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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계에도 <별그대> 등장... '이례적'

중국 고위관료, 전국인민대표회의서 <별그대> 언급하며 중국 문화계 자성 촉구

등록|2014.03.07 11:26 수정|2014.03.07 11:26

▲ 인기리에 종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 SBS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도교수 앓이' '치맥 신드롬' 등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던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아래 <별그대>). 이 드라마는 지난 2월 27일 끝났지만, 중국에서는 <별그대>가 여전히 화제다.

최근 중국 상하이 서산 천문대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별그대>와 함께하는 천문의 밤 파티' 등이 열렸을 만큼 현지의 관심은 뜨겁다(관련기사 : 별 보고 치맥 먹고... 중국도 '별그대' 마지막 회 즐겼다). 이런 <별그대>가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도 등장해 중국 내 뜨거운 관심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한국드라마, 이름 아는가"

▲ 매년 3월 초, 양회가 개최되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 권소성


양회는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두 회의 모두 매년 3월 초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데,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3월 초를 양회 시즌이라 부른다. 특히 올해 양회는 시진핑 집권 이후 첫 양회라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양회에 <별그대>가 등장한 것.

중국 현지 유력 일간지 <신경보>(新京報)의 3월 6일 치 보도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회의 베이징시 대표단의 정부 성과보고를 청취·심의하는 자리에서 <별그대>가 언급됐다. 베이징시 인민예술극원 장허핑(張和平) 원장이 중국 문화계가 직면한 문제 및 어려움을 털어놓는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 서열 6위인 왕치산(王岐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돌연 "당신들은 요즘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그 드라마를 아느냐, 무슨 '별'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현장에 있던 관료들은 잠시 침묵에 빠졌으나 이내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별그대>(來自星星的你)"라고 대답했다. 이에 왕치산 서기는 "맞다, <별그대>, 당신 관료들은 이것도 모른다"고 말해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 <별그대>를 언급한 왕치산 서기의 모습을 담은 중국 기사 ⓒ 신경보


이어 왕 서기는 "사실 나는 예전부터 왜 한국 드라마가 중국 시장을 점령하고 있으며, 심지어 바다 건너의 미국·유럽에서까지 유행하고 있는지 계속 생각해보고 있다"면서 "(한국은) 몇년 전에도 <강남스타일>을 내놓으며 전세계를 점령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도 가끔 일이 없을 때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반나절을 보고나서야 한국 드라마가 이미 우리(중국) 드라마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생각해보니 한국 드라마의 핵심은 바로 전통문화에 대한 승화"라고 덧붙였다. 왕 서기의 발언은 한국 드라마를 칭찬함과 동시에 중국 문화계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라 읽힌다.

실제 중국 드라마는 무협극 중심이다. 이런 중국 드라마는 1980~90년대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으나, 진부함 및 비현실적 스토리 전개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드라마가 정체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고위관료가 한국드라마 직접 언급, 이례적

왕 서기의 이날 발언 이후, 중국의 여론은 들썩였다. 누리꾼들은 "(왕 서기가) 맞는 말을 했다" "나는 내 나라 중국을 사랑하지만, 중국 드라마는 정말로 볼게 못 된다고 생각한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는 한동안 왕 서기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보다도 더 높았을 정도로 중국 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날 왕 서기 발언의 핵심은 중국 문화계에 대한 질타였지만, 고위 관료가 직접 한국 드라마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별그대>를 비롯한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왕 서기 <별그대> 발언이 나온 이후, 전국인민대표회의 대표이자 중국 영화제작자 협회 부주석 시메이쥐안(奚美娟)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별그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별그대>가 중국 사회에서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문화에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문화인들은 한국 드라마가 중국 문화를 점령했다는 쓸데없는 생각보다 우리가 한국 문화를 통해 어떠한 것을 배울 수 있고 우리 스스로의 문화로 어떠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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