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입학식, 참 신선합니다
광주 광산구 혁신학교 '선운중' 개교 2년... 독서교육 특성화해
▲ 선운중 최고참, 2학년 선배들은 신입생들에게 중학 시절을 잘 보내는 방법으로 '잘 웃고, 잘 놀고, 잘 먹자'는 선운법을 영상을 만들어 전달했다. ⓒ 김태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3월 3일 오전 10시, 광산구 선운중학교 입학식에서 신입생, 학부모, 교사가 '책 읽기 선언'을 했다.
입학식은 첫 시작부터 특별했다. 로마 콜로세움, 런던 타워 브릿지, 파리 개선문 등 세계 유명한 건축물들의 야경을 담은 동영상 상영으로 첫 문을 열었다. 이 영상은 미국의 23세 청년 루크 세퍼드가 174명의 기부자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이다.
"이 영상은 기부자들과 건축가들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함께하는 일은 이처럼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내일을 향해 함께 가는 선운중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자의 개회사처럼 선운중의 입학식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삶'을 강조했다. 국민의례에 사용한 태극기도 범상치 않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광복군에 대한 동포들의 지원을 당부한 친필 묵서를 새진 일명 '김구 서명문 태극기'를 사용했다.
▲ 선운중은 입학식 국민의례에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광복군에 대한 동포들의 지원을 당부한 친필 묵서를 새진 일명 ‘김구 서명문 태극기’를 사용했다. ⓒ 조현아
선운중이 이 태극기를 사용한 이유는 태극기에 적힌 김구 선생의 친필문에서 찾을 수 있다. "망국의 설움을 면하려거든, 자유와 행복을 누리려거든, 정력과 인력과 물력을 광복군에게 바쳐 강노말세(强弩末勢)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광복을 완성하자." 서명문을 통해 지금의 민주주의가 많은 이들의 노력과 도움으로 이룩된 것임을 알려주고, '함께'가 갖는 힘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막 선배가 된 2학년 학생들은 신입생에게 '잘 웃고, 잘 먹고, 잘 놀자'는 메시지를 재치있는 영상에 담았다. 학생회장을 맡은 오서영 양이 말했다.
"후배들이 온다고 하니 설레었다. 콘티를 짜면서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생각했는데, 결국 한 해 동안 우리가 지내왔던 이야기더라. 후배들이랑 잘 지냈으면 좋겠다."
▲ 책 읽는 입학식에서 '읽는다'의 목적어는 책뿐만이 아니다. 사진, 영상, 사람이 모두 그 대상이다. 노인균 교장은 학생들에게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의 한 대목을 읽어주었다. ⓒ 조현아
또 전교생은 그림책 <평화란 어떤 걸까>를 함께 읽었다. 일본 그림책 작가 하마다 게이코가 쓴 이 책은 한국, 중국, 일본이 함께 만든 <평화그림책> 중 하나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평화란 어떤 것인지를 들려주고 있다. 선운중은 작가가 그린 평화를 통해 학교 폭력 등 사회 문제를 '공감'으로 해결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선운중은 입학생에게 책 한 권씩을 선물했다. 입학식을 기획한 김태은 국어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책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쉬운 도구다. 책과 더불어 노닐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책 선물에 담았다."
▲ 선운중학교 입학생들은 책을 선물 받았다. 학생들은 서로 마음에 드는 책으로 바꾸거나 돌려 읽는다. ⓒ 조현아
선운중학교는 이제 막 2년이 된 혁신학교다. 독서교육을 특성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들을 진행 중이다. 노인균 교장은 수업 혁신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학교 교육이 과거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선운중은 '독서'를 대안으로 삼았습니다. 개인의 창의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단 사고의 발달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함께 토의하고 토론하면서 민주주의적 대화 방식을 익혔으면 합니다."
입학식에 참여한 학부모 송영순씨는 "입학식이 지난해와 달라서 새롭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별로 오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교육은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