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맥주 따라다니는 '붉은 별', 이런 뜻이었구나
[박물관과 미술관 기행 17] 삿포로 맥주박물관
삿포로 맥주박물관을 찾아간 계기
홋카이도 5일 여행 중 하루는 자유 일정이다. 아내와 나는 서슴지 않고 삿포로 시티투어 버스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삿포로 겨울 역사여행'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출발지인 에스타 빌딩 매표소에 가보니 역사여행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역사여행은 홋카이도 구 도청사, 삿포로시 자료관, 홋카이도 개척마을, 히츠지가오카(羊 ケ丘)전망대,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 사람들 역시 역사여행을 좋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전에 테마 파크와 시장을 보고, 오후에 박물관과 전망대를 보기로 했다. 박물관과 전망대 코스에 삿포로 맥주박물관, 히츠지가오카 전망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삿포로 맥주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회사고, 삿포로 맥주박물관은 일본에서 유일한 맥주박물관이다.
삿포로 맥주가 처음 출시된 것은 1877년이다. 그러므로 일본 맥주의 역사는 140년 가까이 된다. 그리고 삿포로 맥주박물관이 개장한 것은 1987년이다. 삿포로 맥주박물관 건물은 원래 대일본맥주 제맥(製麥)공장이었다. 1927년 대일본 맥주회사에서 제당공장 건물을 매입해 60년간 맥주 제조공장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삿포로 맥주공장이 삿포로 외곽의 에니와(惠庭)시로 이전하면서 이곳이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삿포로 맥주 탄생의 주역 네 사람
1868년 일본의 바쿠후(幕府)가 붕괴되면서 에도시대가 끝난다. 그리고 메이지(明治) 유신과 함께 메이지 시대가 시작된다. 1869년 메이지 신정부는 홋카이도 개발을 위해 가이다쿠시(開拓使)를 파견한다. 가이다쿠시는 홋카이도 개척을 담당하는 일종의 지방장관이었다. 1870년 구로다 기요다카(黑田淸隆)가 홋카이도 개척차관으로 부임했고, 1874년 개척장관이 되었다.
그는 맥주 사업이 홋카이도의 농업과 산업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 생각해서, 국영기업으로 개척사 맥주양조소를 건설하기로 한다. 마침 1875년 나카가와 세이베이(中川淸兵衛)가 독일에서 맥주 양조기술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리고 일본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던 외국인 토마스 안티셀(Tomas Anticel)이 홋카이도에서 호프(Hop)를 발견한다. 그는 홋카이도의 기후가 호프 재배와 맥주 양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구로다 개척장관은 1876년 무라하시 히사나리(村橋久成)를 맥주양조소 건설책임자로 임명한다. 그리고 나카가와를 맥주양조 주임기사로 채용한다. 그 결과 1876년 9월 23일 삿포로 맥주양조소를 개업할 수 있었다. 무라하시는 맥주양조에 필요한 얼음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1877년 저온에서 장기 숙성한 냉장 삿포로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당시 삿포로 맥주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으로 맥주를 냉장시켜 주 소비처인 도쿄까지 운반했다. 당시 운반에는 1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 입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건물 앞의 술통과 건물 꼭대기에 붙은 빨간 별이다. 술통은 삿포로 맥주양조소 개업식 때 사용하던 그 맥주통의 복제품이다. 그리고 빨간 별은 홋카이도 개척사의 상징인 북극성으로, 삿포로 맥주의 아이콘이 되었다. 박물관은 3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맥주양조소로 창업할 때부터 현재까지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나와 아내는 일본사람들과 함께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삿포로 맥주의 역사
1층에서 견학 담당인 사사키 다쿠야(佐々木卓哉)씨가 우릴 맞이한다. 그는 우리가 한국 사람인 걸 알고 우리말로 된 팜플렛을 가져다준다. 또 해설을 알아듣지 못하면 개별적으로 견학을 해도 좋다고 말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어 안내를 받기로 하고 3층으로 먼저 올라간다. 그곳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서 패널와 맥주병, 포스터와 간판, 양조장 시설 미니어처 등을 통해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살펴본다.
1882년 개척사가 폐지되었고, 1886년 맥주양조소가 민영화되면서 삿포로 맥주가 탄생했다. 1888년에는 열처리 맥주가 개발되면서 맥주의 장기보관과 원거리 수송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사이 오사카에 오사카(아사히) 맥주, 도쿄에 일본(에비스) 맥주가 생겨났고, 이들 3개 회사가 1906년 합병되어 대일본맥주 주식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이 회사는 국내 맥주시장의 72%를 점유하게 되었고, 1933년 서울에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9년 대일본맥주 주식회사는 독점금지법으로 인해 다시 일본맥주와 아사히맥주로 분리되었다. 1957년 병 생맥주가 처음 판매되었고, 블랙 라벨로 불리게 되었다. 병에 맥주가 채워지면 라벨의 흰색 글씨가 검게 변해 블랙 라벨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엇다고 한다. 삿포로 생맥주는 1989년 이름을 아주 블랙 라벨로 바꿨다.
삿포로 맥주는 또 1958년부터 홋카이도 지역에만 한정 판매하는 맥주를 생산하기도 했다. 이것은 지금도 삿포로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1964년 일본맥주는 회사의 역사를 반영, 회사 이름도 삿포로맥주로 변경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시장을 확장했고, 2011년에는 베트남 공장을 준공하며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1987년 삿포로맥주 제맥공장은 삿포로 맥주박물관이 되었고, 1993년 삿포로 공장은 쇼핑센터인 삿포로 팩토리로 변경되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 2-3층이 박물관 전시관이라면 1층은 스타 홀과 뮤지엄 숍이다. 그리고 전체 건물의 절반은 맥주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맥주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삿포로 팩토리에는 쇼핑몰, 레스토랑, 영화관, 호텔 등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삿포로 맥주공장은 2000년대 들어 최신시설에 친환경적인 부지를 갖춘 에니와로 이전했다.
오이시 & 딜리셔스
박물관에서 우리는 처음에 구리로 만든 맥아즙(麥兒汁) 발효솥을 본다. 맥아 가루에 호프를 더해 발표시키는 솥으로, 맥주의 쌉쌀한 맛과 향기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다음에는 삿포로 맥주에서 생산된 병이 시대순으로 진열되어 있다. 1876년 생산된 사포로 맥주(Sapporo Lager Beer)병이 눈에 띈다. 1888년에 생산된 저온살균 맥주도 보인다. 그런데 이곳에는 삿포로 담프 비어(Sapporo Dampf Bier)라고 독일어가 쓰여 있다. 여기서 담프 비어란 18-20℃에서 저온 살균되는 상면발효 맥주를 말한다.
이곳에는 또한 대일본맥주 삿포로공장과 제맥공장의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삿포로공장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쇼핑센터인 삿포로 팩토리로 변했다. 그리고 제맥공장은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변해 여전히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 건물은 홋카이도 산업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건물이어서 2004년부터 홋카이도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그 옆에는 삿포로 맥주가 홋카이도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비되는지 하는 것이 입체적인 모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을 내려가자 2층 통로가 나온다. 그곳에는 도시를 장식했던 삿포로맥주 간판과 상자, 병 등이 가지런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맥주 제조에 쓰였던 소형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은 요즘 하우스 맥주 제조공장에서 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2층 견학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간다.
안내 담당 사사키씨가 우리를 커뮤니케이션 센터로 안내하더니 연단 앞에 선다. 그리고는 하얀 캔에 든 삿포로맥주를 따 삿포로 맥주잔에 천천히 따른다. 거품이 올라오면서 맥주잔이 꽉 찬다. 350mm용 잔이다. 관람객 대표에게 맥주 맛을 보도록 권한다. 그러자 그가 맛을 보면서 "오이시"를 연발한다. 그리고 나서 사사카씨는 잠시 삿포로맥주 광고 컬렉션을 소개한다. 삿포로맥주 광고 포스터가 벽에 걸려 있는데, 살펴보니 맥주의 역사뿐 아니라 시대사를 보여준다.
초창기 광고에는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등장하고, 시대가 흘러가면서 양장이 등장하고 여인들의 몸매가 드러난다. 이들을 보고나서 아내와 나는 스타 홀로 이동한다. 스타 홀은 맥주를 시음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삿포로 클래식, 가이다쿠시 맥주, 무알콜 맥주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삿포로 클래식은 삿포로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다. 가이다쿠시는 개척사 시대 만들어진 맥주를 재현한 것이다. 무알콜은 말 그대로 알콜이 들어가지 않은 맥주다.
나와 아내는 삿포로 클래식을 이미 먹어본 적이 있어 카이다쿠시 맥주를 마신다. 독특한 맛이 정말 '딜리셔스'하다. 그런데 이곳의 술은 유료다. 한 잔에 200¥이다. 싸지는 않다. 그렇지만 홋카이도 치즈를 안주로 해서 먹는 맛이 참 좋다. 박물관을 나오기 전 나는 뮤지엄 숍에서 노란 북극성이 들어간 맥주잔을 한 쌍 기념으로 산다. 벽에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그린 삿포로박물관 그림이 걸려 있다. 사실적으로 잘 그렸다. 밖으로 나오니 해가 박물관의 붉은 벽을 더욱 붉게 하고 있다.
▲ 삿포로 맥주박물관 ⓒ 이상기
홋카이도 5일 여행 중 하루는 자유 일정이다. 아내와 나는 서슴지 않고 삿포로 시티투어 버스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삿포로 겨울 역사여행'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출발지인 에스타 빌딩 매표소에 가보니 역사여행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역사여행은 홋카이도 구 도청사, 삿포로시 자료관, 홋카이도 개척마을, 히츠지가오카(羊 ケ丘)전망대,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 사람들 역시 역사여행을 좋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전에 테마 파크와 시장을 보고, 오후에 박물관과 전망대를 보기로 했다. 박물관과 전망대 코스에 삿포로 맥주박물관, 히츠지가오카 전망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삿포로 맥주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회사고, 삿포로 맥주박물관은 일본에서 유일한 맥주박물관이다.
▲ 삿포로 가든 파크 조감도: 앞의 파란색 지붕 건물에 박물관과 맥주원이 있다. ⓒ 이상기
삿포로 맥주가 처음 출시된 것은 1877년이다. 그러므로 일본 맥주의 역사는 140년 가까이 된다. 그리고 삿포로 맥주박물관이 개장한 것은 1987년이다. 삿포로 맥주박물관 건물은 원래 대일본맥주 제맥(製麥)공장이었다. 1927년 대일본 맥주회사에서 제당공장 건물을 매입해 60년간 맥주 제조공장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삿포로 맥주공장이 삿포로 외곽의 에니와(惠庭)시로 이전하면서 이곳이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삿포로 맥주 탄생의 주역 네 사람
1868년 일본의 바쿠후(幕府)가 붕괴되면서 에도시대가 끝난다. 그리고 메이지(明治) 유신과 함께 메이지 시대가 시작된다. 1869년 메이지 신정부는 홋카이도 개발을 위해 가이다쿠시(開拓使)를 파견한다. 가이다쿠시는 홋카이도 개척을 담당하는 일종의 지방장관이었다. 1870년 구로다 기요다카(黑田淸隆)가 홋카이도 개척차관으로 부임했고, 1874년 개척장관이 되었다.
▲ 초창기 맥주공장 사진과 삿포로맥주 탄생의 주역들 ⓒ 이상기
그는 맥주 사업이 홋카이도의 농업과 산업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 생각해서, 국영기업으로 개척사 맥주양조소를 건설하기로 한다. 마침 1875년 나카가와 세이베이(中川淸兵衛)가 독일에서 맥주 양조기술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리고 일본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던 외국인 토마스 안티셀(Tomas Anticel)이 홋카이도에서 호프(Hop)를 발견한다. 그는 홋카이도의 기후가 호프 재배와 맥주 양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구로다 개척장관은 1876년 무라하시 히사나리(村橋久成)를 맥주양조소 건설책임자로 임명한다. 그리고 나카가와를 맥주양조 주임기사로 채용한다. 그 결과 1876년 9월 23일 삿포로 맥주양조소를 개업할 수 있었다. 무라하시는 맥주양조에 필요한 얼음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1877년 저온에서 장기 숙성한 냉장 삿포로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당시 삿포로 맥주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으로 맥주를 냉장시켜 주 소비처인 도쿄까지 운반했다. 당시 운반에는 1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 삿포로 맥주양조소 개업식 때 사용하던 맥주통 ⓒ 이상기
삿포로 맥주 박물관 입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건물 앞의 술통과 건물 꼭대기에 붙은 빨간 별이다. 술통은 삿포로 맥주양조소 개업식 때 사용하던 그 맥주통의 복제품이다. 그리고 빨간 별은 홋카이도 개척사의 상징인 북극성으로, 삿포로 맥주의 아이콘이 되었다. 박물관은 3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맥주양조소로 창업할 때부터 현재까지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나와 아내는 일본사람들과 함께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삿포로 맥주의 역사
▲ 1933년 서울 영등포에 만들어진 조선맥주 주식회사 ⓒ 이상기
1층에서 견학 담당인 사사키 다쿠야(佐々木卓哉)씨가 우릴 맞이한다. 그는 우리가 한국 사람인 걸 알고 우리말로 된 팜플렛을 가져다준다. 또 해설을 알아듣지 못하면 개별적으로 견학을 해도 좋다고 말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어 안내를 받기로 하고 3층으로 먼저 올라간다. 그곳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서 패널와 맥주병, 포스터와 간판, 양조장 시설 미니어처 등을 통해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살펴본다.
1882년 개척사가 폐지되었고, 1886년 맥주양조소가 민영화되면서 삿포로 맥주가 탄생했다. 1888년에는 열처리 맥주가 개발되면서 맥주의 장기보관과 원거리 수송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사이 오사카에 오사카(아사히) 맥주, 도쿄에 일본(에비스) 맥주가 생겨났고, 이들 3개 회사가 1906년 합병되어 대일본맥주 주식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이 회사는 국내 맥주시장의 72%를 점유하게 되었고, 1933년 서울에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 박물관 내부 전시물 ⓒ 이상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9년 대일본맥주 주식회사는 독점금지법으로 인해 다시 일본맥주와 아사히맥주로 분리되었다. 1957년 병 생맥주가 처음 판매되었고, 블랙 라벨로 불리게 되었다. 병에 맥주가 채워지면 라벨의 흰색 글씨가 검게 변해 블랙 라벨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엇다고 한다. 삿포로 생맥주는 1989년 이름을 아주 블랙 라벨로 바꿨다.
삿포로 맥주는 또 1958년부터 홋카이도 지역에만 한정 판매하는 맥주를 생산하기도 했다. 이것은 지금도 삿포로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1964년 일본맥주는 회사의 역사를 반영, 회사 이름도 삿포로맥주로 변경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시장을 확장했고, 2011년에는 베트남 공장을 준공하며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1987년 삿포로맥주 제맥공장은 삿포로 맥주박물관이 되었고, 1993년 삿포로 공장은 쇼핑센터인 삿포로 팩토리로 변경되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 2-3층이 박물관 전시관이라면 1층은 스타 홀과 뮤지엄 숍이다. 그리고 전체 건물의 절반은 맥주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맥주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삿포로 팩토리에는 쇼핑몰, 레스토랑, 영화관, 호텔 등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삿포로 맥주공장은 2000년대 들어 최신시설에 친환경적인 부지를 갖춘 에니와로 이전했다.
오이시 & 딜리셔스
▲ 대형 맥아즙 발효솥 ⓒ 이상기
박물관에서 우리는 처음에 구리로 만든 맥아즙(麥兒汁) 발효솥을 본다. 맥아 가루에 호프를 더해 발표시키는 솥으로, 맥주의 쌉쌀한 맛과 향기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다음에는 삿포로 맥주에서 생산된 병이 시대순으로 진열되어 있다. 1876년 생산된 사포로 맥주(Sapporo Lager Beer)병이 눈에 띈다. 1888년에 생산된 저온살균 맥주도 보인다. 그런데 이곳에는 삿포로 담프 비어(Sapporo Dampf Bier)라고 독일어가 쓰여 있다. 여기서 담프 비어란 18-20℃에서 저온 살균되는 상면발효 맥주를 말한다.
▲ 초창기 생산된 맥주들 ⓒ 이상기
이곳에는 또한 대일본맥주 삿포로공장과 제맥공장의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삿포로공장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쇼핑센터인 삿포로 팩토리로 변했다. 그리고 제맥공장은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변해 여전히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 건물은 홋카이도 산업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건물이어서 2004년부터 홋카이도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그 옆에는 삿포로 맥주가 홋카이도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비되는지 하는 것이 입체적인 모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 삿포로맥주 간판 ⓒ 이상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을 내려가자 2층 통로가 나온다. 그곳에는 도시를 장식했던 삿포로맥주 간판과 상자, 병 등이 가지런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맥주 제조에 쓰였던 소형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은 요즘 하우스 맥주 제조공장에서 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2층 견학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간다.
안내 담당 사사키씨가 우리를 커뮤니케이션 센터로 안내하더니 연단 앞에 선다. 그리고는 하얀 캔에 든 삿포로맥주를 따 삿포로 맥주잔에 천천히 따른다. 거품이 올라오면서 맥주잔이 꽉 찬다. 350mm용 잔이다. 관람객 대표에게 맥주 맛을 보도록 권한다. 그러자 그가 맛을 보면서 "오이시"를 연발한다. 그리고 나서 사사카씨는 잠시 삿포로맥주 광고 컬렉션을 소개한다. 삿포로맥주 광고 포스터가 벽에 걸려 있는데, 살펴보니 맥주의 역사뿐 아니라 시대사를 보여준다.
▲ 초창기 광고 포스터 ⓒ 이상기
초창기 광고에는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등장하고, 시대가 흘러가면서 양장이 등장하고 여인들의 몸매가 드러난다. 이들을 보고나서 아내와 나는 스타 홀로 이동한다. 스타 홀은 맥주를 시음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삿포로 클래식, 가이다쿠시 맥주, 무알콜 맥주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삿포로 클래식은 삿포로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다. 가이다쿠시는 개척사 시대 만들어진 맥주를 재현한 것이다. 무알콜은 말 그대로 알콜이 들어가지 않은 맥주다.
▲ 기념으로 산 삿포로 맥주잔 ⓒ 이상기
나와 아내는 삿포로 클래식을 이미 먹어본 적이 있어 카이다쿠시 맥주를 마신다. 독특한 맛이 정말 '딜리셔스'하다. 그런데 이곳의 술은 유료다. 한 잔에 200¥이다. 싸지는 않다. 그렇지만 홋카이도 치즈를 안주로 해서 먹는 맛이 참 좋다. 박물관을 나오기 전 나는 뮤지엄 숍에서 노란 북극성이 들어간 맥주잔을 한 쌍 기념으로 산다. 벽에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그린 삿포로박물관 그림이 걸려 있다. 사실적으로 잘 그렸다. 밖으로 나오니 해가 박물관의 붉은 벽을 더욱 붉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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