 도민준이~' 그…그래서 나도 '누나가 뭐…천송이가 뭐…' 이랬다. 어떻게, 더 말해야 하나. (웃음)" ⓒ HB엔터테인먼트


- 사실 도민준이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시청자나 연기하는 배우 모두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를 묘사하는 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
"가장 처음으로 생각했던 건 '인간에 대한 상처'였다. 도민준은 처음 지구에 도착해선 궁금한 것들도 많고 여러 군데 호기심이 있었다가 점점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 가면서 감정을 누를 수밖에 없게 된다. 마음을 닫아간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특별히 외계인이어서 뭐가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보다는 드라마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충실했다. 그래서 특별히 불편함이 있던 것 같지는 않다."

- 혹시 연기하기 전 참고한 캐릭터는 있었나.
"특별히 어떤 작품을 참고하고 도움을 받은 건 없다. 다만 이번엔 처음으로 작가님이나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눠봤던 것 같다. 그래서 방향을 잡아가며 작가님께도 허락을 받고, 감독님께도 허락을 받아가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표현을 하기에도 편했다. 이미 우리가 다 이야기한 내용이었으니까. 도민준을 통해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캐릭터들의 상처나 세월이 다 합쳐졌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표현해 보려고 했다."

- 그래도 외계인으로서 힘을 쓸 때엔 조금 특별한 모습도 있었다. 그걸 촬영할 땐 어떤 생각이었나.
"(웃음)도민준이 초능력을 쓸 때, 견디기 힘든 부분도 많았다. 촬영 현장에 스태프도 있고 동네 주민도 있는데, 다들 쳐다보고 있는 데 나 혼자 눈을 막 이렇게 이렇게(라고 말하며 김수현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보였다) 한다든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그거…방송으로 보면 어떻게 보이냐'고 물어보니 '뭐, 초능력 하는 것 같아'라는 반응이었다. 열심히 응원 받으며 촬영했다."

"'별그대' 결말, 시한부 사랑 하는 새드엔딩이었으면 했는데..."

▲ ⓒ 키이스트


▲ 실제 촬영장 밖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초반에 인천 쪽에서 자주 촬영을 했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절 보더니 '어, 도매니저다'라고 하더라고요. 외계인이기 전에 그냥 '도매니저'였어요. (웃음)" ⓒ 키이스트


- 결말은 마음이 드나. 종영 전에 예상했던 결말도 있을 법한데.
"사실은…감독님을 포함해서, 어쩌면 작가님까지인지도 모르겠는데, 마지막 회 내용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종영이 실감이 안 나기도 했었고. 나는 사실은 <별그대>가 새드엔딩으로 끝나길 바라고 있었다. 상황이 그래서, 도민준이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그래서 시한부는 아니지만 시한부 사랑을 하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정말 눈물 콧물 막 다 쏟고 싶었는데, 어떻게 행복하게 마무리가 됐다. 그래서 실감이 나는 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렸던 것 같기도 했고."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명장면이 있다면.
"얼음 호수에서 시간을 멈춘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가서 손을 잡고 키스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에필로그로 나왔던 신인데, 그날 눈도 굉장히 많이 왔고 호수에 얼음도 꽝꽝 얼어 있었다. 차가운 분위기에서 따뜻한 느낌으로 섞어볼 수 있는 그런 장면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던 것 같고, 나도 기분이 좋았다."

- 그것 말고도 키스신이 많이 등장했다. 실제 촬영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도민준이 키스를 하면 기절하지 않나. '얘는 키스를 할 때 능숙해 보여야 하나 어설퍼 보여야 하나'라는 고민을 개인적으로 했다.(웃음) 도민준만을 표현하려 했다면 딱딱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으나, 많은 분들이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콧소리를 내며)'어우, 어떡해~'라던가. 그런 소리가 듣고 싶어 일부러 각을 더 만들기도 했고, 참 좋았다.(웃음)"

-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호평을 받았다. 따로 비결이라도 있는 건가.
"감정신을 연기할 때 나는 동료들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는 것 같다. 이번에는 특히 영목 역의 김창완 선배님이나 지현 누나, 감독님과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여러 가지 상황들 덕분에 연기하고 집중하기에 모든 조건이 참 좋았다. 그래서 특히 더 감정신을 연기할 때 기분이 좋기도 했고, '내가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꾸 말하는데…<별그대>는 여러모로 기분이 좋다."

- 본편 외에도 에필로그를 따로 찍는 경험은 새로웠을 수 있었겠다.
"에필로그와 도민준이 서재에서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묶어서 말하겠다. 그런 속마음을 천송이에게는 비밀로 따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편했다. '나는 이미 천송이와 사랑에 빠졌어'라는 부분들을 표현하는 게, 비밀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니까 연기하는 데도 흥미로웠고."

▲ "현장에서…'수지 알지 않아?'라며 압박이 심했어요. 그래서 연락했는데 다행히 흔쾌히 출연해 줬죠. 현장에서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가 다 (수지에게) 몰려와서 '사진 하나만 찍자'는 분위기였어요." ⓒ SBS


- 카메오들도 많았다. 최고의 카메오를 꼽아 보자면.
"우선 현장에서 가장 많이 (웃음이)터졌던 건 류승룡 선배님이다. '오 갓' 보셨나.(웃음) 특히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건 수지였다. 카메라 감독님이 웬일로 카메라에 눈을 딱 붙이시더라. 정은표 선배님과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어 기분이 좋았고, 직접적으로 뵙진 못했으나 김수로 선배님이 출연해 주신 것도 참 재밌게 봤다."

- 수지는 직접 섭외했다고 하던데.
"물론 내가 처음 얘기한 건 맞다. 그런데…아, 이거 말해도 되나. 현장에서 '수지 알지 않아?'라며 압박이 심했다. 그래서 연락했는데 다행히 흔쾌히 출연해 줬다. 현장에서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가 다 수지에게 몰려와서 '사진 하나만 찍자'는 분위기였다."

- 도민준을 두고 시청자가 붙여 준 별명도 많았다. 마음에 들었던 건 있나.
"'도르'? 그게 영화 <천둥의 신 토르>에서 나온 건데, 도민준이 천송이의 자동차를 멈추려 나타날 때 하필이면 번개가 쳐서. 그 별명을 듣고 '참 기가 맥히게 갖다 붙이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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